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원 1건 팔려봐야 3원… 반지하방에 갇힌 '꿈'

    입력 : 2010.11.09 03:02

    홍대의 밤을 달구는 그들 낮엔 을지로서 밥 배달
    '월정액 무제한 다운로드'로 뮤지션 수익 그나마도 줄어
    아이돌 '제품' 수출만 지원 말고 인디 '작품'에도 관심을

    1인 밴드 '달빛요정역전만루홈런'의 이진원(37)이 반지하 자취방에서 혼자 쓰러진 뒤 숨지면서 인디 뮤지션들의 가난한 삶이 주목받고 있다. 기초생활비도 보장받지 못하는 이들에게 혹독하리만큼 불리한 음원 수익 분배요율도 음악계의 핫 이슈로 떠올랐다.

    낮에는 밥 배달, 저녁에는 연습

    '하찌와 TJ'를 거쳐 '우쿨렐레 피크닉'으로 인기를 얻고 있는 뮤지션 조태준(31)은 무명 시절 서울 홍대 앞 와인바에서 설거지를 하고 피자 배달을 하면서 음악을 했다. 당시 그는 보증금 300만원에 월세 25만원짜리 반지하 단칸방에 살았다.

    한 록밴드 베이시스트는 최근까지 새벽 6시에 물류회사에 출근해 물건을 분류하고 나르는 일을 했다. 하루 3~4시간가량 일하고 받은 돈으로 생계를 꾸리며 연습실과 무대를 오갔다.

    그래픽=유재일 기자 jae0903@chosun.com
    인디 뮤지션들은 주기적으로 출퇴근하는 일보다는 일용직을 선호한다. 몸은 고달파도 상대적으로 수입이 좋고, 연습과 공연이 몰려 있는 저녁시간을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뮤지션들에게 인기 있는 일 중 하나는 '을지로 밥 배달'이다. 작은 점포들이 몰려 있는 서울 을지로에서 점심시간에 식사를 담은 쟁반을 들고 다니며 배달하는 일이다. '품위'는 없는 대신 시간당 수입이 7000~ 8000원으로 많은 편이다. 건설 현장에서 하루 8만~9만원짜리 막노동을 하며 음악을 하는 뮤지션들도 홍대 주변에 부지기수다.

    "디지털 음원 1건 판매에 수익은 3원"

    이렇게 인디 뮤지션들이 음악을 통해서는 최저 생계비도 벌지 못하는 상황은 하루 이틀 된 이야기가 아니다. 음악시장이 CD에서 디지털 음원시장으로 재편되면서 음원 수익 분배요율과 판매방식이 뮤지션들에게 불리해졌기 때문이다.

    현재 음원 사이트에서 음원이 판매되면 음악제작사와 뮤지션에게 돌아가는 몫은 매출액의 약 32%에 불과하다. 벨 소리나 컬러링 같은 모바일 음원 수익은 약 25%만 음악 창작자에게 주어진다.

    게다가 대형 음원 사이트들이 경쟁적으로 '무제한 다운로드 월 1만원', '무제한 스트리밍과 40곡 다운로드 월 7000원' 같은 묶음상품을 내놓으면서 뮤지션의 수익은 엄청나게 줄어들었다. 뮤지션들이 이런 '무제한' 기획상품에 음원 제공을 거부하면 이 사이트에서는 아예 그 뮤지션의 음악 전체를 서비스하지 않으니 음악 창작자는 목소리를 높이기 어렵다. 자신의 음악이 얼마나 다운로드됐는지 검증할 방법이 없다는 것도 문제다.

    이진원의 갑작스러운 사망 이후 트위터에서는 이런 음원시장에 대한 비판이 봇물을 이루고 있다. 드럭레코드 김웅 이사는 "월정액에 무제한 다운로드 가능한 방식으로 1만건 판매하면 우리 회사와 뮤지션에게 돌아오는 돈은 곡당 3원 정도"라며 "1만명이 음악을 사갔는데 밴드 멤버들이 국밥 한 그릇씩 먹을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아이돌 제품만 아니라 인디 '작품'도 지원을"

    이른바 '한류'만을 치켜세우며 대중음악을 수출 상품 취급하는 정부 정책에 대한 비판도 터져 나오고 있다. 대형 기획사가 내놓은 아이돌그룹을 한국 대중음악의 전부인 양 지원하는 것이 가난한 뮤지션들의 자존심을 상하게 한다는 것이다. 대중음악평론가 김작가씨는 "이제 음악계는 메이저와 인디로 나뉘는 게 아니라 '제품'과 '작품'으로 나뉜다"며 "'제품'에만 집중돼 있는 정부 정책의 시선이 바뀌어야 할 때"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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