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 스쿨(John School)' 제도가 27일로 시행 5년을 맞는다. 초범의 성(性)매수 남성이 8시간만 교육받으면 형사처벌하지 않고 기소유예 해주는 제도지만, 부실한 운영으로 효과가 작아 있으나마나 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일선 강사들은 "성 매수자들에게 '면죄부'를 주는 제도에 불과하다"고 비판하고 있다.

"실제 교육은 2시간, 성매수 남성들 반성 안 해"

존 스쿨은 현재 전국 54곳 보호관찰소 중 39곳에서 시행되고 있다. 여성단체 등 민간단체들이 보호관찰소의 위탁을 받아 성매수 남성을 교육하고 있다. 여성단체 관계자들은 "교육시간 8시간은 터무니없이 부족하다"고 말한다. 사전 평가와 사후 평가 각 1시간씩 2시간을 뺀 6시간 중 에이즈 예방 교육, 역할극을 통한 심리치료 등을 뺀 2시간 정도가 실질적인 교육시간이다. 강의는 주로 성매매의 해악과 성매매 여성들의 인권을 다루지만 2시간이라는 짧은 시간에 성매수 남성들의 비뚤어진 인식을 돌려놓기엔 역부족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성매매 피해자 민간상담소 '위드 어스' 한영애(59) 소장은 "교육받으러 온 대부분의 남성은 얼굴에 오만상을 쓰고 '나만 재수 없이 걸렸다'고 억울해한다"며 "'이게 범죄냐' '자기들이(성매매 여성들이) 좋아서 하는 건데 뭐가 문제냐'고 말하는 남성들과 말싸움을 한 적도 많다"고 했다. 성매매 굴레를 벗어난 여성들이 증언을 하는 교육시간에는 성매수 남성들이 "그게 자랑이라고 왔나" "도덕적으로 타락한 여자가 강의를 할 수 있느냐"고 소리쳐 강의하러 온 여성들이 울음을 터뜨릴 때도 있다고 한다. 심지어 일부 보호관찰소 직원들은 "성매수 남성들이 성폭력범은 아니지 않으냐" "너무 심하게 하지 마시고 적당히 (강의)해달라"고 요청하기까지 한다는 것이다.

수강생들이 강의 시간에 졸거나 수업 태도가 불량해도 마땅한 제재 수단이 없다는 것도 문제다. 법무부 관계자는 "지각을 해서 교육시간을 채우지 못하는 경우에만 재수강을 시키거나 벌금을 내도록 한다"고 했다.

8시간만 교육받는 존 스쿨 제도는 벌금을 내거나 40시간씩 교육을 받아야 하는 성매매 여성들과 형평이 어긋난다는 지적도 나온다. 존 스쿨 교육시간을 늘려야 한다는 지적이 계속됐지만 법무부는 "강사 섭외 등 예산 문제 때문에 수업 시간을 늘릴 수 없다"는 입장이다.

재범 통계 없어 교육 효과도 몰라

존 스쿨의 가장 큰 목적이 재범(再犯) 방지이지만, 존 스쿨 이수자들이 얼마나 재범을 했는지에 대한 통계도 없다. 존 스쿨 이수자는 시행 첫해인 2005년 2214명에서 지난해 3만 4762명으로 4년 만에 11배 수준으로 늘었다. 홍리리(46) 제주 현장상담센터 '해냄' 소장은 "존 스쿨 교육이 재범 방지 효과를 거두고 있다는 그 어떤 보고서도 보지 못했다"고 했다.

이에 대해 강호성 법무부 보호관찰과장은 "시행할 때부터 8시간 교육으로 성매수 남성들의 인식이 바뀔 것으로는 기대하지 않았다"며 "이 제도 목적은 남성 스스로 부끄러움을 느끼게 하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김용화 숙명여대 법학과 교수는 "존 스쿨 이수자가 많이 늘어난 것은 존 스쿨 제도가 성매수 남성들이 부끄러움을 느끼기보다는 시간만 때우면 된다고 인식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해마다 성매수 남성들은 급격히 늘고 있는데 존 스쿨 예산은 형편없이 적다. 그나마 예산이 편성돼 있지 않고 일선 보호관찰소 예산으로 운용된다. 존 스쿨을 법률로 만들어 별도 기관이 운영하게 하지 않고 기존 보호관찰소에 떠안겼기 때문이다. 보호관찰소들의 존 스쿨 예산은 2006년 1억2600만원에서 올해 5억760만원까지 늘어나기는 했지만 여전히 부족하다. 일선 강사들은 2시간 교육을 하고 보수로 10만원을 받는다. 교통비를 빼면 사실상 봉사활동이나 다름없다.

대구의 한 여성 강사는 "필기도구나 교재는 물론 없고 외부의 어느 강의실이나 있는 생수도 준비되지 않는다"며 "수강생들에게 졸지 말라고 내 돈으로 자판기 커피를 돌리기도 한다"고 털어놨다. 이화영 한국여성인권진흥원장은 "미국처럼 성매수 남성들에게 교육 분담금을 내게 해서 수업 집중도를 높이거나 수백억원에 이르는 성매매 범죄이익 환수금을 활용해 존 스쿨 제도를 원래 목적에 맞게 제대로 운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 존 스쿨(John School) 제도

초범인 성(性)매수 남성을 구제해주기 위해 일정 교육(우리나라는 8시간)을 마치면 보호처분이나 벌금형 등 형사처벌을 면제하고 전과기록도 남지 않게 해주는 제도. 미국에서 처음 만든 제도로, 성매수 혐의로 붙잡힌 남성들이 자기 이름을 가장 흔한 ‘존(John)’이라고 거짓말했다는 데서 유래해 존 스쿨로 이름 지었다.

[성매매 여성이 된 한 여대생의 고백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