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간은 그대 아버지께… 그대 간은 나의 아버지께

    입력 : 2010.08.04 23:21 | 수정 : 2010.08.05 00:53

    두 가족 父子, 교차 간이식

    윤혁씨

    지난달 19일 오전 8시 서울 송파구 풍납동 서울아산병원 본관 수술실에 부자(父子) 두 쌍이 들어갔다. 두 아들은 8시간 넘는 대수술 끝에 간암을 앓는 다른 아버지에게 간을 교환(交換) 이식했다.

    이날 A씨에게 간 일부를 기증한 윤혁(37)씨는 서울 광진소방서 소속 119구조대원이다. 윤씨는 2007년 아버지 윤완중(66)씨가 신장암에 걸렸다는 청천벽력 같은 진단을 들었다. 다행히 초기에 발견돼 신장암은 치료할 수 있었지만, 그 사이 간경변이 악화했다. 아버지는 2009년 간암 판정을 받았다.

    아들 윤씨는 "아버지가 나으려면 간 이식이 필요하다"는 병원 측 말을 듣고 아버지에게 자기 간을 이식하려 했다. 하지만 병원 측은 "나이와 간 상태 등을 볼 때 아버지와 부적합하다"고 했다.

    고민하던 윤씨에게 귀가 번쩍 트이는 소식이 날아왔다. 비슷한 처지에 놓인 다른 간암 환자가 있고, 그 아들이 윤씨 아버지에게 간을 나눠줄 수 있다는 것이었다. 윤씨는 간암 환자 A씨에게 간을 나눠주면 된다는 소식이었다. 윤씨의 간 상태도 이식할 수 있을 정도로 좋아졌다는 판정을 받았다. 윤씨 아버지는 간을 내놓겠다는 자식을 극구 말렸지만, 윤씨는 "제가 어린 두 딸을 낳아 키워보니 늦게서야 부모님 은혜를 알았다"며 아버지를 설득했다.

    지난달 초 윤씨 부자와 A씨 부자는 국립 장기이식관리센터에서 "순수한 마음으로 서로 아버지에게 간을 기증해주기로 한다"고 서약하고 수술 승인을 받았다. 장기이식관리센터는 장기매매를 방지하기 위해 신분확인을 거쳐 수술 여부를 확정해준다.

    장시간 수술을 통해 아들 윤씨가 A씨에게 간을 기증하는 동안 옆 수술실의 윤씨 아버지는 A씨 아들로부터 간을 받았다. 수술 경과가 좋아 아들 윤씨는 지난달 30일에 퇴원해 회복 중이고 윤씨 아버지도 중환자실에서 차츰 상태가 호전되고 있다.

    구조대 복귀를 앞둔 윤씨는 "다른 사람의 생명을 지켜야 하는 구조대원이 자기 아버지 생명을 구하는 건 너무도 당연한 일"이라며 "아버지가 하루빨리 쾌차하시길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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