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후조리원 비교] 거실에서 오순도순, 가족같은 '알뜰형' 조리원

    입력 : 2010.09.05 14:41 | 수정 : 2010.09.05 15:40

    ‘세계에서 한국에만 유일하게 있는 사업’(보건복지부 자료)이 있다. 바로 산후조리원이다.

    출산율은 바닥으로 떨어졌지만 산후조리원 숫자는 해마다 늘고 있다. 지난 8월 보건복지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산후조리원 수는 418곳으로 집계됐다. 이는 2006년(294곳)에 비해 42.2% 불어난 것이다.

    늘어난 숫자만큼 사설 산후조리원의 종류도 ‘고시원형’부터 ‘호텔식’까지 다양해졌다. 이용료는 천차만별이다. 전북 정읍의 64만원(이하 요금은 2주일 기준)하는 조리원에서부터 서울 강남에는 1200만원까지 하는 곳도 있다.

    이 같은 가격 차이는 어디에서 나오는 걸까. 비교체험을 위해 서울 시내의 ‘알뜰형’ 산후조리원과 ‘럭셔리 호텔형’ 산후조리원을 각각 찾아가 봤다.

    B산후조리원의 특실. 이용료는 2주당 200만원으로, 화장실이 없는 일반실보다 30만원 비싸다. 이곳 대표는 "대부분 특실보다는 일반실을 선호한다"고 설명했다./B산후조리원 제공

    ◆ 거실에서 오순도순… 가족 같은 ‘알뜰형’ 산후조리원

    서울시 광진구의 B산후조리원은 지하철역에서 7분거리에 있다. 4층 건물 중 2층 전체를 쓰는 이 조리원 입구에 들어서자 “바로 옆 세면대에서 손을 씻고 들어오세요”라는 안내문이 눈에 띄었다.

    B조리원의 전체 직원은 18명, 객실 수도 18개다. 객실은 깔끔한 고시원과 비슷했다. 1인용 침대와 옷장, TV가 갖춰져 있다. 이 조리원 이용료는 2주에 170만원으로, 서울 시내에서 싼 편에 속한다. 이곳 원장은 “여기보다 싼 곳도 몇 군데 있지만, 대부분 조리원은 200만원이 넘는다”고 했다.

    일반실 요금에서 30만원을 더 내면 화장실이 딸린 특실을 이용할 수 있다. 조리원 원장은 “공동 화장실도 불편한 점이 없기 때문에 엄마들은 대부분 일반실을 쓴다”고 했다. 공동화장실에는 산모들이 자주 찾는 좌욕기도 2대 갖춰져 있다. 산모 임명숙(31·서울 금호동)씨는 “아이는 강남 쪽에서 낳았는데, 근처 조리원 이용료가 300만원이 넘길래 이곳 산후조리원에 왔다”며 “밥도 맛있고, 가족 같은 분위기가 마음에 든다”고 했다.

    B산후조리원 내부는 아늑했다. 신생아실에는 3명의 간호사가 돌아가며 아이를 돌본다. 원장은 “신생아의 감염을 줄이기 위해 모든 직원이 철저한 소독을 한다”고 했다. 소아과 의사는 일주일에 2번 방문한다. 산모 가족의 숙식은 금지돼 있고, 면회는 남편만 가능하다.

    조리원은 대체적으로 개방적인 분위기였다. 한 객실에서는 문을 활짝 연 채 산모가 아이를 안고 잠들어 있었다. 거실에서는 산모들이 둘러앉아 모유 수유를 하고 있었다. 조리원의 구조상 산모들은 좁은 방에 있기보다는 거실에 나와 이야기를 나누는 경우가 많았다.

    조리원 거실 쇼파 앉아 족욕을 즐기고 있는 산모. 이곳에 입실한 산모들은 방보다는 거실에서 쉬는 걸 선호했다./B산후조리원 제공

    이곳 산모들은 산전에 1번, 산후에 2번씩 몸을 회복하기 위한 마사지 프로그램을 받는다. 다이어트용 몸매교정 프로그램은 산후체조(요가)로 대체한다. 이 밖에 작명교실, 모빌 만들기 프로그램도 있다. 대부분 산모들이 친구처럼 함께 둘러앉아 하는 것이다.
    산모들이 산후조리원을 찾는 제일 큰 이유는 ‘주변 눈치 안 보고 편하게 쉴 수 있다’는 것이다. 이번이 세 번째 출산이라는 황윤남(39)씨는 “첫째와 둘째 낳을 때는 집에서 친정엄마가 산후조리를 도와줬는데, 집에서는 쉬어도 쉬는 것이 아니었다”고 전했다. 연로한 어머니가 집안일을 할 때는 하나라도 거들어야 할 것 같은 기분이 들기 때문이다. 황씨는 “이번에는 남편도 ‘마지막이니 푹 쉬다 오라’며 산후조리원을 적극 추천했다”고 말했다.

    요새는 출산선물로 친정이나 시댁에서 산후조리원을 비용을 대주는 경우가 많다. 첫 아이를 출산한 이모(30·서울 성수동)씨는 “시댁에서 수고했으니 산후조리원에 가서 쉬라고 비용을 대주셨다”고 말했다.

    산모들은 B산후조리원의 장점을 묻자 이구동성으로 “대규모 식당과 달리 정성들여 짓는 느낌이 나는 밥이 정말 맛있다”고 엄지를 치켜들었다. 다만 시설이 그만저만해서 ‘그냥 친정집 같다’는 평도 있었다.

    B산후조리원의 원장은 “요즘 산후조리원들은 시설 투자를 많이 하지만 우리는 그런 일에 서툴다”며 “홈페이지도 제대로 잘 관리를 못해서 방치하고 있는데, 다행히 ‘싸고 친절하다’는 입소문 덕분에 산모들이 찾아오는 것 같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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