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브라질 룰라 대통령의 성공이 국내 左派에 주는 교훈

      입력 : 2010.11.01 23:30 | 수정 : 2010.11.01 23:49

      31일(현지시각) 실시된 브라질 대통령 선거 결선투표에서 집권 노동자당(PT) 지우마 호세프 후보가 승리해 브라질 역사상 첫 여성 대통령이 탄생했다. 그러나 현지 언론은 이번 대선의 주인공으로 이날 승리한 호세프가 아니라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실바 현 대통령을 꼽았다. 퇴임을 두 달 앞둔 룰라의 지지율은 80%를 넘는다. 브라질 국민은 8년간 대통령으로 재임한 룰라를 '역사상 가장 성공한 대통령'이라고 부른다.

      국가 지도자로서 룰라가 거둔 성공은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결과다. 2002년 말 룰라가 대통령에 당선됐을 때만 해도 전 세계가 브라질의 장래를 걱정했다. 빈민가 출신인 룰라는 어려서부터 돈을 벌기 위해 구두닦이와 땅콩·오렌지 행상 일을 해야 했고, 19세 때 공장에서 왼쪽 새끼손가락이 잘려나가는 사고를 겪기도 했다. 금속노조위원장을 거쳐 '노동자당' 창당을 주도한 룰라는 누가 봐도 '가난의 한(恨)을 가슴에 품고 사회 주류(主流)와 부유층에 적대감을 가진' 남미의 다른 좌파 지도자들과 다를 게 없어 보였다.

      룰라는 그러나 취임 후 특정 계층의 두목이 아니라, 전체 백성의 지도자로 변신했다. 이념에 얽매이지 않은 실용적 자세로 정적(政敵)까지 껴안는 유연함을 보여줬고 그런 정치력을 바탕으로 경제성장과 사회통합을 이뤄냈다. 브라질은 세계 경제 위기 때마다 국가 부도설이 나돌던 나라였다. 룰라는 2002년 대선에서 자신의 러닝메이트로 섬유재벌 조제 알렝카르를 지명했고, 취임 직후 미국 보스턴은행 CEO를 지낸 야당의 엔히크 메이렐리스를 중앙은행 총재에 임명했다. 이를 통해 그는 브라질이 시장경제 노선에서 일탈(逸脫)하지 않을 것이라는 메시지를 전 세계에 보냈다.

      룰라의 시장친화 정책은 당장의 위기를 모면하기 위한 조치가 아니었다. 룰라는 일관되게 정책을 밀고 나갔고 여기에 반발한 일부 여당 의원들이 탈당해 새 좌파 정당을 만들었다. 룰라 재임 중 가장 성공적인 사회복지 정책으로 꼽히는 기아(饑餓) 퇴치를 위한 '포미 제로(Fome Zero)'와 저소득층 지원 프로그램 '볼사 파밀리아(Bolsa Familia)'는 전(前) 정부가 시작한 사업이었다. 전임 정부의 점진적 복지 정책까지 계승한 룰라의 노력으로 지난 8년간 브라질 인구의 10%를 넘는 2000만명이 새로 중산층 대열에 합류했다.

      룰라 재임 8년간 브라질 GDP(국내총생산) 성장률은 연평균 5% 전후를 기록했고, 총 GDP는 3배 넘게 커졌으며, 외환보유액은 10배 가깝게 늘었다. 물가 상승률은 12.5%에서 5.6%로 낮아졌다. 룰라는 유럽이 아닌 다른 곳에서도 좌파(左派)가 성공적으로 국가 경영을 해 낼 수 있음을 입증했다. 룰라의 성공은 자신의 지지기반인 노동자·빈민의 대표를 넘어서 국민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온 국민을 아우르는 정치와 정책의 결과다.

      룰라와 같은 해인 2002년 대선에서 승리했던 한국의 좌파는 정반대되는 길을 간 끝에 2007년 선거에서 권력을 내줬다. 야당이 된 지금도 이 나라를 '가진 자와 못 가진 자'로 나누는 이분법에 의존하고 있고, 일부는 시대착오적인 친북(親北)·종북(從北)주의에 발이 묶여 있다. 국내 좌파는 '룰라 모델'을 공부하며 새로운 성공 방식을 찾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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