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칼럼]日보다 심한 中 역사 왜곡

    입력 : 2010.08.15 23:00

    이항수 홍콩특파원
    "역사를 논하려면 실사구시를 하라."

    지난 5일 홍콩 최대 일간지 동방일보(東方日報)에 실린 글이다. 필자는 류멍슝(劉夢熊·62) 전국정협(인민정치협상회의) 홍콩위원. 홍콩의 대표적인 친(親)중국·친공산당 인사가 환구시보(環球時報)의 한 기고문을 공개 비판했다. 환구시보는 중국 공산당기관지 인민일보(人民日報)의 자매지다. 홍콩의 친공산당 인사가 공산당 대변지를 공격한 것이다.

    류멍슝 위원은 중국 상하이외국어대 팡중잉(龐中英) 교수가 지난 2일 환구시보에 기고한 '남중국해 문제, 단순히 다자회담으로 논해선 안 돼'라는 글을 지목했다. 비판 대상은 "미국이 연합군 명의로 한국전쟁을 일으킨 역사는 다자(多者)시스템이 반드시 좋은 것만은 아님을 증명한다"는 결론 부분이다.

    류 위원은 "1950년 6월 25일 북한 김일성 정권이 소련 스탈린의 지지하에 무력으로 한반도를 통일하기 위해 멋대로 38선 이남으로 돌격해 한국은 속수무책으로 당했고, 서울은 3일 만에 함락됐다"면서 "한국전쟁은 100% 김일성이 일으켰다는 역사적 사실은 처음부터 외부에는 잘 알려져 있었지만 중국은 수십년간 이 진상을 숨겨왔다"고 지적했다. 류 위원은 "그러나 1990년대 구소련이 해체된 뒤 스탈린·김일성·마오쩌둥 사이에 오간 비밀 전보가 폭로된 후 역사는 바로잡혔다"면서 "중국 교과서가 기술한 '미 제국주의와 이승만 정권이 한국전쟁을 일으켰다'는 교리는 철저히 무너졌고 역사적 웃음거리가 됐는데도, 아직까지 그런 역사적 거짓말을 계속하는 것은 교수라는 직함에 대한 모욕"이라고 팡 교수를 질타했다.

    그렇다면 지금의 중국 교과서는 6·25를 어떻게 기술하고 있을까. 인민교육출판사가 펴낸 '보통 고중(高中·고교)역사'의 106쪽은 '조선전쟁'(6·25)의 발발 원인에 대해 ▲2차대전 이후 한반도에 대립적인 두 나라가 들어선 것과 ▲미국의 패권주의 확대가 필연적으로 전쟁을 일으켰다고 설명한다. 이어 개괄 부분에서 "1950년 6월 25일 조선전쟁이 발발했다…(중략)…그해 10월 미군은 아주 빠르게 중국의 변경인 압록강변까지 진격하고 중국의 동북지구를 폭격하며 중국의 안전을 엄중하게 위협했다"고 가르친다. 북한이 전쟁을 일으켰다는 설명 없이 미국의 패권주의가 전쟁의 원인이라고만 적시한 대목이나, 미군이 압록강 너머 만주까지 폭격했다는 대목은 모두 역사적 사실을 회피, 왜곡하는 것이다.

    중국은 지난 2002년부터 '동북공정(東北工程)'에 따라 고구려사와 발해사 등을 중국사로 편입시키는 역사 왜곡을 대대적으로 진행해 왔다. 그런데 고대사뿐만 아니라 불과 수십 년 전의 현대사도 이렇게 왜곡되게 가르치는 것이다. 최근 중국 중앙(CC)TV의 유명 역사 담당 강사가 동북공정을 신랄하게 비판하면서 "일본도 역사교과서를 왜곡하지만 중국만큼은 아니다. 중국 역사 교과서에 진실은 5%도 안 되고 대부분은 완전한 허구"라고 강의해 화제를 일으킨 적이 있다.

    일본 총리의 사과 담화에 대해 중국 관영 신화통신은 11일 "사과는 행동이 더 중요하며, 반성에는 공통 인식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당연한 말이다. 그러나 홍콩 정협위원의 지적처럼 중국도 실사구시를 하고, 왜곡된 역사 기술, 역사 교육은 스스로 바로잡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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