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대담] "생물 다양성의 표본인 DMZ… 세계자연유산으로 보존해야"

    입력 : 2010.09.29 03:00 | 수정 : 2010.09.29 08:02

    서울 온 생물학자 제인 구달·피터 크레인 박사, 최재천 교수가 만나다
    제인 구달 박사 "불굴의 인간 의지와 자연의 회복력 믿어… 지구를 살릴 희망 있어"
    피터 크레인 박사 "새로 만들 국립생태원, 생태 모니터링 활동에 대중들이 참여할 기회로"

    동물학자이자 환경운동가 제인 구달(Goodall·76) 박사는 "생물다양성의 표본인 한반도 비무장지대(DMZ)를 사람들 손에 훼손되지 않을 세계자연유산(World Heritage Site)으로 두어야 한다"고 했다. 탄자니아 야생에서 침팬지들과 반세기 동안 교유한 이 '현장 생물학자'를 두고, "그녀에게 빚지지 않은 현존 생물학자는 없다"고 학계에서는 얘기한다.

    피터 크레인(Crane·56) 미 예일대 산림생태대학원장은 "생태적 가치는 미래의 자산으로 따질 일이지, 당장의 경제적 효율로 재단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교육과학기술부의 '세계수준 연구중심 대학(WCU)' 프로젝트와 환경부 국립생태원 건립 작업(2012년 충남 서천 개관 예정)에 참여 중인 이 학자 겸 행정가는, '꽃의 진화' 분야의 권위자다.

    각각 동물·식물을 연구하는 영국 출신 두 학자와 최재천(崔在天·56) 이화여대 교수가 28일 조선일보 편집국에서 대담을 가졌다. 최 교수와 크레인 원장은 30일 이화여대에서 열리는 '생물다양성 보전과 연구의 교류협력' 심포지엄의 준비위원장이며, 구달 박사도 여기에 참석한다. 두 학자가 최 교수의 질문에 답했다.

    제인 구달(가운데)은 “50년 전 탄자니아로의 침팬지 탐구 여행은 내게 선택이라기보다는 필연이요 운명이었다”고 했고, 피터 크레인(왼쪽)은 “작은 화석(化石)을 실마리로 한 ‘꽃의 진화’ 연구가 세계의 진화와 오늘을 설명해 준다”고 말했다. 이 세계적 동·식물 학자와 최재천 이화여대 교수는 각국 당국자와 경제학자를 향해 “환경·생태 분야를 단기적인 경제효율 측면이 아니라 미래 자산으로 보는 시각이 절실하다”고 촉구했다. /이태경 기자 ecaro@chosun.com

    ―(구달 박사에게) 아프리카 침팬지 탐구에 바친 지난 50년을 회고해 주시죠.

    "소형 비행기로 침팬지의 땅, 탄자니아 곰비 국립공원 상공을 처음 날 때 그 규모와 아름다움은 충격이었어요. 위성항법장치(GPS)를 비롯해 반세기 동안 연구방법이 여러모로 진화됐지만, 그보다 산림이 헐벗게 되면서 침팬지들이 여러 곳에 흩어진 채 수인(囚人) 같은 생활을 한다는 사실이 더욱 확실한 변화입니다."

    ―침팬지가 도구를 쓴다는 사실과 육식을 겸한다는 사실은 동물에 대한 시각을 뒤바꾼 구달 선생의 혁신적인 발견이었죠.

    "침팬지가 도구를 만들어 사냥이나 음식 나누기에 쓴다는 사실은 무척 흥미진진한 것이었죠. 우리와 친밀한 종(種), 그리고 그들의 서식지를 이해하는 일은 인류의 초기 행동 양태나 진화 과정에 대한 이해를 돕는다는 게 은사인 루이스 리키 박사(구달을 곰비 국립공원의 연구자로 추천한 저명 인류학자)의 지론이기도 했고요. 침팬지가 호숫가에 산다는 사실도 어떤 실마리가 될 것이란 기대를 줬지요."

    ―개인적으로, 또 한국 연구자로서 처음으로 영장류에 대한 연구 논문 발표를 앞두고 있는데 '왜 하필 영장류냐'는 반응이 많습니다.

    "영장류 연구는 그들을 이해하는 작업일 뿐 아니라, 인류의 진화과정과 우리가 왜 오늘날 이 모습이 됐는가를 요해(了解)시키는 단서를 준다는 점에서 중요하지요."

    ―(크레인 원장에게) 꽃을 연구주제로 선택한 이유는 무언가요?

    "학문적 동인(motivation)은 유인원과 마찬가지입니다. 우리를 지금 이곳에 오게 한 세상을 역사적인 시각을 갖고 더 폭넓게 이해하도록 하니까요. 식물의 화석이나 유전자 연구의 발전상은 무척 놀랄 만한 수준이고, 그 모든 게 우리 사는 세상에 대한 이해를 심화시킨 겁니다. 숲(식물)과 영장류(동물)는 서로 밀접하게 연결돼 있고, 지구의 미래를 생각할 때 이런 연관성을 잊어서는 안 되는 겁니다."

    ―생물다양성과 식물의 진화라는 시각에서도 동·식물 간의 연관성이 중요하겠지요.

    "곤충의 다수가 식물에 의존해 살죠. 생물 다양성의 기원을 이해하려면 식물의 분화 과정을 이해해야 하는 겁니다. 현재 지구를 덮고 있는 대부분 식물의 진화는 동물에 비해 상대적으로 최근에 이뤄진 것이니까요. 식물은 짧은 기간에 엄청난 진화가 이뤄졌고, 이것이 곤충의 분화를 자극한 것입니다."

    ―(구달 박사에게) 이번 신간('희망의 자연') 제목에도 '희망(Hope)'이란 단어를 넣었네요.

    "치명적인 오염·파괴·멸종으로 곳곳에서 절망감이 터져 나오지만, 불굴의 인간정신과 자연의 회복력이 있기에 희망은 아직 있습니다. 희망은 전파력이 강하고 우리와 지구를 살립니다. 희망을 간직한, 포기를 모르는 영웅들이 있다는 건 황홀한 일이고 제게 영감을 주지요."

    ―청소년 환경운동 '뿌리와 새싹'을 전 세계에서 벌이고 있죠.(구달 박사가 1991년 만든 이 단체는 121개국에 회원을 두고 환경파괴적 기업이 만든 상품 불매, 물고기 방사 같은 작지만 의미 있는 실천을 강조한다.)

    "눈을 감고 자기가 좋아하는 나무를 상상해 봅시다. 나무에서 처음 나온 뿌리와 잔가지는 작고 연약해 보이지만, 강한 생명력으로 마법과도 같이 바위나 돌 틈을 뚫고 물가와 햇볕에 닿습니다. 어른들의 탐욕이 빚은 바위와 벽을 뿌리와 새싹 같은 젊은이들이 뚫을 수 있다는 겁니다."

    ―(두 사람에게) 두 분은 엘리자베스 영국 여왕으로부터 여왕의 작위를 받았습니다. 어떤 이유에서라고 생각합니까?

    구달="글쎄요, 잘 모르겠어요. 기억이 안 나요."(웃음)

    크레인="환경보전과 원예학, 두 부분 때문인 것 같습니다. 세계에서 가장 규모가 크고 영향력 있는 큐 왕립식물원을 비롯해 여러 기관에서 일한 것이 제겐 행운이었습니다."

    ―급격한 통일 또는 북한 붕괴에 대비해 꼼꼼한 한반도 DMZ 환경보전 대책이 있어야 할 텐데요.

    크레인="DMZ는 남북 폭이 4㎞에 불과한 좁은 띠 형태지만 멋진 기회의 땅이 될 미개척지입니다. 장기적 안목이 필요하지요."

    구달="DMZ 지역에 도로를 놓지 말고 지하터널 또는 고가도로 형태로 건설하기를 바랍니다. 세계자연유산이나 평화공원으로 만들어 환경파괴 행위를 강력히 통제하는 게 필요하겠죠."

    ―(크레인 원장에게) WCU를 통해 무얼 성취하길 바랍니까?

    "한반도에 내린 큰 특혜를 버려선 안 된다는 것, 여기엔 한반도의 진화 과정이나 DMZ 연구 같은 것이 포함됩니다. 대학들은 전공에 얽매이지 말고 더 넓은 시야를 갖고 학문 간 융합에 나서야 합니다. 생물학처럼 한 분야를 예로 들면, 유치원부터 대학(원)까지 일관된 체계가 필요하고요."

    ―한국엔 아직 국립 자연사박물관조차 없습니다. 새로 만들 국립생태원은 어떤 목표를 갖길 바랍니까?

    "정책입안자·경제학자가 생태의 가치를 경제적 효율로 따지는 건 어리석은 일입니다. 환경·생태는 지구 전체의 생존이 달린 근원적 가치라는 데서 출발해야죠."

    ―(구달 박사에게) 기후변화는 세계적인 이슈입니다. 기후변화가 생물다양성을 해친다는 점은 더 심각하고요.

    "우리는 문제를 심각하게 여기면서도 어리석은 결정을 내리고 있어요. 과학적 사고와 접근이 더욱 확산돼야 합니다."

    ―50년 전 탄자니아행을 택한 모험에 후회는 없나요?

    "당시엔 주저함조차 없었고, 이제 와선 선택이라기보다 운명이었다고 봅니다. 과학자가 되리라곤 꿈도 못 꿨는데 침팬지 덕분에 박사 학위까지 받고 강연도 하게 됐죠. 벌채되는 나무와 환경 문제까지 관심이 넓어졌고요."

    ―다시 태어나도 같은 길을 걸을 건가요?

    "짧게 말하면 내 대답은 'Yes'입니다. 빈천한 환경에서 식당 웨이트리스 일로 첫 아프리카행 여비를 모았고 꿈이 있었기에 자립하게 됐지요."

    ―(크레인 원장에게) 큐 왕립식물원장 같은 경험을 국립생태원에 어떻게 녹여낼 계획입니까?

    "한 해 방문객이 수백만명에 이르는 식물원에서 일한 경험을 살려, 피상적인 볼거리가 아니라 생태 모니터링 (monitoring)활동에 대중들이 능동적으로 참여할 길을 놓고 싶습니다."

    제인 구달 박사

    '침팬지의 대모'로 불리는 영국의 세계적 동물행동학자·영장류학자·환경운동가다. 1960년부터 탄자니아 곰비 국립공원을 중심으로 26년간 야생 침팬지 사회에 투신해 그들의 생활상을 천착했고, 케임브리지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1977년 야생동물 보호를 위한 '제인 구달 연구소'를 세웠으며 국제 청소년 환경단체 '뿌리와 새싹(Roots & Shoots)'을 이끌고 있다. 교토상(1990), 내셔널지오그래픽 소사이어티 허바드상(1995) 등을 수상했다. 2002년부터 UN 평화의 메신저로 활동 중이다. 1986년부터 이제껏 한 해 300일쯤 전 세계를 돌며 현장 활동을 벌여왔다. '희망의 자연' '희망의 밥상' '인간의 그늘에서'(이상 사이언스북스) '희망의 이유'(궁리)를 썼다.

    피터 크레인 예일大 산림생태대학원장

    미 예일대 산림생태대학원장을 맡고 있는 영국 출신 학자 겸 행정가로, '식물 진화' 분야의 최고 권위자로 꼽힌다. 영국 왕립학회 회원, 미국 과학한림원(NAS)과 스웨덴 왕립과학원 외국인 회원을 맡고 있으며, 세계 최대 식물원으로 꼽히는 런던의 큐(Kew) 왕립식물원장, 미국 시카고대 석좌교수, 시카고자연사박물관장을 지냈다. 교육과학기술부의 '세계수준 연구중심 대학(WCU)'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다. 영국 레딩(Reading) 대학에서 학사·박사(식물학) 학위를 받았다. '육생식물의 기원과 초기 분화' 등 저서가 있다.

    최재천 이화여대 에코과학부 석좌교수

    이화여대 에코과학부 석좌교수 겸 같은 대학 자연사박물관장, 기후변화센터 공동대표로 있는 동물행동학자·진화생물학자다. 한국생태학회장과 환경운동연합 공동대표를 지냈다. 서울대(동물학) 졸업 후 미 펜실베이니아주립대(석사)·하버드대(박사)에서 학위를 받았다. 은사 에드워드 윌슨의 명저 '통섭(Consilience)'을 번역했으며, 학문 간 울타리를 넘어선 '지성의 대융합'과 '대중의 과학화'에 힘쓰고 있다. '생명이 있는 것은 다 아름답다'(효형) '알이 닭을 낳는다'(도요새)를 써냈고, 제인 구달의 저서 다수를 번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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