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베레스트보다 높은 네팔의 '한국어 열기'

    입력 : 2010.08.27 03:00

    한국어시험 4만2000여명 몰려 10대1 경쟁

    "우리도 한국어 시험에 꼭 합격해서 언니와 오빠랑 한국에서 일하고 싶어요."

    28~29일 세계에서 가장 높은 지역에 위치한 나라 네팔에서 '고용허가제 한국어시험(EPS-KLT)'이 실시된다. 이번이 두 번째다. 지난 25일 카트만두 한국어학원에서 만난 니하 머걸(21)과 아유사 머걸(19) 자매는 "이번 시험에 꼭 합격해 한국에서 2년 넘게 사는 언니(25)·오빠(23)와 합류하고 싶다"고 말했다. 지난봄 휴가 나온 오빠는 "한국은 네팔과 달리 여자도 대접받는다. 한국에서 오빠랑 함께 일하자"고 했고, 자매는 "꼭 그러겠다"고 약속했다. 둘은 몇 달째 한국어 공부에 매달렸다.

    ◆10.5대1의 경쟁률을 뚫어라

    세계의 지붕 히말라야를 이고 사는 이 나라에 한국과 한국어 바람이 뜨겁다. 네팔 노동부에 따르면, 머걸 자매처럼 한국에서 일하고 싶어 한국어시험에 응시한 사람만 4만2050명. 카트만두와 네팔의 방방곡곡에서 몰려온 젊은이들(18~38세)은 10.5대 1의 경쟁률을 뚫고 4000명 이내에 들어야만 한국에서 일할 기회가 주어진다. 한국산업인력공단에 따르면, 2004년 고용허가제 한국어시험이 도입된 이후 15개국에서 수십 차례 치러진 한국어 시험 중 이번 네팔 응시자가 사상 최대 인원이고 경쟁률도 최고다. 작년 5월 인도네시아에서 실시된 시험에 4만1756명이 응시한 것이 지금까지 최고 기록이었다. 하지만 인도네시아의 인구(2억4000만명)와 네팔 인구(2890만명)를 비교해야만 네팔의 한국 열풍을 짐작할 수 있다.

    주말 사상 최대 규모의 '고용허가제 한국어시험'이 치러질 네팔. 이 나라 노동부와 교민사회는 비상이다. 28일부터 이틀간 약 2만명씩 나눠 시험을 치르느라 28개 학교를 빌리고 시험 감독 요원 2098명, 네팔 경찰 630명이 동원된다. 네팔 현지인 1556명, 서울에서 온 88명, 네팔 교민 약 200명(어린이와 학생 제외) 중 159명이 27일 사전교육을 받고 28일과 29일 시험감독을 한다.

    지난 6월 네팔 카트만두 한복판의 다샤라스 스타디움에서 네팔 젊은이들이‘고용허가제 한국어시험’지원서를 제출하는 모습. /네팔 노동부 제공
    ◆시험 합격은 로또에 당첨된 것

    네팔 사람들은 왜 이렇게 한국행을 원할까. 한국이 "가장 임금을 많이 주는 나라(most lucrative country)"이고, 그래서 "수많은 네팔 젊은이들에게 한국행은 하나의 거대한 드림"으로 자리 잡았기 때문이다(6월 16일자 히말라야 타임스). 네팔은 인구 2890만명 중 약 300만명이 해외에서 일한다. 이들 중 한국에 간 근로자들은 시간당 최저 4100원씩 하루 평균 10시간, 한 달 25일을 일하면 잔업 수당을 합해 110만~120만원(약 1000달러)을 받는다. 그런데 가까운 인도말레이시아·사우디아라비아·카타르 등 아시아·아랍권 나라들의 월급은 200달러(약 23만원) 안팎, 홍콩도 350달러(약 40만원) 정도에 불과해 한국의 3분의 1에서 5분의 1 수준이다.

    "네팔 사람들에게 한국어 시험 합격은 한마디로 로또에 당첨된 거예요."

    '네팔에서'라는 인터넷 카페를 운영하는 류배상(45) 대표의 말이다. "재작년 3월 시험 때에는 네팔 총리실 직원을 비롯한 전국의 공무원들, 교사와 간호사, 대학생 등 네팔의 엘리트들은 물론, 시골 농부와 심지어 한국어 여행 가이드와 한국 식당 종업원들까지도 합격해 한국에 달려갔어요." 재작년엔 3만1530명이 응시해 6700명이 합격했다. 이들은 한국에서 최소 3년에서 5년(2년 연장 가능)까지 일하고 오면 네팔에선 중산층이 될 수 있다. 네팔 직장인들의 월급이 대부분 한국 돈 5만~10만원 정도인데 그 10~20배의 월급을 받기 때문이다.

    아유사 머걸(왼쪽)과 니하 머걸 자매가 26일 네팔 카트만두 시내에 설치된‘고용허가제 한국어시험’접수처에서 접수를 마친 뒤 시험 합격을 기원하는 의미로 손가락으로 V자를 만들어 보이고 있다. /이항수 특파원 hangsu@chosun.com
    ◆한국어학원 난립에 악덕 브로커까지

    하지만 한국 열풍에 부작용도 나타나고 있다. 지난 6월 15~18일 지원서를 접수할 때에는 "수만명이 한꺼번에 몰려든 수험생들이 수십 시간씩 줄을 서 카트만두 복판의 다샤라스(Dasharath) 스타디움을 빙 둘러쌌다"고 '카트만두 포스트'가 전했다. 이들 가운데 10여명은 날밤을 새운 뒤 뙤약볕에서 기다리다가 탈진해 응급치료를 받거나 후송되기도 했다. 네팔의 수많은 관공서와 병원, 여행사 등의 업무가 마비될 정도였다.

    또 이때를 전후해 현지인들이 운영하는 100여개의 한국어학원이 우후죽순처럼 생겨 엉터리 수업을 하면서 매달 5000~1만네팔루피(약 8만~16만원)씩, 네팔인들의 평균 월급 보다 더 많은 돈을 받았다. 합격자들이 한꺼번에 한국에 가지 않고 수십~수백명씩 2년 반에 걸쳐 분산 입국하면서 "우리를 통해야 한국에 빨리 간다"는 브로커들에게 또 수십만루피씩 뜯기는 사례도 적지 않았다. 네팔 노동부 외국고용지원국 마헤시 아차랴(Acharya·32) 총괄팀장은 "앞으로는 적은 인원을 매년 2~4회씩 자주 뽑도록 제도를 개선하고 최종적으로는 더 많은 인원이 한국에서 일할 수 있도록 한국 정부에 요청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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