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의 사다리 장기기증] [뇌사자 장기기증 세계1위 스페인] 기증 거부자 빼곤 모두 기증 동의자로 간주

    입력 : 2010.09.13 03:01 | 수정 : 2010.09.13 09:46

    뇌사자 장기기증 세계 1위는 스페인이다. 스페인에선 인구 100만명당 35명이 뇌사자 장기기증을 선택하는 반면, 한국은 100만명당 불과 5명이 생명을 나눠주고 떠난다. 그 결과 스페인 국민은 장기이식 대기시간이 평균 70여일이지만, 한국인은 평균 2년을 기다려야 한다. 왜 이런 차이가 생길까.

    스페인 복지부 산하 국립장기이식기구(ONT)의 라파엘 마테산즈(Matesanz·61) 대표는 전화 인터뷰에서 "한국의 유교 전통이 장기기증을 가로막는다는 말은 납득하기 힘들다"고 했다. 스페인에 이민 온 아시아 이민자가 뇌사하면 스페인 국민과 비슷한 수준으로 장기기증에 동참한다. 요컨대 문화적 전통이 아니라 시스템이 문제라는 얘기다.

    스페인이 우리와 가장 다른 점은 '옵트아웃'(opt-out) 시스템이다. 스페인은 '기증하지 않겠다'고 미리 못박은 사람만 빼고 나머지는 모두 기증에 동의하는 것으로 간주한다. 반면 한국을 포함, 미국·일본은 '기증하겠다'고 손 든 사람만 빼고 나머지는 기증에 반대하는 것으로 간주한다.

    그러나 옵트아웃 시스템 하나만으로 스페인의 성공을 전부 설명할 수는 없다. 프랑스도 옵트아웃 시스템이지만 장기기증은 스페인보다 적다(인구 100만명당 22명).

    마테산즈 대표는 "스페인에서는 간호사가 아닌 의사가 장기 이식 코디네이터를 맡고, 중환자실이 있는 전국 170개 병원이 의사 코디네이터를 한 명 이상 의무적으로 중환자실에 배치한다"고 했다. 뇌사 가능성이 높은 환자를 조기에 파악하고, 연명 치료가 한계에 부딪혔을 때 빨리 장기기증 설득 단계로 넘어가기 위해서다.

    전문가들은 전체 사망자의 1~3%가 뇌사 단계를 거쳐 심장이 정지한다고 본다. 우리나라는 연간 2300~7500명이 뇌사하는 것으로 추정되지만, 실제로 뇌사 판정 절차를 밟고 기증하는 이는 10%에 못 미친다.

    서울아산병원 이승규 장기이식센터장은 "우리나라는 뇌사자 장기기증이 드물어 살아있는 사람의 간을 나누는 '생체 이식'이 전체 수술의 3분의 2를 차지한다"고 했다. 반면 대부분 선진국은 전체 간이식 수술 중 90%가 뇌사자 간 이식이다.

    마테산즈 대표는 "국민 대다수가 '기증하면 언젠가 나도 혜택을 본다'고 실감할 때 장기기증이 활성화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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