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자(1918~2009) 화백과 천경자 화백(86), 조각가인 윤영자 전 목원대 교수(86)는 여성으로서 6·25 전쟁 등 어려운 시절을 겪어낸 작가들이다. 이들은 어려운 시절에 굴하지 않고 자신의 예술세계를 꾸준히 지켜냈다. 이 세 사람의 작품을 한자리에 모은 〈아름다운 만남〉전(展)이 지난 27일부터 서울 중구 남대문로2가 에비뉴엘 9층 롯데갤러리에서 열리고 있다.
작년에 타계한 이성자 화백은 프랑스로 건너가 미술을 본격적으로 공부한 뒤, 동양사상과 한국적인 정신을 화폭에 담아내고자 했다. 이 화백은 열정적인 작품 활동으로 프랑스 현지에서 인정받았지만, 상대적으로 국내 화단에서는 제대로 평가받지 못했다. 이번 전시에는 이 화백의 〈트리스탄과 이졸데〉 같은 초기작부터 타계 직전인 2008년까지 보여준 '우주' 연작 등 시기별 작품을 볼 수 있다. 〈트리스탄과 이졸데〉는 부드러운 색과 거친 파도를 통해 사랑이 가져올 행복과 위험을 동시에 보여준다.
천경자 화백의 작품은 〈여인〉〈미모사 향기〉 등 여인상을 중심으로 꾸며졌다. 여인의 아름다움이 환상과 날카로움의 혼재 속에서 더욱 빛을 발한다. 그러나 아름다움 뒤에 맞이해야 할 인생의 쇠락이 그림자를 드리우는 듯하다. 여인의 무심한 눈빛과 뚜렷한 이목구비가 아련함을 던진다.
윤영자 전 목원대 교수는 조각뿐 아니라 석주미술상을 제정해 여성 작가를 육성하는 등 여성 미술인을 위한 노력을 이어왔다. 이번 전시에 나온 조각 작품은 여성의 강인함과 모성을 잘 드러낸 것들로, 스테인리스 스틸로 제작한 〈토루소〉는 여성의 특징을 순간적으로 끌어낸 듯 강한 인상을 남긴다. 전시는 15일까지 열린다. (02)726-44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