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 9월 30일 후계자 김정은(27)을 포함해 이번 노동당 대표자회를 통해 새로 구성한 지도부 단체사진을 전격 공개했다. 안보부서 당국자는 "북한에서 권력은 김정일·김정은 등 '김씨 집안'과 가까울수록 커진다"며 "지도부 단체사진을 보면 김정은 시대의 권력지도를 읽을 수 있다"고 말했다.

"김정일·김정은과 가까울수록 권력자"

당기관지 노동신문이 1면에 공개한 사진에는 모두 244명이 등장한다. 이 중 70명(28.7%)이 군복을 입고 있다. 사진을 본 안보 부서 당국자는 "김정일을 중심으로 맨 앞줄부터 9번째 줄까지 철저하게 권력 서열에 따라 서 있다"고 말했다. 첫 줄에는 김정일·김정은 부자와 김경희(김정은 고모) 등이 보인다. 특히 눈에 띄는 것은 김정일과 김정은 사이에 앉은 리영호(68) 총참모장이다. 그는 당 최고위직인 정치국 상무위원과 중앙군사위 부위원장에 올랐는데 김정은 시대를 이끌 군부 핵심으로 평가된다. 사진상 김정은 왼쪽에 차례로 앉은 김영춘(74) 인민무력부장과 이을설(89) 인민군 원수는 대표적인 군 원로들이다. "김정은도 김정일처럼 충성한 군 원로는 우대할 것"(통일부 관계자)이란 관측이 나온다.

첫 줄에는 주로 정치국 상무위원과 정위원, '혁명 원로'들이 앉아 있다. 사진상 김정일 오른쪽으로 김영남(82) 상무위원 겸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최영림(80) 상무위원 겸 총리, 김철만(92) 전 국방위원, 김국태(86) 정위원, 김경희(64) 정위원 겸 당 경공업부장, 김기남(81) 정위원 겸 당 선전비서, 강석주(71) 정위원 겸 부총리, 변영립(81) 정위원 겸 최고인민회의 서기장, 홍석형(84) 정위원 겸 당 계획재정부장 등이 위치했다. 사진상 김정일 왼쪽으로는 리영호·김정은·김영춘·이을설에 이어 전병호(84) 국방위원 겸 전 군수공업부장, 최태복(80) 정위원 겸 최고인민회의 의장, 양형섭(85) 정위원 겸 최고인민회의 상임부위원장, 리용무(85) 정위원 겸 국방위 부위원장, 주상성(77) 정위원 겸 인민보안부장(경찰청장) 등이 자리를 잡았다. 북한은 이날 단체사진을 설명하면서 김정일·김영남·최영림·리영호에 이어 김정은 이름을 소개했다. 이를 두고 일본 NHK 방송은 "김정은이 북한 내 권력 서열 5위로 나타났다"고 전했다.

둘째 줄에는 정치국 후보위원들과 당 중앙군사위원들이 대거 보인다. 황북 책임비서에서 단숨에 당 비서·중앙군사위원 등을 거머쥔 최룡해(60)는 김정은 바로 뒤에 서 있다. "김정은 뒤를 봐줄 사람이라고 선전하는 것 같다"(고위 탈북자)는 얘기가 나온다. 최룡해는 김일성의 빨치산 동지인 최현 전 인민무력부장의 아들로 김정일 신임이 각별하다. '천안함 주범' 김영철 정찰총국장(군사위원)도 사진 오른쪽에 자리했다. 이번 당 인사에서 빠졌던 오극렬(79) 국방위 부위원장은 군부 인사 중 김정일과 가장 가까운 곳에 배치됐다. 사진상 오극렬 왼쪽이 장성택(김정은 고모부) 당 행정부장이다. 지방당 책임비서(도지사)들과 내각 부총리들이 셋째 줄에, 내각 상(장관)들은 넷째 줄에 있다. 통일부 당국자는 "김정은 시대 파워 엘리트들이 단체 사진을 찍은 것"이라고 했다.

총참모부 중심의 '신군부' 급부상

정부 핵심관계자는 "이번 인사의 특징은 실제 무력(武力)을 행사하는 총참모부가 중심이 된 '북한판 신군부'의 전면 등장"이라고 말했다. 리영호(68) 총참모장을 필두로 그의 직속 부하인 최부일 부총참모장은 이번에 김정은과 함께 '대장' 계급장을 달았다. 김정은이 부위원장이 된 중앙군사위에도 김명국(70·대장) 총참모부 작전국장과 총참모부 직할인 정명도 해군사령관, 이병철 공군사령관 등이 위원으로 뽑혔다. 총참모부의 약진은 작년 1월 총참모부 대변인이 군복을 입고 TV에 나와 "남한과 전면 대결 진입"을 외칠 때부터 시작됐다는 관측이다. 김정은이 후계자로 내정된 것도 이 무렵이다. 김정은이 총참모부에서 후계 수업을 받았을 가능성도 있다.

한편 '군 서열 2위'인 조명록(82) 국방위 제1부위원장은 총정치국장에서, 김영춘(74) 인민무력부장은 국방위 부위원장에서 각각 물러난 것 같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북한은 이들의 프로필을 공개하면서 조명록에 대해선 '총정치국장을 거쳐', 김영춘에 대해선 '국방위 부위원장을 거쳐'라는 표현을 썼다. 조명록은 지병 때문에 이번 기념 촬영에도 빠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