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그다드 성당서 인질극 120여명 死傷… 최악 참사

    입력 : 2010.11.02 03:00

    신도 등 80여명 인질로 반군 수감자 석방 요구
    보안군들과 4시간 대치 진압작전 중 58명 사망

    31일 오후 5시쯤. 바그다드 증권거래소 근처. 두 건의 차량 폭탄테러와 함께 '비극'이 시작됐다. 폭발과 동시에 증권거래소에 들이닥친 테러범들이 총을 쏴 경비원 2명이 죽고 행인 4명이 다쳤다. 곧바로 이라크 보안군이 출동했다. 테러범들은 증권거래소를 공격목표로 삼았으나 상황이 여의치 않자 성당으로 목표를 바꿨다.

    테러범들은 인근 '구원의 성모 성당'으로 도망갔다. 바그다드의 가장 큰 성당 중 하나로, 일요일 저녁미사를 맞아 80여명의 신도와 사제, 수녀, 경비원들이 있었다. 성당 신도 마르지나 얄다(Yalda)는 "성경 봉독을 하고 있는데 기관총을 들고 온몸에 수류탄을 주렁주렁 매단 남자들이 뛰어들어와 총을 쐈다"고 진술했다.

    1일 이라크 바그다드의 '구원의 성모 성당' 앞에서 이라크 보안군이 경비를 서고 있다. 전날 이 성당에서는 알카에다와 연계된 테러범들이 신도들을 붙잡고 인질극을 벌여 유혈사태가 발생했다. /로이터 뉴시스
    조용한 저녁 미사는 아수라장이 됐다. 교단에서 미사를 집전하던 신부와 수녀들이 총에 맞아 쓰러졌다. 성당 안의 참상을 목격한 보안군 병사는 "사람의 살점이 천장에까지 튀어 붙어 있었으며 많은 사람이 팔·다리를 잃은 채 병원으로 실려 갔다"고 말했다. 신도들은 비명을 지르며 예배당 뒤편의 방으로 도망갔다. 테러범들은 인질들을 뒷방에 가두고 문을 잠근 채 보안군과 협상을 시작했다. "이라크와 이집트의 감옥에 있는 반군 수감자들을 석방하라"는 요구와 함께 "아니면 기독교인을 죽이겠다"고 협박했다.

    보안군은 바로 성당을 둘러싸고 "인질들을 석방하고 자수하지 않으면 성당 안으로 진격하겠다"고 경고했다. 4시간에 걸친 팽팽한 대치가 이어졌다. 미군 지원군이 도착하자 보안군은 위치를 잡고 작전에 들어갔다. 현장에 있었던 영국 가디언지(紙) 기자는 "신호와 함께 보안군이 문짝을 부수고 진격해 들어갔고 성당 안에서 총격과 3~4차례 폭발음이 들려왔다"며 "생지옥이었다"고 전했다. 이라크 보안 당국은 테러범 8명을 생포하고 5명은 사살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보안군과 일부 인질도 진압작전 중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희생자는 인질과 경찰, 테러범 등 58명이 사망하고 60여명이 다친 것으로 집계됐다. AP통신과 CNN 등 외신은 이번 테러가 알카에다와 관련이 있으며 부상자 중 상태가 심각한 사람들이 있어 희생자는 더 늘어날 수 있다고 보도했다. 성당에서는 최대 80여명이 인질로 잡혀 있었으며 테러범의 수는 10명에서 15명 정도로만 알려졌다.

    알카에다와 연계된 무장단체 '이라크 이슬람 국가'는 이날 밤 웹사이트에 이번 사건이 자신들 소행이며 "이라크에서 기독교인을 박멸할 것"이라는 성명을 냈다. 이라크에는 한때 125만명에 달하는 기독교인(가톨릭 80%)이 있었으나 2003년 미국의 이라크 침공 후 감소해 현재는 55만명이 남아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이들은 종종 무장단체의 표적이 돼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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