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함 수색死鬪(사투)' 벌이다가 이번엔 '암과 사투'

    입력 : 2010.09.11 03:01

    심현표 UDT동지회장
    침몰사고 때 이미 간경화 증세 고된 구조 활동… 암으로 악화
    "다들 몸 생각하라며 말렸지만 앉아서 입으로만 할 수 없었다
    백령도 간 것 조금도 후회 안해"

    "다 내 팔자인 걸 뭐. 아프다는 사실에만 매달리면 쇠가 녹슬듯이 마음도 좀먹게 되지요."

    10일 오전 서울 송파구 풍납동 서울아산병원에서 만난 심현표(56) 전국 UDT동지회 중앙회장은 하얀 이를 드러내고 웃었다. 몇 달간 간암 투병으로 검게 변한 얼굴빛 때문에 그의 이가 더욱 하얗게 보였다.

    심 회장은 이날 피를 뽑으러 병원에 갔다. 암세포가 얼마나 커졌는지 진행 경과를 확인하고 혈액형이 같은 간 기증자를 찾기 위해서였다. 지금 그에게 유일한 희망은 간 이식뿐이다.

    10일 오후 인천광역시 중구 집에서 전국 UDT동지회 중앙회장 심현표씨가 올해 5월 31일 천안함 구조활동 공로로 받은 국무총리 표창장을 보여주며 환하게 웃고 있다. /김용국 기자 young@chosun.com
    심 회장은 간경화로 입원했던 지난 3월 28일 오후 10시쯤 전화 한 통을 받았다. 이틀 전인 3월 26일 침몰한 천안함 실종자 가족대표가 UDT동지회에 도움을 요청했다는 동지회 사무국장의 다급한 전화였다. 심 회장은 곧바로 심해(深海) 잠수가 가능한 UDT동지회 대원들을 모았다. "퇴원하면 안 된다"는 의사의 만류를 뿌리치고 다음 날 새벽 UDT대원 6명과 백령도에 들어갔다.

    "다들 몸 생각하라며 말렸지만, 어떻게 앉아서 입으로만 지휘할 수 있겠어. 현장에 직접 가야지."

    그는 현장에서 1년 후배인 고(故) 한주호 준위를 만났다. 심 회장은 "사고 하루 전인 3월 29일 내가 한 준위에게 '안색이 안 좋다'며 잠수하지 말라고 말렸지만, '바다 바닥이 면도날 같아서(위험해서)…. 애들만 들어가면 다 죽을 것 같아요'라고 말하며 수색을 강행했다"며 "그게 마지막 본 한 준위였다"고 고개를 숙였다. 다음날 심 회장은 TV에서 'UDT 요원 수색 중 사고'라는 자막을 봤다.

    "(우리가) 물에서 사고를 당했다는 건 '죽었다'는 의미예요. UDT 대원의 몸은 국가의 몸입니다. 국가를 위해 희생한 한 준위는 UDT 대원이 맞을 수 있는 가장 영광스러운 죽음을 맞은 겁니다."

    그 뒤로도 심 회장은 남은 수색 작업과 한 준위 장례, 기념 동상 건립 등에 적극적으로 관여했다. 그러는 사이 자신도 모르게 몸이 서서히 무너져갔다. 지난 5월 24일 의사는 간경화 치료를 중단한 그에게 간암 진단을 내리면서 "더는 할 수 있는 게 없네요"라고 했다.

    심 회장은 "종양 자체는 손가락 한 마디도 안 되는 작은 크기지만, 7년 동안 간경화를 앓아 감기약도 해독 못 할 정도로 간이 상해 항암 치료도 할 수 없는 상태라고 들었다"고 했다.

    그는 두 달이 지난 7월 말에야 UDT동지회 동료에게 자기 몸 상태를 털어놨다. 동지회 사람들이 "UDT 현역 대원들 중에서 간 이식 지원자를 찾아보자"고 했지만 일부 이식으로는 치료가 불가능한 상황이다. 남은 방법은 뇌사자(腦死者)의 간을 받아 통째로 이식하는 것뿐이다. 하지만 대기자도 많은 데다 자기 몸에 맞는 사람을 찾아 수술을 받을 수 있을지도 알 수 없는 상황이다.

    한 지인은 "심 회장이 사업에 실패하고 부인과 별거하다 이혼한 지 7년쯤 됐다"며 "혼자 살면서 끼니를 챙기지 못하고, 백령도에 다녀온 뒤로 몸이 많이 상했다"고 안타까워했다.

    심 회장은 그러나 "치료를 중단하고 백령도에 간 것을 절대 후회하지 않는다"고 했다. 주변에서 가끔 "백령도에 안 가고 치료를 제대로 받았더라면…(이 지경이 되지 않았을 텐데)"이라고 말하면 오히려 화가 난다고 했다. 심 회장은 "한밤중에 갑자기 참변을 당한 천안함 46 용사들과, 그들을 구하려고 목숨을 바친 한 준위를 욕되게 하는 일"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인천 집에서 서울의 병원을 오가며 치료를 받는 그는 "내 두 다리로 버티고 서 있을 수 있을 때까지는 일하고 싶다"고 했다. 오전 5시면 일어나 한 시간 산책을 하고 출근해 UDT 동지회 일을 보고, 오후 5시 30분 귀가하는 규칙적인 생활을 하고 있다.

    심 회장은 자신의 한 마디에 목숨을 걸고 백령도에 갔던 대원들에게 꼭 보답하고 싶다고 했다. 그는 "천안함이 침몰해 우리 도움이 필요하다는 말을 듣고 모든 일을 제치고 달려온 대원들에게 고속도로 톨게이트비도 못 쥐여줬다"고 말하며 손바닥만 한 빨간색 표지의 UDT동지회 수첩을 어루만졌다. 그의 수첩에는 UDT동지회 대원들의 이름과 전화번호 수백 개가 빼곡히 적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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