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석용 대전대 교수

최근 병 복무기간을 다시 24개월로 환원해야 한다는 의견이 정부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다. 국방부는 2007년 10월 '현역병 복무기간 단축 시행계획'을 마련하였고, 현역병의 복무기간은 육군의 경우 2006년 1월 입대자부터 하루씩 점진적으로 줄기 시작하여 2008년 10월 입대자는 50일의 단축혜택을 받았다. 계획대로라면 2014년 7월 입대자부터 6개월이 단축돼 복무기간이 18개월로 고정된다.

이 조치를 시행할 당시 정부에서는 징병 대상자의 일부만 징집하여 오래 복무시키는 것보다는 전부를 징집하여 짧게 복무시키는 것이 국민개병제의 원칙에 부합하는 것이라고 했다. 또 젊은이들의 사회·경제활동 시기를 앞당겨 주는 것이 개인의 복리는 물론, 전체적으로 국력의 증진을 가져올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력(戰力) 공백'을 우려하는 목소리에 대해서는 '국방개혁 2020'이 성공적으로 달성되면 군 구조(지휘구조·부대구조·병력구조) 및 전력 구조의 개선을 통해 오히려 전력이 증강된다고 주장했다.

다른 문제와는 달리 군사 및 안보 문제는 여러 가지 불확실한 가정들을 전제로 추론이 이루어지고, 기밀 또는 비밀 사항이 많기 때문에 일반 국민은 정부와 군 당국이 선택적으로 제공하는 정보에 의존하여 판단하는 수밖에 없다. '믿을 것인가 말 것인가'를 결정하는 수밖에 없는 것이다.

대내외 상황이 변하면 정부의 정책적 판단에 변화가 생길 수도 있다. 그러나 정책의 일관성도 그에 못지않게 중요하다. 24개월로 환원할 것을 주장하는 사람들은 북한의 위협이 날로 증가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그러나 북한의 호전성과 전쟁 위협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달라진 점이 있다면, 북한이 핵무기를 보유한 것이 거의 확실해 보인다는 사실 하나뿐이다. 현역병 10만명을 더 보유하는 것이 핵위협에 대한 대비책이 될 수는 없다.

복무기간을 단축하면 숙련병이 줄어들어 첨단전투장비 운용에 차질이 발생한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기술부사관의 확충이나 유급지원병제의 도입 등 몇 가지 대안들이 이미 오래전부터 제시된 바 있다.

경제 사정이 변했기 때문에 복무기간을 환원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국방개혁 2020'은 2020년까지 국방예산을 평균 8%씩 증액하여 600조원 이상을 투자하는 것을 전제로 계획되었으나, 경제성장의 둔화로 인해 예산 확보가 어려워졌고, 이에 따라 첨단전력의 보강에 차질이 예상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주장이 사실이라면, 다른 분야의 예산을 줄이고 국방비는 예정대로 증액해가는 방법도 있을 수 있다. 동일한 전력을 유지할 수 있다면, 국방의 의무를 일부 젊은이들에게만 과중하게 지울 것이 아니라 국민 전체가 나누어 부담하는 것이 더 공정한 일이기 때문이다.

천안함 피격과 이에 대한 군과 정부의 이해하기 어려운 대응들이 숙련병이 부족해서 생긴 일은 아니다. 전시작전권의 환수 시점을 2015년 후반으로 연기한 것도 국군의 절대 병력 수 부족 때문이 아니다.

우리 국민은 해방 이후 지금까지 나라를 지켜온 장병의 헌신과 노고에 깊이 감사하고 있지만, 천안함 사태의 처리 과정에서 보여 준 국방부와 군 당국의 태도에 대해서는 크게 실망하였다. 지금 군 복무기간의 연장 논의보다 더 시급한 과제는 군이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