허헌 코엑스 상우회 회장

10여 년 전부터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몰에서 점포를 운영하고 있다. 지난해 9월 우리나라가 G20 정상회의 개최국이 됐다는 뉴스를 접했을 때만 해도 별다른 느낌이 들지 않았다. G20 회의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하기 시작한 것은 코엑스가 회의 개최지로 정해지고 나서다. 당장 '최소한 20개국에서 대통령이나 총리가 올 텐데, 그러면 경비나 보안이 철저해져 영업에 지장을 주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앞섰다.

코엑스몰 내 다른 점포주들과 여러 번 회의를 가졌다. 걱정만 할 게 아니라 현실적인 대처방안을 찾기 위해서였다. 결국 회의일정에 맞춰 점포를 자율운영키로 의견을 모았다. G20 첫날인 11일에 점포 문을 여는 곳은 50%가 넘었다. 그러나 12일에는 일반인 출입이 불가능한 만큼 은행 등 상시 관리가 필요한 14%의 점포만 열기로 했다. 대부분의 점포주와 마찬가지로 필자 역시 이 이틀을 재충전의 기회로 삼아 쉬기로 했다.

G20 회의를 앞두고 언론이 코엑스 일대를 자주 다루는 걸 보면서 대규모 회의 개최가 단기적으로는 매출 감소를 가져오겠지만, 장기적으로는 득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코엑스 일대는 무역업계를 대표하는 무역협회를 비롯해 특급 호텔과 국내 최대 유동인구를 자랑하는 특급 쇼핑몰이 포진한 곳이다. 그렇다 보니 다른 어느 곳보다 외국인들을 자주 접한다. 각종 안내표지판에서 외국어 표기 병행은 너무 자연스럽고, 전철도 삼성역에 닿을 때쯤이면 영어·중국어·일본어로 안내하는 걸 들을 수 있다. '마이 코엑스'라는 코엑스몰을 소개하는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은 3만 건의 다운로드 중 미국에서 4000여 건이 이뤄졌다고 하니 그저 놀라울 뿐이다.

88올림픽이나 한·일 월드컵 때도 그랬지만, 이번 G20 회의가 성공적으로 개최돼 국격이 올라가고 외국에서 한국을 더 많이 찾아주길 희망하는 것은 모두의 마음일 것이다. 특히 코엑스몰에서 일하는 필자는 이런 커다란 염원과 함께 이곳이 더 많이 알려져 외국인들로 한층 붐비는 명소가 되길 희망한다. 그렇게 되면 이틀간 줄어든 매출과는 비교할 수 없는 큰 행운이 손님을 잘 치른 보답으로 돌아올 것이다. 단군 이래 최대의 행사라는 G20 회의가 코엑스에서 열리는 것을 반기는 것도 이 때문이다.

[[Snapshot] 서울 G20 회의, 정상 및 퍼스트레이디 주요 일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