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가 미국 앨라배마 공장에서 생산한 신형 쏘나타 14만대를 리콜하기로 했다. 미국 도로교통안전국이 운전대 작동 결함과 관련된 2건의 소비자 신고를 받은 뒤 현대차 미국 내 판매모델 전 차종을 조사한 데 따른 조치다. 현대차는 "미국 현지공장의 조립 과정에서 운전대의 볼트를 제대로 연결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부품의 구조적 결함이 아니라 단순한 조립 실수로 인한 문제라는 것이다.
현대차 설명이 맞는다면 이번 리콜은 미국 시장 판매에 타격을 줄 만한 사안은 아니다. 아직 운전대 결함으로 인한 사고나 인명 피해도 없어 리콜 파장이 더 확대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번 사태를 계기로 현대차 품질 관리 시스템을 점검할 필요가 있다. 현대차는 지난 2월에도 신형 쏘나타의 문이 완전히 닫히지 않는 결함이 발견돼 국내외에서 4만6000여대를 리콜했었다. 단기간에 판매가 급증하면서 품질 관리 능력에 한계가 드러나고 있다는 지적이 회사 안팎에서 나오고 있다. 세계 1위 자동차 회사인 도요타가 대규모 리콜 사태로 주춤한 틈에 현대차 미국 시장 점유율은 지난 8월까지 20개월 연속 상승세를 나타냈다. 현대·기아차의 세계 시장 점유율도 9.3%로 사상 최고 수준이다.
해외 판매 급증에 따라 부품 공급업체들이 휴일 없이 공장을 풀가동하고도 현대·기아차의 주문 물량을 제때에 대기 어려울 지경이라고 한다. 납기(納期)에 맞추기 위해 무리를 하다 보면 품질관리에 구멍이 날 가능성도 커진다. 도요타가 대량 리콜 사태로 어려움을 겪게 된 배경도 2000년 이후 해외생산 능력을 크게 늘리는 과정에서 품질관리가 허술해졌기 때문이었다. 현대차가 지금처럼 '팽창 전략'을 계속 밀어붙이다가는 도요타가 겪었던 실패를 되풀이할 위험이 있다. 해외 시장 공략을 통해 세계 자동차 업계의 메이저 회사로 올라서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를 뒷받침할 품질관리 시스템을 갖추기 위해 속도 조절을 검토할 때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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