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ng Power] "수백년 손맛 스민 한옥, 유럽에 보여줄 겁니다"

    입력 : 2010.08.05 02:58 | 수정 : 2010.08.05 07:22

    베니스 건축전 참가 조정구씨
    "아무리 훌륭하게 설계해도 목수·미장이 없으면 안돼… 한옥 만들며 겸손 배웠죠
    도심의 옛집 답사 10년… 살 냄새 그득한 풍경 좋아"

    오는 29일 이탈리아 베니스에서 개막하는 제12회 베니스비엔날레 국제건축전에 서울의 '도시 한옥'이 등장한다. 역사도시 서울이 변모해온 과정을 보여줄 한국관에서다. 이 한옥은 널찍한 누마루와 卍(만)자 모양의 문 창살, 천장의 굴곡진 서까래가 드러나는 안방 등으로 이뤄져 있다. 기둥 사이 간격은 3.6m, 크기는 36㎡(11평)여서 관람객들이 신발 벗고 들어가 쉴 수도 있다.

    건축가 조정구(44·구가도시건축 대표)씨가 유럽에 이 한옥을 소개한다. 베니스 건축전에 참가하는 한국 건축가는 5명인데, 주제관인 한옥의 소개를 조씨가 맡았다. 그는 "관람객들이 정자처럼 꾸민 한옥에서 편히 쉬면 좋겠다"고 했다. "유럽인은 수백년 된 집에서, 그 집을 거쳐 간 사람과 삶의 기억을 공유하며 삽니다. 우리도 역사가 숨 쉬는 공간에서 살고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어요."

    조정구씨가 이번 베니스비엔날레 국제건축전에 선보일 ‘도시한옥’의 모형을 공개했다. 그의 한옥을 똑 닮았다. 그는 “전시장 천장이 유리이기 때문에 기와를 얹지 않은 한옥 내부로 베니스의 자연광이 들어올 것”이라고 말했다. /이진한 기자 magnum91@chosun.com

    조씨는 현대식 한옥으로 주목받는 젊은 건축가다. 2002년 서울 가회동 북촌(北村) 한옥마을 재개발에 참여했고, 2005년 경주 신평동에 국내 최초 한옥호텔 '라궁(羅宮)'을 설계해 2007년 대한민국 목조건축대전 대상을 받았다.

    "제가 짓는 한옥은 엄밀히 말해 '도시 한옥'입니다. 대청에 유리문 달고, 처마에 잇대어 함석 챙을 달죠. 전통 한옥의 성격을 잃지 않으면서도 근대 도시에 적응해 새로운 주택 유형으로 진화한 한옥이죠."

    서울대 건축학과와 대학원을 졸업하고, 도쿄대에서 박사과정을 마친 그는 2000년 회사를 세웠고, '북촌 가꾸기'에 참여하면서 한옥에 매료됐다. 외벽과 처마선을 살리고 실내 화장실과 입식 주방을 설치하는 작업이 흥미로웠다. 그 과정에서 다른 사람과 협업하는 겸손도 배웠다고 한다. "한옥이 가진 기품과 역사, 그건 건축가 혼자는 손댈 수 없는 부분이었어요. 아무리 훌륭하게 설계해도 솜씨 좋은 목수와 미장이가 없으면 제대로 지을 수 없어요."

    조씨는 2003년 아예 서울 서대문에 있는 한옥으로 이사했다. 그는 "아내가 50년 된 다락을 보고 탄성을 질렀고, 아이 넷이 햇빛 가득한 마당에서 뛰어놀았다"며 "그때 '좋은 집이란 이런 거구나'하고 깨달았다"고 했다. 그 뒤 한옥은 그의 '스승'이 됐다. 한옥을 기본 틀로, 그 안에 스민 시간의 정수를 건축에 녹이려 애썼다. 여백의 미를 살린 권진규아뜰리에(동선동), 내부는 한옥이고 외부는 현대건축인 K갤러리(삼청동)가 그렇게 해서 나왔다.

    조씨는 10년째 수요일이면 카메라를 들고 도심의 허름한 동네를 찾아간다. 슬레이트집 17채가 붙은 왕십리 봉제공장, 가파른 산 중턱을 깎아 집을 올린 이화동과 명륜동, 옛 기찻길 변에 일렬로 붙은 서교동 365번지, 사람 하나 겨우 들어갈 쪽문이 50㎝ 간격으로 이어진 돈의동 쪽방촌…. 답사 내용을 사진과 글로 정리하고, 재개발 예정지는 실측을 해서 도면을 그리고 모형을 제작했다. 이렇게 발품을 판 '수요 답사'가 500회를 넘겼다.

    작년부터는 수요 답사와 별도로 경복궁 서쪽인 '서촌(西村)'을 실측하고 있다. 화분·자전거·도시가스관 등 골목 전체를 모눈종이에 그려넣는다. 한옥 한 채의 스케치에 반나절 걸린다. 그는 "살 냄새 그득한 풍경에서 느껴지는 애잔함이 좋다"고 했다. 이번 비엔날레에는 이 작업의 결과물인 그림(4×5m)도 한 점 내건다. 재개발 전의 내수·내자·사직동 골목을 재현한 것이다. 펜으로 그린 한옥 682채가 다닥다닥 붙었는데, 집 한 채가 손바닥 크기다.

    "사람들은 1950~60년대에 지은 한옥을 '집장수 집'이라며 폄하해요. 전통 한옥과 다르다는 거죠. 하지만 집장수가 지은 집들에도 목수나 미장이 같은 전문가의 수백년 손맛과 기술이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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