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부천] [출동! 인턴기자] 유명문구 패러디로 신입회원 '유혹'

    입력 : 2010.11.02 03:03

    [출동! 인턴기자] 이색 대자보로 회원 확보 나선 인하대 유도부
    소녀시대·2AM도 등장시켜 "과거 이념 대자보와 딴판"
    회원 10명 확보 성과 거둬

    '유도 열심히 하면 엄마에게 맞아도 안 아픕니다' '소녀시대 윤아, 유도부에 와 있다' '가입했다 탈퇴해도 추노처럼 뒤쫓지 않는다'

    지난달 29일 오전 11시 인하대학교 정문 인근 게시판. 덩치가 '불곰'만한 인하대 유도부 동아리 회원 너댓 명이 이 같은 문구가 담긴 길이 50㎝짜리 대자보를 붙이고 있었다. 이들은 후배들을 신입회원으로 모시기(?) 위해 교내 곳곳에 대자보를 붙이고 있는 것이다. 부원들은 "과거 대학 총학생회 등에서 강경한 어투로 이념투쟁 등에 쓰였던 대자보는 아니다"라고 했다.

    신입회원 모집을 위해 게시판에 유명 문구를 패러디한 글을 붙이는 인하대 유도부원들. /김용국 기자 young@chosun.com
    대자보엔 최근의 드라마나 영화를 패러디했거나 인터넷에서 유행하는 최신 문구가 등장한다. '신입생! 네가 유도부에 가입하는 걸 허락한다' 가수 2AM의 노래 '죽어도 못 보내'를 인용한 '신입생은 죽어도 못 보내' '생긴 게 저화질이라도 쌍수들고 환영' 등이다. 영국 유명 프로축구팀으로 박지성이 활약하고 있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를 패러디한 '맨체스터 유도나이트'도 있다. 여학생 후배들을 의식한 문구도 있다. "강동원(영화배우)이 유도부에 들른 대" "유도부 남자들 생각만큼 더럽지 않다"….

    동아리 회장 김강동(24·언론정보학 4)씨는 "올해만 학교 곳곳에 400장의 대자보를 붙여 신입 후배 10명이 들어왔다"며 "'50장 붙이면 신입생 1명 들어온다'는 우리만의 전통이 생겼다"고 했다.

    유도부 회원 10여명은 매일 수업이 끝나는 오후 6시부터 8시까지 훈련한다. 이때 잠시 시간을 내 대자보도 같이 쓴다. 보통 40~50장을 재밌게 생각나는 대로 써본 뒤 그 중에서 10~20장을 엄선해 교내에 붙인다.

    올해 30주년을 맞이한 유도부는 2004년까지는 '신입생 모집'이라는 안내문만 간단하게 써붙여도 부원 확보에 별 문제가 없었다. 그러나 학생들이 점점 취업과 경력쌓기에만 관심을 보이자 학내 동아리 활동은 많이 위축됐다. 유도부도 회원 수가 줄어드는 등 어느 새 후배들에게 외면받는 동아리가 됐다. 위기감을 느낀 부원들은 "시대의 트렌드에 맞는 대자보를 만들자"고 결심했다. 유도부 창단에 앞장섰던 선배인 김도현(62)씨는 "최근 후배들이 시대에 맞게 더 발전시켜 무너져 가는 유도부를 되살려 자랑스럽다"고 했다.

    대자보는 학내 분위기뿐만 아니라 인터넷 공간도 활기차게 만들었다. 인하대 학생 홈페이지뿐만 아니라 네이버 등 포털사이트에도 이들의 대자보 사진이 올려져 있고 네티즌들은 " '유도부가 새 대자보를 붙였으니 보러가자!' '유도부 대자보 어록을 묶어 책으로 출간하자'"는 반응을 보인다. 심지어 다른 대학동아리에서도 '대자보 쓰는 노하우를 알려달라'고 연락이 오기도 했다고 한다. 유도부에 최근 가입한 키르키스스탄 유학생 에레네스트 코코조부(23·전기공학 2년)씨는 "유도뿐만 아니라 한국의 유머를 배울 수 있어 일석이조"라며 웃었다.

    유도부는 2009년 새만금 지평선배 전국유도대회 3위, 올해 인천시 유도대회 준우승을 하는 등 나름대로 '존재의 이유'를 실력으로 말하고 있다. 김씨는 "유도부를 '몸만 피곤한 동아리'가 아닌 '재치 넘치는 동아리'로 발전시킬 것"이라며 "유도 단수가 올라가는 만큼 개그 단수도 더욱 높일 수 있도록 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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