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민간인 사찰' 수사, 아무 의혹 없는 듯 덮고 마는가

      입력 : 2010.08.11 23:31 | 수정 : 2010.08.12 07:24

      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의 민간인 불법사찰 사건을 수사해온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은 11일 이인규 전 지원관과 김모 점검1팀장을 구속기소하고 팀원 1명을 불구속기소했다. 혐의는 2008년 9월 블로그에 대통령 비방 동영상을 올린 김종익씨가 대표이사로 있는 국민은행 관련회사 KB한마음의 사무실을 뒤지고 국민은행을 통해 압력을 넣어 김씨가 대표이사에서 물러나게 했다는 것이다.

      검찰 수사는 총리실이 7월 5일 수사의뢰한 내용에서 거의 한 발자국도 나아가지 못했다. 첫째, 공직윤리지원관실이 애당초 무슨 연유로 민간인 김씨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는지 그 배경을 밝히지 못했다. 지원관실 직원들이 "익명의 제보를 받았다"고 진술했다는 선에서 수사가 멈췄다. 둘째, 누가 지원관실 컴퓨터 7대의 하드디스크를 망가뜨렸는지도 밝혀내지 못했다. 검찰엔 국내 최고수준 컴퓨터 전문가들이 있지만 삭제 내용을 복구하지도 못했다.

      셋째, 공직윤리지원관실은 직제상 국무총리실장과 사무차장의 지휘를 받게 돼 있다. 하지만 불법사찰이 진행되던 2008년 하반기의 총리실장과 사무차장은 "아무 보고도 받지 못했다"고 했다. 그렇다면 도대체 누가 보고를 받고 지원관실을 통제하고 있었는지를 규명하지 못했다. 넷째, 야당은 지원관실이 이영호 전 청와대 고용노사비서관에게 사찰 내용을 보고해왔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지난 6일 이 전 비서관을 참고인으로 소환조사했으나 혐의를 입증하지 못했다. 검찰은 이 전 비서관의 사무실·집·이메일·통화내역에 대한 압수수색은 "(영장을 청구할) 근거가 없다"면서 시도해보지도 않았다.

      다섯째, 지원관실이 암행감찰을 통해 국세청 고위간부가 재벌 기업의 법인카드로 룸살롱을 출입한다는 사실을 적발하고도 덮어버렸다는 의혹도 제기됐지만, 검찰은 이 문제도 "계속 수사하겠다"고만 했다. 그 국세청 간부는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에 대한 세무조사를 맡았던 사람이다. 여섯째, 지원관실이 왜 남경필 의원 부인이 연루된 고소사건을 탐문하고 다녔는지도 의문으로 남아 있다. 2008년 남 의원과 함께 여권 실세의 2선 퇴진을 요구했던 여당의 정두언·정태근 의원에 대해서도 사찰이 행해졌다는 의혹이 있다. 정두언 의원은 11일 "실체가 밝혀진 게 없다. 검찰이 의지가 없는 것인지 무능한 것인지 모르겠다"고 했다.

      일곱째, 불법 사찰이 있었던 2008년 당시 공직윤리지원관실 직원 42명 가운데 17명이 '대구·경북' 출신이고, 영일·포항 출신만 8명이었다. 이인규 전 지원관은 영덕 출신으로 포항에서 고교를 나왔고 이영호 전 비서관은 포항 출신이다. 이번 사건과 관련한 핵심 의혹은 대통령과 동향(同鄕)인 인적 네트워크에 속한 사람들이 지원관실을 친위 조직으로 부리면서 각종 월권(越權)을 해오지 않았느냐는 것이다. 많은 국민들은 대통령 측근 세력이 정권에 비판적인 인물을 압박하는 등 권력의 과잉 행사 모습이 과연 어떤 지경에 이르렀는지 확인하고 싶었을 것이다. 검찰 수사는 그 의혹의 실마리를 보여주기는커녕, 그 근처에는 가보지도 못한 채 끝나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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