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일성 전 주석이 지난 1994년 급성심장병으로 숨졌을 때 주 요인을 분석한 중국 작가의 책이 나왔다. 마오쩌둥(毛澤東) 전기 등을 쓴 중국 작가 예융례(葉永烈·70)는 최근 톈진교육출판사에서 나온 '북한의 진실(眞實的朝鮮)'이라는 책에서 김일성 사망 당시의 상황을 상세히 전했다.
1994년은 북한 핵 문제를 풀기 위해 카터 전 미국 대통령이 평양을 방문하고, 김일성 자신은 서울에서 갖기로 합의한 남북정상회담 준비로 분주할 때였다. 김일성은 당시 82세의 고령임에도 정상회담 준비와 식량난 해결을 위해 하루 10시간 이상을 일했다고 한다. 김일성에게는 감당하기 힘든 '격무'였을 것이란 추정이다. 후계자인 김정일은 오히려 병약해 지방에서 휴양을 하고 있었다고 예 작가는 썼다.
사망 전날인 7월 7일에도 김일성은 여름 수확 상황 점검을 위해 지방을 방문한 뒤 한밤중에 승용차 편으로 묘향산 별장에 도착했다. 그는 도착 직후 수행비서로부터 정상회담 관련 보고서를 받아 읽고 여기에 서명했다.
그러나 이어 빨치산 전우 조명선(趙明選) 상장(대장·당시 75세)이 뇌일혈로 사망했다는 소식을 듣고 큰 충격을 받았고, 그 직전 한달 동안 조 상장을 포함해 김일성의 전우 3명이 잇달아 사망했다고 한다. 특히 조 상장이 입원한 평양 봉화병원의 의사가 문책이 두려워 수술을 하지 못했다는 보고를 듣고 진노하면서 진상 조사를 지시했다. 그 직후 심장발작으로 바닥에 쓰러졌다. 급히 의사가 달려와 급성심장병임을 확인했지만, 당시 별장에는 구급약이 없었다고 이 책은 전했다.
김일성을 차로 2시간 거리의 평양 봉화병원으로 이송하기 위해 헬기가 날아왔지만, 설상가상으로 비바람 속에 무리한 운항을 하다 묘향산에 충돌하는 사고가 일어났다. 두 번째 헬기가 동원돼 가까스로 평양으로 옮겨졌지만 그때는 이미 손을 쓸 수 없는 상태였다고 한다. 새벽 2시 김일성의 심장은 완전히 멈췄다.
예 작가는 "김일성의 사망을 전혀 예상하지 못한 김정일은 한동안 슬픔을 가누지 못했으며 이 때문에 추도대회가 7월 17일에서 7월 20일로 연기되기도 했다"고 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