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영화는 실험적 예술영화 어떻게 보느냐는 관객 몫"

    입력 : 2010.08.19 03:05

    '엉클 분미'로 칸 황금종려상 받은 泰 위라세타쿤 감독 방한
    6년 전엔 심사위원상 받은 '젊은 巨匠' "칸 大賞은 실험영화 응원이라고 생각"
    시네마디지털서울영화제 심사위원 맡아

    "칸영화제 황금종려상을 받고 무척 놀랐습니다. 저는 아직 젊은 데다가 이 영화는 매우 개인적이고 실험적인 영화니까요. 아마도 심사위원장이었던 팀 버튼 감독이 사라져가는 실험영화를 응원하려고 제 영화를 지지해준 것 같습니다."

    올해 칸 최고 영예를 거머쥔 태국 영화 '엉클 분미'의 아피찻퐁 위라세타쿤(40) 감독은 18일 서울 압구정동 한 카페에서 만나 이렇게 말문을 열었다. 그는 이날 개막한 제4회 시네마디지털서울영화제 심사위원 자격으로 내한했으며 '엉클 분미'는 영화제 개막작으로 상영됐다. 위라세타쿤은 서른두 살이던 2002년 '친애하는 당신'으로 칸 '주목할 만한 시선' 부문 대상을 받은 것을 시작으로 '열대병(2004)'으로 심사위원상을, 올해 그랑프리를 거머쥐면서 세계적인 젊은 거장 반열에 올랐다.

    ‘엉클 분미’의 위라세타쿤 감독은“이 영화는 신화와 유령, 환생처럼 내가 어렸을 때 듣고 자란 이야기들로부터 강하게 영감받은 작품”이라며“영화를 찍던 당시 나는 불교적 신념에 차 있었다”고 말했다. /이태경 기자 ecaro@chosun.com

    "태국 정치 상황 때문에 제 여권에 문제가 생겨 칸에 늦게 도착했습니다. 그래서 한국 영화들을 보지 못했는데, 특히 시카고에서 함께 영화를 공부한 홍상수 감독의 새 영화('하하하')를 못 본 것이 무척 아쉽습니다."

    위라세타쿤은 건축학도 출신으로 영화감독이면서 설치미술가로도 주목받고 있다. 그의 작품 '프리미티프 프로젝트(Primitive Project)'는 9월 서울서 열릴 미디어아트 비엔날레 '미디어시티서울'에도 초청받았다. "설치미술은 제가 단편영화를 찍기 시작할 때부터 해왔습니다. 제 단편영화를 설치미술처럼 갤러리에서 전시하면서 영화와 미술의 경계가 흐려진 것이죠. 같은 비주얼 아트라는 점에서 영화와 설치미술은 상호 보완적인 예술입니다. 그리고 실험영화는 갤러리로 갈 수밖에 없는 시대가 된 것 같습니다." 그는 설치미술을 "영화를 위한 스케치 단계라고 할 수 있다"며 "영화와 설치미술이 합쳐지면서 하나의 프로젝트가 완성된다"고 말했다.

    '엉클 분미'는 어둡고 투박하며 어려운 예술영화다. 전생(前生)과 환생(還生)을 두루 다루고 있으며 유체 이탈 장면도 등장한다. 35㎜ 필름으로 영화를 찍은 위라세타쿤은 "어릴 적 TV와 영화에서 봤던 영상물의 형식을 고루 담으려 했다"고 말했다. 35㎜ 필름은 1개 릴(reel)에 20분 분량을 찍을 수 있는데, 그는 첫번째 릴은 전형적인 자신의 스타일로 찍고, 두번째엔 태국 TV 드라마 방식, 세번째 릴은 다큐멘터리 방식을 담는 식으로 촬영했다고 말했다.

    영화의 난해함에 대한 질문을 던지자 그가 말했다. "제 영화에 대한 해석은 완전히 열려 있는 것이어서 그 미스터리를 깰까 봐 조심스럽긴 하지만… 이 영화는 모든 것이 환영(幻影)이 아닌가, 주인공인 분미의 삶조차 과연 실제 있었던 것인가 하는 질문을 던지는 영화라고 할 수 있습니다."


    ●영화 '엉클 분미'는

    신장질환으로 죽음을 앞두고 있는 분미(타나팟 사이사이마) 앞에 19년 전 죽은 아내가 나타나고, 실종됐던 아들은 침팬지가 되어 돌아온다. 이들은 자신들이 다른 모습으로 환생했거나 유령으로 떠돌고 있다며 분미의 병을 알게 돼 찾아왔다고 말한다. 분미는 가족들과 함께 정글을 뚫고 동굴을 향한 여행을 떠난다.

    '엉클 분미'는 죽음을 앞둔 분미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으나 위라세타쿤 감독의 고향인 태국 북동부의 정치·사회적 상황을 교묘하게 끼워넣은 사회성 짙은 영화다. "천국은 없고 영혼은 다른 생명체로 옮겨 환생할 따름"이라는 대사에서 드러나듯 감독의 불교적 인생관이 강하게 반영됐다. 영화는 중간에 삽입된 공주와 메기의 기이한 이야기에 의해 둘로 나뉜다. 계곡에서 말하는 메기와 공주가 만나 정사를 벌이는 장면은 서구의 판타지 영화에서는 보기 힘든 독특한 장면이다. 영화 마지막의 유체 이탈 장면은 영화를 힘겹게 따라가던 관객을 멍하게 만든다. 9월 16일 아트하우스 모모 단독 개봉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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