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의 사다리 장기기증] 死後 각막기증, 한국 작년 395건… 미국의 100분의 1

    입력 : 2010.09.15 03:04

    美, 병원이 먼저 유족 설득
    韓, 기증자 연락 기다려

    심장사한 사람의 장기는 타인의 몸에 이식할 수 없다. 그런데 각막은 예외다. 서울성모병원 주천기 교수는 "각막은 사후 24시간 내에 적출하면 이식할 수 있다"고 했다.

    지난해 한국은 207명이 각막 395개를 사후 기증했다. 미국의 1~2% 수준이다. 미국은 각막이식 수술이 연간 3만5000~4만건씩 이뤄진다. 그중 뇌사자 각막기증(5000~7000명)을 뺀 나머지가 모두 사후 각막기증이다.

    주 교수는 "기증 희망자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게 근본적인 원인"이라고 말했다. 사랑의장기기증본부 이원균 사무국장은 "기증자가 쉽고 편하게 기증할 수 없는 시스템 탓도 크다"고 했다.

    한국은 주는 사람(기증자)이 받는 사람(병원)에게 먼저 연락해야 한다. 기증할 뜻이 있어도 경황이 없어 타이밍을 놓치기 쉽다. 애써 연락해도 안과의사가 달려올 수 없어 기증이 무산되기도 한다.

    미국은 병원이 기증자에게 먼저 연락한다. 의사 대신 일정한 훈련을 받은 전문요원이 각막을 적출한다. 필 펠튼(Felton) 국제안구조직은행연합(IFETB) 부회장은 "미국은 1970년대부터 전문요원(적출)과 의사(검사·수술)의 분업이 확립됐다"고 했다. 작은 차이지만 결과가 얼마나 달라지는지 그가 구체적인 사례로 설명했다.

    월요일 오전 5시 25분. 미국 텍사스주(州) 샌안토니오에서 65세 남성 A씨가 숨졌다. 병원 직원이 장기구득기구(뇌사·심장사 환자를 파악해 장기기증을 설득하는 기관)에 A씨의 사망을 알렸다. 이어 눈은행 직원이 A씨 유족과 접촉해 각막 기증을 승낙받았다.

    유족의 수고는 여기서 끝난다. 전문요원이 A씨의 각막을 적출한 뒤 페덱스 야간택배로 멤피스 본부에 부쳤다. A씨가 살던 샌안토니오와 버몬트주에서 각각 한 명씩 이식 후보자가 정해졌다. 의료팀이 A씨의 각막을 환자의 조건에 맞게 처리해 페덱스 야간택배로 부쳤다.

    수요일 오전 8시~11시 30분. 샌안토니오와 버몬트주에서 이식수술이 완료됐다. A씨의 심장이 멎은 지 정확히 54시간5분 만에 28세 여성과 62세 남성이 빛을 찾았다. A씨 유족들은 2주 후 본부로부터 따뜻한 감사편지를 받았다.

    이전 기사 다음 기사
    기사 목록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