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복을 곱게 차려입은 어린이 20여명이 불 밝힌 연등을 들고 입장하자 스님들의 법고(法鼓) 공연이 펼쳐졌다. '둥두두둥, 두두둥둥….' 이어 한국 사찰음식을 소개하는 영상이 상영됐고, 스님들의 사찰음식 조리과정과 발우공양 준비과정을 보여주는 사진 20여점이 전시됐다.

대한불교조계종이 주최한 '한국 사찰음식의 날' 행사가 지난 20일(현지시각) 오후 6시 30분 미국 뉴욕 맨해튼의 전시·행사 전문공간인 '스카이라이트 소호'에서 2시간여 동안 열렸다. 이날 행사에는 미국의 음식평론가와 음식 전문기자, 대학교수 및 정치인 등 오피니언 리더 300여명이 참석했다. 미국인을 대상으로 한국의 사찰음식을 소개하는 대규모 행사가 열린 것은 처음이었다.

20일(현지시각) 뉴욕에서 열린‘한국 사찰음식의 날’행사에서 사찰음식 전문가 선재 스님이 참석자에게 사찰음식을 먹여주고 있다.

'오행김밥' '연근삼색밥' '두부우엉조림' '각색 메밀전병' '연잎밥' '간장 매실장아찌' '삼색무쌈'…. 뷔페식으로 차려진 마흔 가지 사찰음식을 접시에 담아 서툰 젓가락질로 맛을 본 파란 눈의 미식가들은 '원더풀(훌륭하다)' '어메이징(놀랍다)' 같은 감탄사를 연발했다.

다리우스 워커(Darius Walker) CNN 뉴욕 편집장은 "맛이 좋아 벌써 다 먹었다"며 빈 접시를 내보였다. 그는 "한국 사찰음식은 다양한 재료를 쓰고 여러 종류의 음식이 많은 맛을 내고 있다"면서 "다양한 문화가 공존하는 뉴욕 사람들이 좋아할 것 같다"고 평했다.

2004년부터 한국음식 블로그 '젠김치(www.zenkimchi.com)'를 운영하고 있는 조 맥퍼슨(Joe McPherson)씨는 식전행사에서 자신이 경험한 사찰음식의 특성을 소개했다. 그는 "2007년 서울 봉은사에서 버섯죽을 처음 먹었는데 마치 숲 속을 걸어가는 듯한 느낌이었다"며 "내가 먹는 음식이 어디에서 온 것인지 깨달을 수 있는 '음식 참선(eating meditation)' 체험까지 함께 할 수 있는 레스토랑이 미국에 생긴다면 성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날 음식은 적문 스님, 선재 스님, 대안 스님, 우관 스님, 정관 스님 등 대표적인 사찰음식 전문가들이 나흘 동안 30여명의 자원봉사자와 함께 준비했다. 주요 양념은 한국에서 가져왔지만, 식재료는 현지 시장을 돌아다니며 마련했다. 행사 사회는 뉴욕1방송의 한국계 앵커 비비안 리(Vivian Lee)씨가 맡았다.

이번 행사를 총괄한 조계종 총무원 문화부장 효탄 스님은 "채식을 하는 사람들이 점점 늘어가지만 정작 어떻게 요리를 해야 하는지 난감해하는 사람들에게 조리법을 알려주고, 채식만으로도 얼마나 맛있게 먹을 수 있는지를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조계종은 올해 말 사찰음식 전용 사이트를 개설하고, 2012년까지 매년 한국 사찰음식을 해외에 알리는 행사를 열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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