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함에 관련된 각종 이의제기가 끊이지 않고 있는 점과 관련, 합동조사단은 그동안의 조사 결과를 총망라한 종합보고서를 준비하고 있다. 주간조선은 이 종합보고서의 초안으로 볼 수 있는 합조단 내부 자료를 입수했다.

이 자료에는 △천안함이 사라진 좌표와 해군이 발표한 침몰 원점이 왜 다른가 △어뢰에 맞았는데 왜 불에 탄 시신이 없나 △천안함 파편과 부품은 모두 어디로 갔나 등 그동안 제기된 각종 '천안함 의혹설'에 대한 정부 차원의 조사 결과가 담겨 있다. 주간조선은 합조단 자료를 바탕으로 카이스트 신영식 교수(61·해양시스템공학)의 도움을 얻어 천안함과 관련된 주요 의문점을 정리했다. 신 교수는 미국 해군대학원에서 28년간 교수를 지낸 학자로 수중폭발 분야의 국제적 전문가다. '1번'과 관련된 논란에 대해서는 이미 보도한 바 있으므로 제외했다.
 
1.사건 발생시점과 발생장소가 왜 오락가락하나

의 문 : 한국해군전술지휘통제시스템(KNTDS)상에서 천안함이 사라진 좌표와 해군이 발표한 침몰 원점 사이에는 600m의 차이가 있다. 이에 따라 KNTDS상에서 천안함이 사라진 시각은 오후 9시25분으로, 국방부가 실제 침몰시각이라 밝힌 오후 9시22분과 3분이나 차이가 난다.
 
합조단 : 정확한 발생시점과 지점을 파악하기 위해 KNTDS, 지진파 발생시각, 공중음파 발생시각, 승조원 통화내역조회 등을 종합했다. 그 결과 승조원 최종통화시각은 (3월 26일) 21시21분47초였으며, KNTDS 신호 단절시각은 21시21분57초였고, 지진파 및 공중음파 감지시각은 21시21분57초였다. 공중음파 진동주기는 1.1초였다. 따라서 최초 폭발시각은 21시21분57초였고 두 번째 폭발시각은 21시21분58초였던 것으로 판단된다. 승조원은 장교의 수화기를 빌려 개인적인 통화를 한 것으로 드러났다. 사고 10초 전까지 통화가 이뤄졌다는 사실은 전혀 예기치 못했던 상황에서 사고가 발생했음을 의미한다.

KNTDS 신호가 단절된 위치는 위도 37-55-45N, 경도 124-36-02E였으며, 지진파와 공중음파가 발생한 위치는 위도 37-55-42N, 경도 124-36-02E였다. 두 지점 사이의 거리는 90m로, 이는 지질의 상태와 대기의 온도 차이 등으로 인해 발생하는 허용범위 이내의 오차다.

KNTDS는 위치추적이 제한될 경우에 대비, 목표의 최종 위치를 기준 삼아 이 목표물의 이동경로와 속도를 계산해 일정시간 동안 실제의 위치처럼 표시하는 특성을 갖고 있다. 따라서 사고 당시 천안함이 피격된 후에도 KNTDS상에는 약 3분간 화면이 전시돼, 사고 발생지점에서 600m 떨어진 곳에서 밤 9시25분에 사라진 것처럼 나타나게 된다. 천안함 위치발생신호가 중단된 시각은 21시21분57초였으며 KNTDS상에서 천안함이 소실된 시각은 21시25분03초로, 3분6초의 차이를 보인 것은 이 같은 이유 때문이다.

2. 버블 효과는 있었나

의 문 : 250㎏짜리 어뢰가 수심 6~9m에서 폭발할 때 물속에서 생기는 버블의 최대 반지름은 3m 정도이므로 천안함에 충격을 줄 수는 있겠지만, 이 정도의 충격으로 군함이 절반으로 절단됐다는 것은 상상하기 어렵다. 버블효과만으로 천안함을 절단시키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합조단 : 충격파가 엄청난 속도로 선체를 가격한 뒤엔 버블이 생긴다. 천안함의 경우처럼 250㎏의 폭약이 터지게 되면 지름이 약 18m에 달하는 버블이 형성된다. 천안함의 가로 폭은 10m가량에 불과하다. 따라서 버블 위에 천안함이 올라앉은 형상이 순간적으로 나타난다. 버블의 에너지는 천안함을 순간적으로 들어올렸다가 0.35초 만에 수축하게 된다. 천안함의 허리가 꺾인 것은 이때 가해지는 충격으로 인해서다.

통상적으로 어뢰를 이용해 대형 군함을 공격할 때는 5000㎏짜리 폭약을 사용한다. 따라서 250㎏짜리 폭약은 큰 것이라 할 수 없다. 하지만 이 정도의 폭약이 수심 6~9m에서 터지면 천안함 정도 되는 군함은 깨지게 된다. 1999년 호주에선 250㎏짜리 어뢰로 천안함보다 큰 구축함을 가라앉힌 적도 있다.

2차대전까지는 배를 향해 어뢰를 발사해 적중시켜 함선을 깨뜨렸다. 하지만 요즘엔 어뢰에 각종 센서를 장착, 배 밑바닥에서 6m 정도 거리를 두고 어뢰가 터지도록 설계한다. 버블효과를 최대한으로 이용하기 위한 것이다. 함선 바로 밑에서 어뢰가 터지면 버블효과가 줄어들기 때문에 파괴력이 약해진다.
 
3. 어뢰의 파편과 부품은 모두 어디로 갔나

의 문 : 어뢰의 폭발 위치가 합조단 발표대로 천안함에 근접했다면 많은 수의 금속 조각들이 선체에 박히거나 자국을 남겼을 것이다. 하지만 천안함 선체에선 이러한 파편 흔적이 발견되지 않는다.
 
합조단 : 어뢰의 수중 비접촉 폭발은 파편의 직접적 효과보다 고온·고압가스에 의해 순간적으로 발생하는 충격파와 버블효과로 인해 선체를 절단시킨다. 따라서 폭발에 의해 발생한 파편은 고온·고압가스에 의해 녹거나 미세하게 분산돼 해저나 선체에서 찾기 힘들다. 카이스트 신영식 교수는 "억지로 찾으려면 찾을 수야 있을 것"이라며 "하지만 모래사장에서 바늘 한 개를 찾는 격이라 쉽지 않을 것"이라 말했다.
어뢰의 외부 재질은 주로 알루미늄 합금으로 돼 있다. 이게 폭발할 경우 크기가 작은 파편은 퍼져나가는 물의 저항에 의해 속도가 급격히 감소, 선체에 피해를 줄 가능성이 희박하다. 선체에 박힐 가능성 역시 거의 없다. 게다가 무게가 가볍기 때문에 조류에 의해 떠내려갔을 것으로 추정된다. 조사 기간 동안 합조단은 인양된 함수, 함미, 연돌 가스터빈 등을 면밀히 조사했다. 하지만 어뢰의 조각이라 단정할 수 있는 금속 파편은 식별하지 못했다.

지난 4월 인양된 천안함 함미 절단면

4. 어뢰에 맞았는데 왜 불에 탄 시신이 없나
의 문 : 천안함이 어뢰의 공격으로 침몰했다면 사망 장병 시신 중엔 당연히 불에 탔거나 그을린 시신이 있어야 한다. "큰 충격파를 받은 것으로 보이지 않는 시신 상태에 대한 의문을 해소하지 못했다. 충격파는 실제로 있었는가?"(단행본 '천안함을 묻는다' 창비 펴냄)라는 의문을 그래서 제기된다.
 
합조단 : 어뢰가 터지면 충격파가 발생한다. 이 충격파는 물속에서는 최대 초속 8000m라는 어마어마한 속도로 선체를 가격한다. 하지만 충격파는 공기를 만나면 멈춰버리는 특성을 갖고 있다. 따라서 배 안에 있는 선원에겐 충격파가 미치지 못한다. 배의 일부가 물에 잠겨있다 하더라도 사람이 머무는 선실에는 공기가 채워져 있기 때문이다.

충격파는 최대 초속 8000m라는 굉장한 속도로 선체를 타격하기 때문에 충격파를 맞은 함정은 엄청나게 흔들린다. 배 안에 있는 사람은 이때 발생한 충격으로 사망한다. 배 안에 있는 물건이 순간적으로 날아와 사람을 가격해, 이 충격으로 목숨을 잃기도 한다. 천안함 생존자 58명 중 8명이 요추, 늑골, 우쇄골, 경추 등에 골절상을 입었으며 사체를 검안한 결과 대부분 골절과 열창(裂創·찢어진 상처)을 입고 있었다는 점이 이를 방증한다. 신영식 교수는 "충격파로 사망한 시신은 겉보기엔 멀쩡해 보인다. 어뢰 폭발로 숨지거나 부상당한 경우, (귀의) 고막조차 터지지 않는다. 불에 타거나 그을린 시신이 왜 없느냐는 의문을 제기하는 것은 어뢰에 대해 잘 몰라서 하는 말이다"라고 했다.
 
5. 5월에 건져낸 북한산 어뢰 동력장치가 왜 이렇게 심하게 녹슬었나

의 문 : 
발견된 어뢰 추진동력장치가 심하게 녹이 슨 것으로 미뤄 물속에서 수년 이상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5월 15일에 건져낸 것이 이렇게 심하게 녹슬 수 있나. 이런 고철 덩어리가 천안함을 침몰시켰다는 결정적 증거가 될 수 있나.
 
합조단 : 어뢰 추진동력장치를 수거한 뒤 부식 기간을 확인하기 위해 국립과학수사연구소, 서울대, 원주대, KIST, 국방부 조사본부 전문가들이 정밀 분석을 실시했다. 하지만 재질로 사용된 금속이 부위별로 모두 달라 각 부위의 부식 정도 역시 제각각으로 나타났다. 이렇게 해서는 제한적인 판단밖에 할 수가 없어서 수거 10일이 지난 5월 25일 금속재료 전문가들을 초빙해 육안으로 확인을 의뢰했다. 전문가들 육안 확인 결과 '철제부분 어뢰 추진동력장치는 1~2개월가량 부식된 것으로 보인다'는 답을 얻었다. 이는 천안함 선체 철제부분의 부식 기간과 유사하다. 지난 5월 15일 수거한 어뢰 추진동력장치는 구릿빛이 선명했지만, 2개월가량(81일) 지난 8월 4일엔 육안으로 금속재질을 구별하기 어려울 정도로 심하게 부식이 이뤄졌다. 이는 부식의 속도가 그만큼 빠르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것이다.

6. 천안함은 좌초한 것 아닌가

의 문 : 
천안함이 지나치게 해안 가까이 접근하는 과정에서 스크류가 그물을 감고, 그 그물이 철근이 들어있는 통발을 당기면서 과거 우리 측이 깔아놓은 기뢰를 격발시킨 것 아닌가. 천안함이 3월 26일 20시30분~21시25분에 비교적 수심이 낮은 어장과 어초가 있는 해역에서 급선회한 뒤 뭔가에 부딪혀 좌초한 것 아닌가.
 
합조단 :  배의 길이 방향으로 긁힌 자국이 없으며, 좌초라고 판단할 만한 소성변형(탄성한계를 초과해 발생하는 영구변형)이나 파괴의 흔적도 없었다. 소성변형이 극심하게 나타난 곳은 가스터빈실 절단부위 전후부 격실의 선저부 외판 패널이었다. 또 중앙부 절단구역 선저 외판구조가 배 안쪽을 향해 크게 휘어들었다. 함수와 함미 절단부의 선저 외판은 갑판 높이까지 휘어올라왔고, 가스터빈실 선체의 용골(龍骨·사람의 척추에 해당하는 배의 뼈대) 역시 활 모양으로 심하게 휘어 구부러졌다. 좌초됐을 경우엔 이런 현상이 나타나지 않는다.

도면에 있는 천안함의 흘수(배가 물에 잠기는 깊이)는 2.88m이며 실제로 배를 운용할 때 적용된 흘수는 평균 3.1m였다. 사건 발생지점의 수심은 47m였으며 당시 작전구역의 최저 수심은 8.6m로 확인됐다. 따라서 천안함이 해저에 부딪힐 가능성은 없다. 그리고 인공어초는 수심이 17~34m인 해역에 설치돼 있었기 때문에 천안함과 부딪힐 수 없었다.

사건발생지역엔 남서풍이 20노트로 비교적 강하게 불고 있었고 조류의 속도는 평균 3~5노트로 물살이 매우 빨랐다. 게다가 조수간만의 차가 4m, 파고가 2.5m에 달해 부유기뢰나 계류기뢰(강철 등의 줄로 매놓는 기뢰)를 설치하는 데 부적절했다.
사건 당일 6시에 대청도 기지를 나선 천안함은 시간당 1~2회씩 지속적으로, 총 10회 이상 사건 발생지역에 대한 초계활동을 반복했다. 이는 계류기뢰가 부설돼 있지 않았음을 방증하는 것이다.

합수단은 폭발원점 부근에서 어뢰의 추진동력장치를 발견했으며 이 동력장치가 북한의 CHT-02D 어뢰의 설계도와 동일하다는 사실을 파악했다. 그리고 인양된 천안함 함수절단면, 연돌, 가스터빈실 등과 폭발원점의 뻘 등에서 HMX, RDX, TNT의 폭약 성분을 검출했다. 이를 근거로 이 3가지를 혼합한 폭약이 천안함 사건에 사용됐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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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사람은 절대 사과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