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y] 저출산 때문에 '백신 후진국'?

    입력 : 2010.09.11 03:12 | 수정 : 2010.09.13 10:42

    국내 생산 40%도 안돼… 소아 시장 축소도 한몫

    계절형 인플루엔자인 'A(H3N2)'와 신종인플루엔자인 'A(H1N1) 2009' 바이러스가 올가을 들어 처음 확인됐다. / 연합뉴스 9월 8일

    이달 1일부터 만 19~49세 국민은 누구나 공짜로 보건소에서 신종플루 예방백신을 맞을 수 있다. 작년엔 돈 주고도 구하지 못했던 것이었다. 이걸 두고 일각에선 작년에 만들었다 남은 백신을 재고 처분하는 것이라고 깎아내린다. 지난달 10일 WHO(세계보건기구)가 신종플루 대유행 종료를 선언했는데 올겨울 또 유행할 것처럼 분위기를 몰아가는 것은 아니냐는 것이다. 하지만 WHO의 대유행 종료선언 직후 인도에선 신종플루 확진 판정을 받은 900여명 중 80여명이 사망했고, 겨울을 지낸 남반구의 호주와 뉴질랜드도 신종플루로 몸살을 앓았다. 말레이시아에 사는 한국인 남성이 지난달 28일 신종플루로 숨진 데 이어 이번 가을에 국내에서 감염환자가 발생했다. 이 환자는 작년 11월 말 신종플루 예방접종을 받았는데 최근 인도 델리 지역을 방문한 뒤 해외에서 감염됐다. 면역성이 떨어져 또 감염된 것이다.

    백신 종속국?

    지난해 신종플루가 유행하면서 백신 수급이 어려워지자, '바이오 주권(主權)'의 중요성이 부각되기 시작했다. 그러나 백신 주권이 신종플루에 국한된 문제는 아니다. 국가지정 필수예방접종 백신은 B형간염, 일본뇌염·수두·장티푸스·백일해 등 11가지이다. 이 중 국내에서 만들고 있는 것은 6종류이고 BCG(결핵예방백신), Td(디프테리아·파상풍 백신) 등 5가지 백신은 외국에서 사다 쓰고 있다. 또 기타예방접종으로 규정한 백신 12가지 중에선 두창·녹농균·렙토스피라만 국내 생산하고 있고 나머지 9가지 백신은 모두 수입한다. 필수와 기타 백신을 둘다 합쳐봐도 국내 생산 비율이 40%가 채 안 된다. 2005년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평가에선 한국의 백신 자급률이 13%에 불과했다. 국회 원희목 의원은 "국내에 허가난 백신 150여종 중 국내생산품목은 30여개, 20%에 불과하다"고 했다. 백신 수출입에 따른 적자는 한해 8000만달러 정도이다.

    반도체 등 정보통신 분야에서 세계 최고인 한국이 백신 생산에선 선진국에 뒤떨어진 이유가 뭘까. 낮은 출산율에서 원인을 찾는 이들도 있다. 백신 종류 중에는 소아용이 많다. 갓 태어난 아이들이 질병에 취약해 수요가 많은데다 소아용에서 안전성이 입증되면 성인용 백신 개발도 수월해진다. 영유아 수가 줄어들면 시장 규모도 쪼그라든다.

    정부는 작년 신종플루 판데믹(pandemic·대유행)을 계기로 국내 생산 백신의 종류를 확대하기로 했다. BCG·성인용 Td·DTap(디프테리아·파상풍·무세포성 백일해 혼합백신)을 2014년까지 자급해 국내 생산 가능 백신을 9가지로 늘린다는 계획이다. 2017년 목표는 Hib(뇌수막염)과 폐구균 백신 생산이다.

    백신은 신약에 비해 개발기간이 짧고 성공확률이 높다. 현재 150억달러(약 17조7000억원)에 달하는 백신 시장의 80% 이상을 GSK·아벤티스 파스퇴르·메르크 등 5개 글로벌 백신회사들이 차지하고 있다. 이들을 따라잡기 위해선 정부가 장기구매를 보장해 국내기업들이 대규모 투자를 할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식품의약품안전청 김광호 바이오의약품정책과장은 "장기구매로 생기는 재고는 백신이 없어 수많은 사람들이 죽어가는 제3세계의 저개발국가에 원조하면 된다"며 "한국의 국격도 높이고 인도주의도 실천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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