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질설이 돌던 박영준 총리실 국무차장이 오히려 지식경제부 제2차관으로 사실상 영전하면서 '박영준 라인'으로 지목돼왔던 청와대 인사(人事)팀들도 다시 주목받고 있다.
대통령은 '국가공무원법'과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에 따라 5급 이상 공무원과 공기업 대표 및 이사·감사에 대한 임명권을 갖는다. 이를 통한 간접적 임명권까지 합하면 약 2만개 자리에 관여할 수 있다고 한다.
청와대에서 이 업무를 담당하는 팀이 '인사기획관-인사비서관-공무원·공기업 인사 담당 행정관' 라인이다. 박 차장은 정권 초기 공무원과 공기업 인사를 주도했고, 그때 TK(대구·경북) 출신, 'S라인'으로 불렸던 서울시청 출신, 대선 사조직인 선진국민연대 출신들과 함께 일을 했다. 이 인사팀을 두고 공무원 사회에선 '박영준 인사라인' 'SD(이상득) 라인'이라며 "공무원·공기업 인사를 독점하고 있다"고 해왔다. 여당 소장파들도 "이 구조를 깨지 않고는 인사의 공정성을 인정받지 못한다"고 비판했다.
지난 7월 임태희 대통령실장 체제 시작 이후 이 라인의 교체 시도가 있는 듯했다. 상당수가 자리 이동을 했고, 청와대는 "인사 라인을 교체했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보직만 바뀌었을 뿐 실체는 그대로"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우선 "공정한 인사를 위해 신설한다"고 했던 수석비서관급 인사기획관 자리는 여전히 공석이다. TK 출신인 A인사비서관도 그대로다. 서울시청 출신으로 공무원 인사를 담당하던 B선임행정관은 지난번 인사에서 대통령실장실로 자리를 옮겼지만 업무는 그대로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는 그 이유를 "대통령실장이 인사기획관 업무를 겸직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결국 무늬만 바뀐 것이다. 인사 검증을 담당하는 C공직기강팀장은 이번 인사에서 같은 업무를 하는 비서관으로 승진했다. 선진국민연대 출신 행정관이 빠졌지만 대신 한나라당 당직자 출신이 임명됐다.
이 인사팀을 비판해왔던 한 여당 의원은 "청와대 인사라인 개편이나 이번 '박영준 지경부 차관' 인사는 모두 여론의 눈을 피하려는 편법이라는 점에서 공통점이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