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부천] [포커스] 공사 중인 경인아라뱃길 효용성 논란

    입력 : 2010.09.29 03:05

    시민단체 "수해 예방 못해… 사업 재검토 해야", "역류 방지시설·빗물 펌프장 등 갖춰야"
    수자원공사 "아라뱃길 때문에 홍수피해 줄어", "호우 피해는 하수관 용량 부족 때문"
    인천시 "생태계 파괴 등 검토 후 11월 정부와 협상"

    정부와 한국수자원공사가 만들고 있는 경인아라뱃길(옛 경인운하)의 주변 지역이 지난 집중 호우 때 큰 비 피해를 입음에 따라 이 뱃길이 과연 필요한 것인지 논란이 되고 있다.

    인천시는 지난 21일 집중호우로 시내 3479가구의 주택과 815곳의 공장 등이 침수 피해를 입음에 따라 이들의 복구사업을 지원하기 위해 정부에 인천을 특별재난구역으로 지정하고 관련 법에 따라 지원해줄 것을 건의했다고 28일 밝혔다.

    이처럼 피해가 큰 지역의 자치단체장이 특별재난지역 선포를 건의하고, 정부가 이를 받아들일 경우 국가가 복구사업에 필요한 행정·재정·금융·의료 등 분야의 지원을 하게 된다.

    그런데 인천에서는 특히 경인아라뱃길 공사가 벌어지고 있는 계양구와 서구, 부평구 지역에 침수 피해가 집중됨에 따라 이 뱃길 사업이 홍수피해를 막아줄 수 있는지 의심을 사는 것이다.

    한국수자원공사가 지난해부터 공사를 시작한 경인아라뱃길은 인천 서구 오류동(서해)~서울 강서구 개화동(한강)을 잇는 길이 18㎞, 너비 80m, 수심 6.3m의 뱃길이다. 2조2500억원을 들여 내년 9월에 완공할 예정이며, 최대 250TEU(20피트 짜리를 뜻하는 컨테이너 단위)의 컨테이너를 실을 수 있는 길이 135m, 너비 16m의 배가 운항될 예정이다. 이를 위해 인천과 김포 쪽에 각각 245만㎡·172만㎡의 터미널이 생기며, 갑문도 양쪽에 2곳·1곳씩 만든다. 수자원공사는 경인아라뱃길이 인천항과 경부고속도로를 이용하는 물동량의 일부를 흡수해 물류비 절약에 도움을 주고, 내륙의 교통난을 줄이는 데도 기여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또 방수로 기능도 겸하기 때문에 상습 침수지역인 굴포천 일대의 홍수피해를 막는 효과도 거둘 것이라고 밝혀왔으나 이번에 그 주변 지역이 큰 피해를 입었다.

    내년 완공 예정인 경인아라뱃길. 지난 폭우로 효용성 논란이 일고 있다. /김용국 기자 young@chosun.com

    이에 대해 인천환경운동연합은 성명서를 내고 "당초 홍수 예방을 위한 굴포천 방수로 사업으로 시작한 것이 방수로 공사는 마무리되지도 않은 상태에서 무리하게 운하사업으로 바뀌어 굴포천에서 서해까지 길이 14㎞ 너비 80m를 파놓고도 홍수피해를 막지 못했다"며 "수조원을 들여 벌이는 공사가 이렇게 홍수피해를 막지 못한다면 근본적으로 사업이 재검토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홍수 예방 계획은 방수로 건설과 함께 주변 하천의 빗물 펌프장과 하수용량 확대, 상습 침수지역의 역류 방지시설 건설, 방수로로 물을 빼내는 빗물관 설치 등이 함께 추진돼야 하는데 경인아라뱃길사업은 아예 이런 계획이 빠져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수자원공사의 입장은 전혀 다르다.

    오히려 아라뱃길 공사가 아니었다면 이번 폭우 피해가 훨씬 컸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수자원공사 관계자는 "이번 수해는 빗물을 받아 하천으로 내보내는 관로(우수관)의 용량이 부족했기 때문에 생긴 것이며, 이 관로를 놓고 관리하는 것은 지방자치단체(인천시)의 업무"라며 "그나마 이들 관로를 통해 나온 빗물을 경인아라뱃길이 받아 빨리 바다로 내보냈기 때문에 침수 피해를 줄일 수 있었다"고 말했다. 경인아라뱃길은 우수관이나 빗물 펌프장 등을 통해 나오는 빗물을 처리함으로써 홍수를 예방하는 기능을 갖는 것이라 이들 시설을 설치·관리하는 일은 사업 계획에 들어있지 않다는 것이다.

    결국 홍수 예방을 목적으로 했던 방수로 공사는 없어지고, 주민들은 큰 피해를 입었는데 그 책임을 질 곳에 대해서는 지방자치단체냐 수자원공사냐 하며 입씨름을 하고 있는 꼴이다.

    한편 지난 6·2 지방선거 당시부터 경인아라뱃길사업에 문제를 제기했던 송영길 인천시장을 비롯해 인천 부평·계양·서구청장, 경기도 고양시장·김포시장 등은 최근 이 사업의 타당성을 재검증하기 위한 '재검증위원회'를 구성하고 지난 14일 인천시청에서 1차 모임을 가졌다. 위원회는 경인아라뱃길이 건설·운영비에 비해 경제적 효과는 크지 않다는 '경제성 의문'을 갖고 있다. 정부가 이 공사를 벌이기 위해 완공 뒤 이를 통해 다닐 화물의 예상치를 과장했다는 의문도 제기한다. 또 이 운하를 만들려면 뱃길을 내기 위해 강바닥을 지금보다 평균 1.6m씩 더 파내야 하기 때문에 엄청난 생태계 파괴가 예상된다는 점도 지적하고 있다. 위원회는 앞으로 이런 문제들을 충실하게 검증한 뒤 오는 11월에 환경피해 대책 등을 포함하는 사업 대안을 마련해 정부와 협상에 나서겠다고 밝혀 결과가 주목된다.

    이전 기사 다음 기사
    기사 목록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