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초점] 실패에서 배우지 못하는 한국

    입력 : 2010.11.07 23:19 | 수정 : 2012.03.05 13:53

    김영수 산업부장

    요즘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은 환율 공부를 열심히 하고 있다. 측근에 따르면, 김 회장은 아침에 일어나면 인터넷에서 달러·엔·유로 같은 주요 통화의 환율부터 찾아본다고 한다. 그리고 금융전문가들에게 전화를 걸어 국제금융 시장의 움직임을 체크한다. 최근 베트남에 체류 중인 김 회장을 만난 한 경제학과 교수는 미국중국 간 벌어지고 있는 환율 전쟁을 주제로 여러 시간 김 회장과 토론했다고 한다.

    김 회장이 환율 공부에 매달리는 이유는 '대우그룹 실패의 원인'을 연구하기 위해서다. 그동안 대우 멸망은 김대중 정권에 의해 정치적으로 이뤄졌다거나, 방만한 경영, 과도한 투자 때문이란 분석이 많았다. 그러나 김 회장은 당시 급격히 움직였던 환율에 주목했다. 대우 경영이 악화된 배경에는 급변하는 국제 외환 시장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탓이 크다고 본다는 것이다.

    대우그룹은 리비아·우크라이나·우즈베키스탄·파키스탄 같은 틈새시장에서 사업을 전개하면서 유대계 금융 자본이 지배하는 국제 금융 질서에서 한 발짝 벗어나 있었다. 이는 전 세계 금융 시장, 자원 시장을 쥐고 있는 유대계 자본의 신경을 건드렸으며, 결국 대우가 유대계 자본의 공격 목표가 됐다는 것이다. 마치 유대계 금융 가문인 로스차일드가 미국은 물론 전 세계 금융 시장을 좌지우지한다고 주장한 '화폐전쟁'(저자 쑹홍빙)의 한 대목을 연상케 한다.

    이런 음모론이 맞든 틀리든 "이 땅에 다시는 IMF 금융 위기가 오지 않도록 환율 움직임을 연구하고, 대비해야 한다"는 김 회장의 생각에는 많은 사람이 동의할 것이다.

    우리에겐 실패에서 교훈을 얻는 '실패의 연구'가 부족하다. 만약 일본에서 대우그룹이나 기아자동차 같은 회사가 망했다면 아마도 실패를 분석한 수백 권의 서적이 나왔을 것이다. 하지만 몰락한 한국 기업을 제대로 분석한 책이 나왔다는 이야기를 들어본 적이 없다. 실패에서 교훈을 얻지 못하니 똑같은 잘못을 계속 반복한다.

    대우건설 매각 실패는 우리 기업에 정말 중요한 교훈을 주고 있다. 대우건설을 매각할 때 금호·두산·유진·프라임 등 4개 그룹이 치열한 경합을 벌이는 바람에 인수가격이 6조원을 넘어섰다. 가장 높은 가격을 제시한 금호그룹은 돈을 마련하느라 무리한 조건으로 여기저기서 돈을 끌어다 썼다.

    금호는 대우건설을 인수한 후 돈을 갚느라 대우건설이 소유한 우량 자산들을 대거 팔아야 했다. 결국 금호는 과도하게 돈을 빌린 후유증으로 그룹 전체가 워크아웃(재무구조개선 약정)에 들어갔다. 금호와 대우건설이 같이 부실해진 것이다.

    GS 그룹이 대우조선해양 인수전 막판에 인수를 포기한 것도 바로 이런 '승자의 저주'에서 배운 것이 있었기 때문이다. GS는 자신들이 평가하기에 3조원 정도의 가치가 있는 대우조선해양을 6조원을 주고 사면, 그룹 전체가 부실해질 것을 우려했다. 대신 6조원에 대우조선해양을 낙찰받은 한화는 국제 금융 위기가 터지면서 인수를 포기했다. 한화는 약 3000억원의 입찰 보증금을 돌려받기 위해 채권단과 소송을 진행 중이다.

    최근 진행되는 현대건설 매각도 여기서 교훈을 얻어야 한다. 현대건설과 인수 기업이 동반 부실해지는 사태는 반드시 막아야 한다. 현대건설 매각에 대해선 공정성·투명성과 함께 무엇이 합리적인 선택인지도 고민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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