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에 미쳤어요!] 세팍타크로 '전도사' 고문석

    입력 : 2010.09.03 03:06

    "후배들이 세계정상 오를 때까지"
    말레이시아로, 태국으로 본고장서 피나는 獨學…
    태국에 훈련센터 세워 세계화 이루고 싶기도…

    세팍타크로(sepaktakraw)란 종목이 있다. 말레이시아어 '세팍(차다)'과 태국어 '타크로(공)'의 합성어다. '발로 하는 배구'로 통하는 세팍타크로는 1990년 베이징 아시안게임부터 정식 종목으로 채택됐다.

    고문석(38) 경남체육회 코치는 '세팍타크로 전도사'다. 그는 서로 종주국이라고 주장하는 두 나라를 수십 차례 다녀왔다. 그러곤 말했다. "제가 가르친 후배들이 우승하는 그날이 내 인생의 꿈을 이룬 날"이라고 했다.

    희한한 종목에 꽂혔다

    고문석은 한체대 1학년 때 세팍타크로를 접했다. 88서울올림픽 후 각종 종목이 국내에 소개될 때였다. 우연히 세팍타크로를 하는 모습을 봤을 때였다. "저거, 재밌겠다 싶었죠. 원래 하나에 꽂히면 그것만 파는 성격이거든요."

    선수층이 얇은 탓에 이듬해 국가대표에 뽑혔다. 92년 한국 대표로 태국 킹스컵(세계선수권)에 출전한 고문석은 앞으로 자기가 할 일을 깨달았다. 태국과 말레이시아 선수들은 고문석이 상상하던 기술들을 눈앞에서 펼쳐보였다.

    ‘세팍타크로 전도사’를 자처하는 고문석 코치는“화려한 공중 동작을 본다면 누구나 세팍타크로의 매력에 빠질 것”이라고 말했다. /김용우 기자 yw-kim@chosun.com


    그때 '호랑이를 잡으려면 호랑이 굴에 들어가야겠다'고 생각했다. 군 복무를 마치고 국가대표로 복귀한 고 코치는 98년 말레이시아로 갔다. 당시 한국에 세팍타크로 기술 전수를 위해 잠시 머문 라우잔 감독을 따라나선 것이다.

    유학자금은 신문 배달을 해 모았다. "무술 수련생과 비슷했습니다. 새벽에 일어나 마당 쓸고 양동이에 물 떠 왔죠. 스승님 마음에 들어야 하니까요." 99년 안현정(37)씨와 결혼한 후에도 한국과 말레이시아를 오가는 생활은 계속됐다.

    "시간이 지나니 밥도 손으로 자연스레 먹게 되더라고요. 그럴 즈음 스승님이 '이젠 말레이시아가 태국을 못 이긴다. 태국으로 가라'고 하시더라고요." 태국은 98년 방콕 아시안게임 우승 후 명실상부한 세팍타크로 최강국이 됐다.

    본고장에서 배운 세팍타크로

    2000년 태국으로 옮겨간 고문석은 온종일 체육관에서 경기만 봤다. "태국은 다섯 살짜리 꼬마들이 야자수를 차며 세팍타크로 스타를 꿈꾸는 나라입니다. 그런 곳에서 1000경기 이상을 본 거죠. 체육관에서 잠이 든 적도 많아요."

    많은 정보를 얻으려 태국 선수들에게 접근하기도 했다. 수퍼 스타 푼싹(38)이 2000년 결혼했을 때 태국은 공중파 방송으로 생중계했다. 그 태국의 '국민 영웅'을 고문석은 매일 찾아가 아는 체하고 선물을 건네며 환심을 샀다.

    "동갑내기 푼싹과 친해지니 모든 게 쉬워졌어요. 비법을 쉽게 전수받을 수 있었죠." 고문석은 한국으로 돌아와 경남 고성군청 선수로 활약하며 전국체전 2연패(2005~ 2006)를 일궈냈고 푼싹을 한국으로 데려와 선수들을 가르치게 했다.

    2007년 고 코치의 고성군청은 아시안 클럽컵에서 태국 팀을 두 번이나 꺾으며 3위에 올랐다. "눈물이 펑펑 나올 만큼 기뻤습니다." 2007년 은퇴 후 태국 프로리그로 건너가 지도자 수업을 받은 고 코치는 지금 경남 항공고를 맡았다.

    세팍타크로로 더 큰 꿈을 꾸고 싶다

    고 코치의 머릿속은 세팍타크로 발전에 대한 아이디어로 가득 차 있다. 그 중 하나가 태국에 세팍타크로 훈련센터를 만드는 것이다. "한국 대기업에 제안서를 보내기도 했어요. 전 세계 세팍타크로의 '허브'가 될 곳을 만들어보자는 거죠. "

    최고 하루 25만명이 다녀간 그의 블로그엔 세팍타크로와 태국에 관한 얘기로 채워져 있다. 2년 연속 '파워 블로거'로 선정될 만큼 인기가 높다. 세팍타크로를 모르던 사람이 찾아와 조금 관심을 가져 준다면 더는 바랄 것이 없단다.

    고 코치는 아홉 살짜리 딸과 다섯 살, 두 살 된 아들이 있다. 그 중 둘째 동현이를 세팍타크로 선수로 키울 생각이다. 인터뷰 도중 아들에게서 전화가 걸려 왔다. 아빠가 "세팍!"이라고 외치자 수화기 너머 아들은 "타크로!"라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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