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 26일 오후 5시 목동에 있는 YBM/ECC 영어학원의 한 교실. 초등 고학년 학생들이 뒤섞여 영어로 열띤 토론을 하고 있다. 원어민 교사의 질문에 각자의 의견을 가감 없이 내세웠다. 이날의 주제는 '은퇴한 노인'. CNN 뉴스를 듣고 관련 물음에 답하거나 서로 의견을 나누는 형식으로 진행됐다. 이곳에서는 일주일에 2번 CNN을 활용한 영어 수업을 하고 있다. 계남초 3학년 최수윤군은 "시사적인 부분은 어렵긴 하지만 딱딱한 교과 위주의 공부가 아닌 관련 이야기를 알 수 있어서 좋다. 관련된 주제에 관한 토론도 할 수 있어서 재미있다"고 말했다.

◆초등생 사이에서 영어 뉴스 활용 공부법 인기

요즘 영어 뉴스를 활용해 영어 실력을 키우는 학생들이 많아졌다. CNN, AP 등을 활용한 영어 공부법이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지만, 성인을 대상으로 했던 과거와 달리 요즘은 초등, 중학생 사이에서 인기가 높다. 또한 활용도도 좀 더 폭넓어졌다. 과거에 영어 뉴스를 단순히 청취하기만 했다면 최근에는 관련 내용을 바탕으로 디베이트(토론), 읽고 쓰는 형식으로까지 다양해졌다.

특히 방과 후 학교에서 영어 뉴스를 활용한 영어 수업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일부 사립초등학교에서는 영어 수업시간에 영어 뉴스를 활용하는 경우도 생겼다. 영어 뉴스를 활용한 '구간 반복형 영어 News & Talk'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금성초 소진권 교사는 "고급영어에 대한 열망과 영어와 시사를 한 번에 잡을 수 있다는 점에서 영어 뉴스에 관한 관심이 높다. 관심이 높아지면서 뉴스를 활용한 전문 영어 교재까지 나올 정도"라고 말했다.

영어 학원가에서도 영어 뉴스에 대한 관심이 높다. 방학 기간에 단기적으로 영어 뉴스를 따라잡는 형식의 수업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YBM/ECC의 경우 수년 전 CNN을 활용한 영어 수업을 하다 반응이 좋아 지난 9월 자체 연구 개발한 온라인 전문 영어 뉴스 학습 프로그램인 CNN4U까지 론칭했다. CNN4U는 CNN 뉴스를 온라인으로 학습할 수 있도록 다양한 멀티미디어 기능을 탑재한 학습시스템이다. 이 밖에 학생들을 위해 제작된 영어 뉴스 사이트도 나왔다. 'CNN Student News(edi tion.cnn.com/studentnews/)'는 학생들이 활용하기 쉽도록 읽는 속도를 달리했다.

◆영어뉴스 활용 공부법의 유의점

그렇다면 영어 뉴스를 활용한 공부법이 인기 있는 이유는 뭘까. 전문가들은 우선 고급 영어를 구사하고 싶은 요구가 커졌기 때문임을 첫 번째로 꼽는다. 소진권 교사는 "학생들의 영어 실력이 점차 높아짐에 따라 좀 더 일찍부터 수준 높은 영어를 접하려는 열망에서 나온 현상이다. 영어 공부는 물론 그 나라의 문화와 시사까지 배울 수 있다는 일석이조의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영어 뉴스는 고급 어휘로 구성된 양질의 읽기 자료를 제공한다. 육하원칙에 따라 쓰인 기사를 통해 논리적인 영어 글쓰기 학습 또한 가능하며 최신 시사 이슈도 꼼꼼히 챙길 수 있다는 의미다. YBM/ECC 교육연구소 윤세은 연구원은 발음을 꼽는다. 그는 "경제, 외교, 과학, 사회 등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검증된 앵커들의 정확한 발음을 통해 접하면서 듣기, 말하기 실력을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반면 전문가들은 영어 뉴스를 활용할 때 반드시 현재의 영어실력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한다. 너무 어려운 뉴스로 공부할 경우 오히려 스트레스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영어를 어느 정도 자유롭게 구사하는 상위권 학생에게 적합한 학습법이다. 공부를 시작하기 전 효과적인 학습을 위해 뉴스가 자신의 수준에 적합한지 미리 점검하는 것이 좋다. 전체적인 흐름과 내용을 80% 정도 이해하는 것이 적합하다.

윤세은 연구원은 "많은 양을 공부하려고 욕심내기보다는 수준에 맞는 한두 꼭지 뉴스 아이템을 선정해 학습하는 것이 효과적이다"고 귀띔했다. 또한 담당 영어교사의 경우 학생들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시사 이슈보다는 긍정적이고 밝은 것을 선택해 활용하는 것이 적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