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해양부 국정감사가 열리던 지난 7일 정오, '4대강 반대' 의병대장 격인 민주당 모 의원이 트위터에 글을 올렸다. 수자원공사의 재정악화가 초래할 가능한 시나리오 5개로, 그중 두개는 '물값 오른다'였다. '4대강은 곧 물값 인상'이란 그 단문(短文)은 팔로어 1만여명에게 즉시 전파되었다.

트위터를 포함한 소셜네트워크 이용자가 곧 1000만명을 넘어설 것이라는 예상이다. 소셜네트워크는 소통 부재의 한국 사회에 혁명을 몰고 왔다. 계층·학력·세대를 가로지르는 대화와 토론의 장이 열린 것이다. 시민들은 수천, 수만 명과 함께 사이버 공간에서 제조한 쟁점·의견·가치관을 들고 현실세계로 나온다. 마치 아바타의 언행이 거꾸로 주인에게 영향을 미치듯이 말이다. 한국 사회는 이미 그런 세계로 진입했다.

평범한 가정주부 L씨(56세). 타자수 출신인 그녀는 일찌감치 컴퓨터 자판에 적응했다. 그녀는 아침에 남편과 아이들을 내보내고 집안일을 끝내고 나면 인터넷에 접속한다. 매일 출석부를 끊는 곳은 여성 커뮤니티인 '미즈넷'. 경상도 종갓집 맏며느리인 그녀에게 '며느리 희로애락'은 빠뜨려서는 안 될 수다방이고, '미즈쿡'은 제사 음식에 쓸 새로운 레시피들이 가득한 정보통이다. 사회적으로 큰 이슈가 있을 때에는 아고라에도 들어간다. 토론방에 열심히 댓글을 다는 열혈 네티즌들을 이해할 수 없지만, 그들의 주장에 귀를 기울이기도 한다.

그래픽=김현지 기자 gee@chosun.com

같은 세대에 속하는 노동자 P씨(48세)는 서울 근교 영세공장 직공이다. 월수입 150만원으로 세 식구를 먹여 살려야 하는 고단한 중년 남자에겐 최신 휴대폰을 살 돈도 없고 쓸 시간도 없다. "아홉시 뉴스는 일주일에 두 번쯤 보고, 신문도 비싸서 끊었어요." 그의 구닥다리 휴대폰이 문자 도착 수신음을 냈는데도 그는 무심했다. "전화도 뭐, 받는 거나 하지. 문자 볼 줄 몰라요." 먹고사는 데 지친 그에게는 모바일이 전하는 정보가 사치였고, 주변에서 주워들은 얘기나 자신의 경험만으로 세상을 보는 듯했다.

가치관과 의식 형성에서 그동안 소득과 직업을 결정하는 학력의 효과는 절대적이었다. 그러나 21세기엔 사정이 달라졌다. 고학력자들의 사회의식과 이념성향은 한마디로 규정할 수 없을 만큼 복잡해졌다. MBA 학위가 있고 여의도 금융회사의 차장인 K씨(41세)는 직장일이 너무 바빠 신문 보기도 힘들다. 최근 그는 트위터와 인터넷 포털에 재미를 붙였다. 인터넷 카페에서 여행과 영화정보를 자주 얻어왔던 그는 쌍방적이고 즉각적인 반론이 가능한 트위터의 매력에 푹 빠져 있다. "트위터에는 일반인, 기자, 정치인, CEO, 교수, 직장인 모두 들어오잖아요. 얘기가 서로 되더라고요." "말도 하기 싫어요." 그는 현 정권에 대해 딱 잘라 말했다.

송호근 교수(오른쪽)가 수퍼마켓 주인과 인터뷰하고 있다.

이에 비하면 고졸 학력의 수퍼마켓 주인인 J씨(58세)는 세상 살기가 힘들다고 푸념하면서도 현 정권에 지지를 보냈다. 대형 수퍼의 횡포에 골목상권이 다 죽어간다고 목소리를 높이면서도 그게 다 약자의 운명이지 어떻게 하겠느냐는 체념 조의 반문을 했다. 그의 옆에는 소형 TV가 계속 켜져 있었는데, 인터넷은 아예 다른 나라의 얘기였다. 모바일은 경제적 여력이 없어 꿈도 꾸지 못한다고 했고, 한 달에 한 번꼴로 참가하는 유통업자 친목회가 세상과 접선하는 유일한 창구였다.

대학생들 역시 천차만별이다. 소위 '공신(工神)'들을 모아놓은 서울대 강의실, 예비 여론주도층인 학생들에게 필자가 물었다. "신문 보는 사람?" 100명에 10명 될까 말까 한 숫자였다. 그들의 주 정보원은 인터넷 포털이다. 뉴스는 헤드라인만 대강 훑고, 곧장 동호회와 싸이월드를 클릭한다. 이것도 요즘 싫증이 나서 좀 더 흥미진진한 것을 찾는다. 친구들과의 대화와 토론이 이들의 의식 형성의 주된 원천인데, 고학년이 될수록 취업에 필요한 정보 사이트로 집중되는 경향을 보인다.

연구팀이 우리 사회 곳곳을 인터뷰한 결과 웹(Web)과 앱(App) 문화가 지역과 계층 등 의식 형성의 20세기적 결정 요인들을 밀쳐낸다는 사실, 그리고 종이 신문과 방송의 논조를 더 넓은 정보의 바다에 띄워 객관화하려는 태도가 현저했다. 그것을 '성찰적 태도'라고 해도 좋을 것이다. 주관적 판단을 타인의 생각과 섞어 되새김질하는 정보 환경을 조성한다는 의미에서 소셜미디어는 '성찰적 사회(reflective society)'의 총아다.

일부 전문가들은 소셜미디어가 모바일 저널리즘을 활성화해서 강력한 '시민권력'을 만들어낼 것으로 기대하지만, 아직은 조금 이른 듯하다. 사이버 공간의 여론주도층은 고작 1%, 댓글을 통해 의견을 개진하는 열혈 네티즌이 15% 정도이고, 85%의 네티즌은 그냥 침묵한다. 소셜미디어에 가담한 집단과 그렇지 않은 집단 간의 균열도 고려사항이다. 소셜미디어를 사용하지 않는 계층, 경제적 여력이 없거나 무관심한 집단이 아직 성인 인구의 절반가량이라고 보면, 한국인의 '의식의 지도'는 이제 결코 단순하지 않다.

[트위터 고수가 전하는 트위터 생활백서]

[[Snapshot] 여야 정치인 180명 간의 '트위터 네트워크 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