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안중근 의사 기념관 12개 기둥 의미는…

    입력 : 2010.10.13 03:03 | 수정 : 2010.10.13 10:02

    올해의 건축상 답사… 건물에 숨겨진 상징들
    안중근 의사 기념관… 12개 기둥 '단지동맹' 상징
    탄허기념 박물관… 108개 쇠막대 '입문' 의미
    타임스퀘어… '미니도시' 콘셉트로 설계

    건축물은 단순한 콘크리트의 집합체 이상이다. 소재와 구성 하나하나에 설계자의 의도가 담겨 있다. 건물 곳곳에 숨겨진 상징과 이용자들을 위한 배려 등을 찾아내는 작업은 '보물찾기'와 비슷하다.

    서울시의 올해 최고 건축물을 둘러보는 답사가 지난 10일 열렸다. '2010 서울 건축 문화제'의 하나로 마련된 이 프로그램은 제28회 서울시 건축상을 받은 안중근 의사 기념관, 탄허기념 박물관, 타임스퀘어 등 건축물 3곳을 탐방하는 코스로 꾸며졌다. 시민 35명이 참여했고, 각 건축물을 직접 구상한 설계자들이 설명을 해주었다.

    ◆안중근 의사 기념관: 12개 유리 기둥은 독립의지 상징

    중구 남대문로 5가 남산공원 옆에는 연면적 3756㎡의 건물이 있다. 작년 구관을 철거하고 올 7월 준공돼 공공건축부문 최우수상을 받은 안중근 의사 기념관이다. 반투명 이중 U자형 유리로 된 12개 네모기둥이 결합한 형태로, 건물의 맨 오른쪽 상단에는 '安重根(안중근)'이라는 글자가 쓰여 있다.

    사진 위쪽은 12개의 기둥으로 단지회(斷指會) 12인을 상징한 안중근 의사 기념관으로, 투명 유리창으로 된 기둥이 안중근 의사를 상징한다. 사진 아래는 탄허기념박물관 앞에서 한울건축 이성관 대표가 건물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 모습(왼쪽)과, 매장 위층으로 올라가는 에스컬레이터가 두드러지게 설계된 영등포구 타임스퀘어(오른쪽). /박영채 사진작가 제공·김성민 기자

    기념관이 들어선 터는 일제 식민지배의 상징인 조선신궁(朝鮮神宮)이 있던 곳이다. 이 건물을 설계한 임영환 D·림 건축사사무소 공동대표는 "신사참배를 강요받던 치욕의 장소에 '항일'의 상징인 안중근 의사 기념관이 들어선 것으로 의미가 깊다"고 했다.

    기념관 입구는 건물 뒤편에 있는데 지하 선큰 형태로 뚫린 경사로를 따라 돌아서 들어가야 한다. 진입로 벽에는 안중근 의사의 친필과 단지(斷指)한 손바닥 모양이 새겨져 있다. 임 대표는 "입구로 가면서 안중근 의사의 길을 따라가는 느낌이 들도록 조성했다"고 말했다.

    건물은 12개의 기둥이 솟아 있는 형태다. 이는 안중근 의사와 함께 자신의 무명지를 끊고 대한독립을 맹세했던 '단지동맹 12인'을 상징한다. 건물 외관은 반투명한 이중 U자형 유리로 구성됐다. 임 대표는 "남산의 푸름을 머금으면서 부드러운 카리스마를 드러내도록 U자형 유리를 사용했다"며 "12개 기둥 중 하나는 안중근 의사를 상징하기 위해 투명 유리로 만들었다"고 말했다.

    기념관 내부 중앙에는 안중근 의사의 좌상이 있는 참배홀이 있다. 참배홀 천장에서 떨어진 자연광이 안 의사의 동상을 비춘다. 2층 마지막 전시실 관람을 마치고 투명 유리창으로 돼 있어 멀리 한강까지 조망이 가능한 남측 계단을 따라 밖으로 나오면 된다. 기념관은 오는 26일 정식 개관한다.

    ◆탄허기념 박물관: 전통사찰을 현대적으로 재해석

    강남구 자곡동 285번지에 있는 탄허기념 박물관은 올해 일반건축부문 최우수상을 받았다. 지하 1층, 지상 3층으로 연면적이 1498㎡인 이 건물을 설계한 이성관 한울건축 대표는 "전통사찰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고전 한국미와 현대적인 느낌을 조화시켰다"고 말했다.

    탄허(1913~1983) 스님은 불경을 국문으로 번역하는 데 큰 공을 세운 고승이다. 이 박물관은 이러한 탄허 스님의 사상을 공간적으로 표현했다. 건물을 둘러싼 투명한 유리에는 불교 경전 중 하나인 '금강경(金剛經)'이 흰색 글씨로 새겨졌고, 내부에는 신자들이 찾아와 강연을 들을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됐다. 이 대표는 "불교적 상징과 함께 사람들이 가장 편안하게 느낄 수 있도록 꾸몄다"고 했다.

    박물관 입구 옆에는 '입문'의 의미를 지닌, 빨갛게 녹이 슨 5m 높이의 쇠막대 108개가 세워졌다. 건물은 법당처럼 신발을 벗고 들어가야 한다. 박물관은 3층 한쪽에 마련됐고, 2층의 150평 규모의 강당 앞에는 금강경이 양각으로 새겨져 있다. 강당의 창(窓)이 자동으로 위로 접히며 열리면 건물 사이에 잔잔히 고여 있던 물이 흘러내리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창가에는 팔을 기대기 편하게 45㎝ 높이의 '머름(창 아래를 막는 나무)'을 설치했다. 이 대표는 "편하게 앉아 있을 수 있도록 전통한옥의 머름을 재해석했다"며 "바닥부터 창문까지의 높이는 사람이 가장 아늑하게 느끼는 2.4m가 되도록 설계했다"고 말했다. 지하철 3호선 수서역에서 분당방향으로 1㎞, 걸어서 15분 거리인 이 건물은 오는 11월 정식 개관한다.

    ◆타임스퀘어: 도심 재생의 롤 모델

    영등포구 영등포동에 있는 34만895㎡ 규모의 대형복합시설 타임스퀘어는 건축물을 통한 도심 재생이라는 관점에서 많은 점수를 얻어 올해 서울시 건축상 대상을 차지했다. 서울의 4대 부도심 중 하나인 영등포에 들어선 이 건물은 그동안 죽어가던 영등포 상권을 되살렸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 건물을 설계한 정림건축의 이상포 설계본부 이사는 "업무와 숙박, 여가를 동시에 해결하는 '미니 도시'를 만드는 콘셉트였다"며 "이곳을 찾는 사람들을 어떻게 대형 건물 곳곳으로 이동시키는가 고민을 많이 했다"고 말했다.

    타임스퀘어는 넓은 통로와 매장, 높은 천장이 특징이다. 넓은 공간에서 여유롭게 쇼핑을 즐길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입구로 들어서면 나오는 아트리움에서는 여러 층의 매장과 높은 천장이 한눈에 보인다. 천장은 유리로 돼 있어 자연광이 들어온다. 1층에서 시작하는 에스컬레이터는 단숨에 4층까지 오른다. 이 이사는 "아트리움에 들어온 고객을 위로 끌어올리는 설계를 했다"며 "이동하면서 곳곳에 배치된 매장을 한 번이라도 보도록 동선(動線)을 조절했다"고 말했다.

    옥상은 전체의 18%가 녹지화돼 '스카이 파크(하늘 정원)'로 불린다. 조경 콘셉트는 '자연'으로, 건물 벽이나 기둥도 나뭇가지 모양이다. 곳곳에 나무를 심고 푸른 잔디를 깔아 쇼핑에 지친 사람들이 휴식을 취하도록 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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