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씨 왕조' 3대 세습이 실체를 드러낸 가운데 탈북자들은 3대 김씨(김일성·김정일·김정은)에 대한 이미지가 대를 이어 갈수록 더 나빠지고 있다고 전했다. 김일성이 광폭정치를 펼친 '인민의 어버이'였다면, 김정일은 '독재자' '폭군'이었고, 김정은은 아직 세상 이치도 못 깨우친 '햇강아지'라는 것이다.

많은 탈북자들은 김일성에 대해서는 나쁜 감정이 없다고 말한다. 이는 김일성시대의 북한 상황이 그다지 나쁘지 않았기 때문도 있지만 인민 친화적인 이미지를 보여준 김일성의 통치수법과도 관계가 있다.

한 탈북자는 "김일성은 '인민의 자애로운 어버이'로 불렸다"며 "많은 북한 주민들은 김일성이 사망했을 때 진심으로 슬퍼서 눈물 흘렸다"고 회고했다. 그는 "김정일 시대에 와서 몰락한 노년층들은 '수령님(김일성)이 계실 때가 좋았다'고 입버릇처럼 말하곤 했다"고 전했다.

반면 김정일은 북한 주민들에게 불신과 두려움의 대상이다. 고위 당 간부 출신의 탈북자는 "김일성 집무실에서는 온화한 느낌이 들었는데 김정일 집무실에 들어서면 등골이 서늘해졌다"며 "북한 간부와 주민들은 김정일이 두려워 벌벌 떨었다"고 전했다.

탈북자들에 따르면 북한 주민들은 '간부들은 도둑놈, 죽일 놈'이라는 말로 김정일 정권에 대한 불만을 간접적으로 표현한다. 일제강점기를 경험했던 북한 노인들은 "일제강점기에도 기차가 정시로 다니고, 대두박(콩깻묵)일망정 배급은 제대로 줬다"며 "철도를 비롯한 모든 경제가 마비되고 몇백만이 굶어 죽은 '노동당 시대'의 지도자 김정일은 일본놈보다 더 악질"이라고 말했다.

한편 탈북자들은 김정은에 대해서는 김일성에 대한 '존경'도, 김정일에 대한 '공포'도 느끼지 않는다. 한마디로 어린애라는 것이다. 올해 초 탈북한 송모(30)씨는 "북한 당국은 김정은이 할아버지(김일성)로부터 내려온 '혁명업적'과 전통을 계승했다고 선전하지만 북한 주민들은 전혀 환상을 갖지 않는다"며 "사람들은 어린 아들을 권좌에 앉히려는 김정일의 욕심에 어이가 없다는 입장"이라고 전했다.

한 고위 탈북자는 "주석(김일성)의 아들로 태어난 김정일이 안하무인으로 자라나 폭군이 됐는데 김정은 역시 김정일의 권세를 믿고 자기 하고 싶은 대로 하는 망나니"라며 "김정일에 대한 북한 주민들의 불신이 '아버지를 똑같이 닮았다'는 김정은에 대한 반감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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