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북주의(從北主義) 논란이 거세다. 이는 지난 3월 26일 천안함 폭침(爆枕)과 북한의 3대 세습 등 북한 관련 이슈에서 김정일 정권을 감싸는 정치권 일부에 대한 평가 문제로 요약된다. 단연 돋보이는 것은 민주노동당. 이 정당은 2008년 종북주의 문제로 진보신당과 분당 사태를 겪기도 했었다.

북한의 3대 세습 문제와 관련, 민노당은 9월 29일 대변인 논평을 통해 "북한 후계구도와 관련하여 우리 국민의 눈높이에서 이해하기 어려운 지점이 있다 하더라도 북한의 문제는 북한이 결정할 문제라고 보는 것이 남북관계를 위해서도 바람직하다 할 것이다"고 주장했다.

이정희 민주노동당 대표 역시 지난 10월 9일 자신의 블로그에 "(북한의 권력세습에 대해선) 말하지 않는 게 나와 우리 당의 당론"이라고 공언했다. '민족'과 '통일'을 부르짖어 온 민노당이 북한 세습독재에 침묵하는 모습은 많은 이들을 당혹케 만든다.

민노당 울산시당(위원장 김창현)은 경향신문이 10월 1일 '민노당은 3대 세습을 인정하겠다는 것인가'란 제하의 사설을 내자 '경향신문 절독' 및 '전당(全黨) 차원의 절독운동'을 10월 4일 선언하기도 했다. 울산시당은 통지문에서 "경향신문은 이 사설을 내면서 민노당에 북한의 3대 세습을 비판할 것을 종용하고, 이를 비판하지 않는다고 하여 북한 추종세력, 종북의 딱지를 붙이고 있다"며 "울산시당은 경향신문을 구독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적절한 조치가 없으면 전당적으로 절독 사업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주장했다.

흥미로운 것은 비슷한 시기 민노당의 또 다른 성명이다. 북한의 3대 세습을 "북한이 결정할 문제"로 옹호한 민노당은 10월 5일 성명에서 이명박 정부를 "전형적인 독재적 행태"로 비난했다. G20 정상회의는 결국 "한·미 간 한·미 FTA 음모적 합의"라며 "국민 전체를 속이고 밀실에서 오직 정권의 정략적 이해관계에 따라 진행하는 것은 반민주적일 뿐 아니라 전형적인 독재적 행태"로 비난한 것이다.
 
민노당 싱크탱크 "北 후계자론 주민 동의 획득"

민노당의 싱크탱크 '새세상연구소'가 10월 7일 국회에서 연 '당대표자회 이후의 북한, 어디로 갈 것인가'란 제목의 토론회에서는 더욱 놀라운 주장이 나왔다. '새세상연구소' 박경순 부소장은 '북한 조선 노동당 대표자회의 분석과 전망'이라는 글을 통해 "소위 3대 세습(?) 문제에 대해 비판하거나 반대하지 않으면 친북·종북의 딱지가 붙여진다"며 "진정한 진보는 용납할 수 없는 이데올로기까지 포용할 수 있는 톨레랑스(관용)를 가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 부소장은 "솔직히 본 연구자는 김정은의 중앙위원과 중앙군사위 부위원장 선출 과정에 대한 아무런 정보가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북한의 정치이론과 북한 체제 옹호이론으로서 후계자론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경험을 놓고 대다수 북한 주민들의 동의를 획득한 것으로 보인다. 현재 우리 사회의 대다수 북한 연구자나 북과 관계했던 사람들은 북한 체제에 대한 찬반 여부를 떠나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자질과 능력, 지도력에 대해 회의를 제기하는 사람은 전혀 없다"며 김정일을 가리켜 자질·능력·지도력을 갖추고 대다수 북한 주민의 동의를 획득한 인물로 묘사했다.

북한에 어뢰공격을 받고 폭침된 천안함. photo 조선일보DB

민노당의 이른바 '종북'은 어제오늘 일은 아니다. 북한의 천안함 폭침에 대한 주장을 살펴보자. 예컨대 강기갑 대표는 지난 4월 9일 "북한의 연계 가능성을 언급하는 것은 책임회피일 뿐만 아니라 위험천만한 일"이라면서도 "10·4 선언의 이행을 강조하지 않을 수 없다.…지금이라도 정부는 10·4 선언을 이행해 서해를 죽음의 바다가 아니라 평화의 바다로 만들어야 한다"(임시국회 비교섭단체대표 연설)고 주장했다. 강 대표는 4월 20일에도 "개탄스럽다"며 북한의 천안함 폭침을 부정한 뒤 "10·4선언만 제대로 이행했다면 천안함의 비극은 아예 일어나지도 않았거나 그 피해를 최소화했을 것(민주노동당 최고위원회 현안발언)"이라고 주장했다.

천안함 폭침의 범인은 북한이 아니지만 북한의 요구인 10·4 선언을 들어주지 않아 천안함이 침몰했다는 것은 모순된 말이다. 북한이 했지만 북한을 욕해선 안 된다는 식이다. 강 의원은 지난 5월 20일 민군합동조사 발표가 나왔을 때에도 "오늘 정부의 발표는 급조된 선거용 억지보고서에 불과하다"(민노당 긴급현안대책회의) 거나 5월 29일 "한나라당 1번 종자를 심으면 전쟁이 싹튼다"(광화문 '한반도 평화를 위한 비상시국 선거유세')는 식으로 말했다.
 
'종북'논란 불구 민노당 당세 줄지 않아

민노당은 대체 왜 그럴까? 당의 노선을 규정한 민노당 강령(綱領)을 들여다보면 약간의 의문이 풀린다. 2000년 1월 29일 창당대의원대회에서 제정된 강령은 '주한미군철수·국가보안법철폐·남북연방제' 및 '인류사에 면면히 이어져 온 사회주의적 이상과 원칙을 계승 발전시켜 새로운 해방 공동체를 구현할 것…자본주의사회는 계급적 불평등을 초래하여 소유와 권력으로부터 소외된 민중에게 고통스러운 삶을 강요하고 있다'라고 하여 사회주의를 지향한다. 이를 위해 '강제로 유상 환수해 재벌 해체' 및 '일정 규모 이상의 토지는 국공유(國共有)' 등을 주장, 사유재산 강제 환수와 토지 국공유 등도 규정해 놓았다.

또 '우리에게 당면한 과제는 머지않아 도래할 것으로 예견되는 미국과 중국 사이의 동북아 신냉전이 구축되기 이전, 최소한 국가연합이나 연방제 방식의 통일이라도 이뤄 국제적으로 우리의 민족통일을 기정사실화하는 일…국가연합·연방제 통일을 이룰 것'이라 하여 북한의 대남노선인 주한미군 철수·국가보안법 철폐·연방제 통일을 규정한다.

'종북' 논란에도 불구하고 민노당 당세(黨勢)는 줄지 않는 추세다. 오히려 6·2지방선거를 통해 총 142곳에서 당선자를 배출했다. 인천 남동구청장과 동구청장, 울산 북구청장을 당선시켜 최초로 수도권에 기초단체장을 배출했고, 광역의원 24명, 기초의원 115명을 당선시켰다. 특히 한나라당의 아성인 대구에서 2명, 경북에서 3명, 부산에서도 9명의 기초의원을 배출했다.

야권 연대를 통해 민주당과 공동지방정부를 구성한 지역도 상당수에 달한다. 민노당 최고위원 출신인 강병기씨는 지난 7월 5일 제7대 경남도 정무부지사로 취임식을 하고 업무에 들어갔다. 강 부지사는 6·2 지방선거 때 김두관 후보와의 야권 후보단일화 뒤 김 후보를 지지해 당선되자 후보단일화 때 약속받은 '공동지방정부 구성' 차원에서 정무부지사에 임명됐다. 광역자치단체의 정무부지사에 민노당 출신이 임명된 것은 처음이다.
 
진보신당의 애매한 북한 비판

2008년 3월 민노당의 '종북'을 비판하며 떨어져 나온 진보신당은 어떨까? 진정한 진보적 가치를 구현하고 있을까?

진보신당은 최근 북한의 3대 세습에 대한 공개적 비판을 통해 보수언론에서도 긍정적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진보신당 대표 조승수 의원은 지난 9월 30일 울산시의회 브리핑룸에서 "3대 세습은 그 어떤 논리로도 납득할 수 없는 비정상국가로 가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진보신당은 9월 29일 3대 세습 관련, 대변인 논평에서도 "우리와 기본체제가 다르다는 점에서 북한의 이번 조치에 왈가왈부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을 수 있으나 우리 국민의 보편적 정서나 현대 민주주의의 일반적 정신 등과는 상당한 거리가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매우 아쉬운 일"이라고 밝혔다. 이들 발언은 민노당 주장과 차이를 보이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김정일 정권에 대한 본질적 비판으로 보기도 어렵다.

민노당 이정희 의원, 민노당 강기갑 의원, 진보신당 조승수 의원(왼쪽부터)

조승수 의원은 같은 발언에서 "아버지가 총권력자라고 해서 그 아들이 권력을 물려받고 또 아들이 3대째 최고 권력을 이어가는 현상이 한반도 전체에서 나타나고 있다"며 "북한뿐만 아니라 삼성 재벌도 이병철-이건희-이재용에 이르기까지 노무현 전 대통령이 말한 권력의 시장이동이라는 한국 사회의 모순을 보여주고 있다. 이는 남한 사회의 최고 권력이 시장에 있는 것을 보여주는 일이기도 하다"고 비판했다.

김일성 일족을 이병철·이건희·이재용 가문과 비교한 것은 논란이 될 수밖에 없다. '삼성'이 1990년대 중후반 핵무기 개발을 위해 식량배급을 중단, 300만명이 아사하고 정치범수용소에서 100여만명, 6·25 남침을 통해 300여만명을 죽음으로 내몬 집단과 유사하다는 것일까?

진보신당의 9월 29일 논평 역시 애매한 비판을 이어 "그러나 북한의 이번 조치로 인해 우리 사회에서 대북 강경 흐름이 득세해 불필요한 긴장을 조성하는 것은 경계해야 할 것"이라며 "북한의 3대 권력승계조치가 빌미가 돼 남북관계가 경색되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요컨대 '남북관계 경색'을 불러올 정도로 북한을 비판해선 곤란하다는 것이다. 진보신당의 다른 주장도 유사하다. '남북 간 긴장'의 책임이 2008년 금강산 관광객 박왕자씨 피격, 2009년 임진강 야영객 수몰, 2010년 천안함 폭침 등 북한의 도발이 아닌 한국 정부에 있다는 식의 논리를 폈다.

예컨대 10월 4일 논평에서도 "10·4 남북공동선언이 발표된 지 3년이 지난 지금, 남북관계는 오히려 더욱 악화된 상태"라고 전제한 뒤 "10·4 남북공동선언 3주년을 맞아 공동선언 정신의 복원을 양측 정부에 공히 주문한다"면서도 북한에 대한 비판은 없이 "특히 이명박 정부가 현재 진행 중인 이산가족상봉에 그치지 않고 인도적 대북식량 지원, 경제협력활성화, 6자회담 재개 등 남북관계 개선에 대승적으로 임해 10·4 공동선언 정신의 복원에 나서주기 바란다"고 덧붙였다.
 
진보신당 강령 "한국 사회는 지옥이다"

진보신당의 이념은 강령을 통해 확인이 가능하다. 2009년 정기당대회 2차 회의(3월 29일)에서 채택된 강령은 "오직 자본주의를 극복함으로써만 인간의 자유와 참된 만남의 공동체가 가능하다.…오늘날 자본주의 아래서 살아있는 모든 것은 자본의 노예이다.…우리는 이 위기를 오직 자본의 지배 자체를 극복함으로써만 해결할 수 있다"며 자본주의, 즉 대한민국의 시장경제 체제를 부정한다.

또 "사회연대와 공공성 대신 경쟁의 원리만이 지배하는 한국 사회는 지옥이다.…연대와 공공성의 원리는 사라지고 경쟁 원리만이 지배하는 곳에서 사회는 양극화되고, 약자는 착취와 수탈의 대상이 되며, 소수자는 박해와 배제의 대상이 된다.…인간을 착취와 억압에서 구하고 생명과 자연을 지키기 위해서는, 단순히 정부를 교체하는 것이 아니라 국가 전체를 새로 세우는 것이 절박한 과제"라는 주장을 펴고 있다.

남북문제와 관련 "통일은 낡은 국가주의와 맹목적 민족주의에 사로잡혀 더 크고 강한 국가를 만드는 것이 아니다"며 "시급한 과제로 핵 폐기와 종전 선언, 평화협정 통해 항구적 평화체제 수립, 남북한 상호 군비 축소, 종속적 한·미동맹체제 해체, 주한미군 단계적 철수" 등을 주장한다. '핵 폐기'라는 주장을 빼면 민노당 노선과 별반 차이가 없다. 진보신당은 통일의 체제에 대해 "남북한 민중 모두의 삶을 개선하고 현재의 남과 북 양 체제를 뛰어넘는 새로운 나라를 만드는 과정이어야 한다"고 밝히고 있다. 이 통일 모델이 무엇인지는 강령에서 특별한 언급이 없지만 유추는 가능하다.

예컨대 진보신당의 대표적 인물인 노회찬·심상정씨는 2007년 대선 당시 연방제 방식의 통일을 대선공약으로 내걸었다. 노회찬씨는 "'코리아연합'을 거쳐 '코리아연방'을 건설하는 '제7공화국'을 건설하자"고 주장했다. 또 이를 위해 영토조항 삭제-국가보안법 폐지-주한미군 철수-한·미동맹을 해체하고 향후 어떠한 형태의 군사동맹에도 참여하지 않는 영세중립국이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심상정씨는 영토조항 변경-국가보안법 폐지-주한미군 철수-징병제 폐지와 함께 "평화체제가 지향하는 통일국가는 1국가·2체제·2정부인 '한반도평화경제연합'으로 설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표현은 달리 했지만 북한정권과 대등한 방식으로 통합하는 1국가·2체제·2정부의 연방제 원칙에서는 차이가 없었다. 진보신당은 현재 조승수 국회의원 외 15명의 지방의원을 보유하고 있다.
 
민주당 박지원 "북한에서는 세습이 상식"

제1야당인 민주당은 어떤 대북 스탠스를 취하고 있을까? 천안함 폭침 이후 민주당은 종북은 아니어도 맹북(盲北)이라는 평가를 붙일 만하다. 실제 민주당의 공식적 발언은 북한의 개입설을 배제하고 국군에 대한 비난에 집중해 왔다.

지난 5월 20일 민군합동조사단 결과 발표 이후에도 북한 비판은 나오지 않았다. 같은 날 민주당은 "정부의 발표대로 천안함 침몰사건이 북한의 소행이라면 대단히 충격적이다"라고만 밝힌 뒤 "정부발표대로 우리 영토가 이렇게 허술하게 뚫렸다면 이는 이명박 정권이 책임져야 할 중대한 사건"이라고 했을 뿐이다.

한명숙 당시 민주당 서울시장 후보는 5월 29일 유세과정에서 이명박 정부를 가리켜 "46명의 꽃다운 청춘을 차가운 바다에 수장시키고 치욕의 패전을 자랑인양 당당하게 말하면서 선거를 관권 선거로, 선거 방해로 꽃다운 청춘의 목숨을 이용하고 있다"며 46명의 용사를 죽인 게 김정일 정권이 아니라 이명박 정권이라고 몰아갔다.

지난 10월 4일 이 같은 기류에 변화가 생겼다. 같은 당 신학용 의원(인천 계양갑)이 북한의 천안함 폭침을 전제한 폭로에 나서자 이튿날 "정부가 북측에 철저히 대응하지 못해 천안함 사건이 발생했다"는 대변인 성명이 나왔고 박지원 원내대표는 "신 의원이 국감 금메달을 땄다"며 격찬했다.

신 의원의 폭로는 "천안함 폭침 사건이 발생했던 날 우리 군은 북한 잠수정과 모선이 전날 항구에서 사라지고 해안포 전개(展開)된 걸 알았지만(문자정보망) 이를 무시했다"는 것으로, 한나라당은 "민주당이 드디어 천안함 사태가 북한 소행이라고 인정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박 대표는 10월 6일 "우리는 지금도 북한 소행인지 아닌지를 모르고 있으며 의혹을 갖고 있다"며 "(천안함 사고가) 북한의 소행이다, 아니다 여부를 규정한 적 없다"고 주장했다. 박지원 원내대표의 당혹스러운(?) 발언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천안함 폭침 이후 그는 △"북한의 (천안함) 공격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봅니다. 북한은 항상 그런 주장(대남 공격성 발언)을 해왔습니다. 과거에도 불바다를 만들겠다고 이야기한 적이 있는데 불바다 만든 적 없지 않습니까?"(2010년 4월 1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천안함 침몰 사고에 대해 일부 언론과 보수층에서 북한 소행설로 연기를 피우고 있다.… 만지작거리면서 북한 소행을 운운하면 안된다"(2010년 4월 1일 민주당 고위정책회의) △"군 당국과 정부는 북한의 소행이라고 연기를 피우지만 화재는 나지 않는다.… 과거 국민은 쿵 소리만 나도 북한의 소행이라고 믿었지만 민주정부 10년을 지나면서 우리의 성숙된 국민은 속아 넘어가지 않는다"(2010년 4월 6일 민주당 원내대책회의)는 식의 주장을 해왔다.

천안함 생존 장병들이 환자복을 입고 기자회견에 나섰을 때에는 △"국민 앞에 군인답게 보이는 것이 군인이지 환자답게 보이려고 위장하는 것은 군인이 아니다"(2010년 4월 8일 민주당 고위정책회의)라며 장병들이 환자로 꾸미고 있다고 했다.

논란이 된 박 원내대표의 발언은 하나같이 북한 정권과 관련돼 있다. 3대 세습에 대해서도 10월 10일 "북한에서는 그게 상식이다. 그것(후계)은 자기들 상식대로 하는 것이다. 영국 여왕 엘리자베스가에서도 아들로 태어나면 왕자 되는 거 아니냐"고 했다.
10월 19일에는 시진핑 중국 부주석이 지난해 5월 베이징을 방문한 김대중 전 대통령에게 "이명박 대통령은 한반도 평화의 훼방꾼이다"라는 말을 했다고 날을 세웠다. 그러나 김대중·시진핑 면담록 확인 결과 "훼방꾼" 발언은 없었던 것으로 드러나 또 다른 논란이 일었다.
 
진보·좌파 '북 붕괴 공포론'의 실체

이른바 진보·좌파 정치세력이 북한정권을 향해 편향된 입장을 보이는 이유는 다양할 것이다. 이념적 배경도 있고 정략적 목적도 있을 수 있다. 이른바 북한 붕괴에 대한 두려움도 한몫을 차지한다. 예컨대 박지원 원내대표는 지난 2월 24일 국회도서관에서 열린 '이명박 정부 대북정책 2년 평가와 제언'이라는 세미나에서 "독일 통일에서 우리가 보았듯이 과연 북한이 붕괴했을 때 우리도 살 수 있겠는가? 함께 망한다. 그래서 교류협력을 통해서 북한을 어느 수준에 올려놓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 원내대표의 2월 24일 발언은 음미해볼 만하다. 우선 독일 통일로 동독이 붕괴했을 때 서독은 망하지 않았다. 1990년 통일 이후 독일은 세계 수출 1위 자리를 지켰고 유럽 여러 나라가 겪은 물가대란·실업대란·금융위기도 겪지 않았다. 동구권은 거대해진 독일의 마르크 경제권에 편입돼갔다. 따라서 '독일 통일에서 보았듯이'라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

박 원내대표가 '북한이 붕괴했을 때'라고 말한 북한은 당연히 북한의 주민이 아니라 정권이다. 독일 통일로 서독이 망하지 않고 잘나간 것처럼 그가 말한 '우리도 살 수 있겠는가?'의 '우리'도 대한민국 또는 국민이 아니라 자신과 자신을 포함한 세력을 가리키는 것 같다. 이는 북한정권이 무너질 때 함께 무너질 것 같다는 두려움이 이른바 진보·좌파의 억지와 궤변의 배경이 됐다는 추측을 가능케 한다. 북한 붕괴 공포론은 '잘 몰라서'일 수도 있고 또 다른 이유가 있을 수도 있다. 그러나 배경이 무어든 북한정권을 무너뜨려서는 안된다는 이른바 진보·좌파의 강박감이 한국을 거짓과 선동의 도가니로 몰아가고 있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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