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보내준 털모자 20만개가 서(西)아프리카에 기적을 만들고 있습니다. 더 큰 결실을 맺도록 꾸준히 후원해 주세요."

국제아동권리기관 '세이브 더 칠드런'의 토머스 매코맥(McCormack·48) 서아프리카 지부장이 방한했다. 그는 "작년 한국의 후원자들이 직접 떠서 보내준 털모자 9만3000개가 저체온증으로 생명의 위협을 받는 서아프리카의 신생아들에게 전달됐다"며 "세계에서 가장 많이 보내준 나라"라고 했다. 세이브 더 칠드런은 한국에서 모자 캠페인 첫해인 2007년 2만5000개를 시작으로 2008년 8만개, 2009년 9만4000개를 말리를 비롯한 가난한 나라에 전달했다. 총 20만개가 넘는다. 올해 목표는 15만개다.

한국에서 보내준 아기용 털모자를 든 매코맥 지부장은 거듭 "서아프리카 수만명의 삶이 한국인의 도움 덕에 개선되고 있다"며 "현장에서도 많은 사람이 온갖 도전에 맞서 헌신하고 있음을 기억해 달라"고 했다.

작은 털모자 하나가 말리에서 갖는 의미는 각별하다. 사막권 국가인 말리에서는 태어나서 5세가 되기 전에 아이들 5명 중 1명이 죽는다. 제대로 된 의료혜택도 없는 곳에서 부모가 가진 여러 질병까지 물려받은 아기들이 체온을 유지하지 못해 죽어가기 일쑤다. 매코맥 지부장은 "아기들이 태어나자마자 죽어버린다면 빵을 주고 학교를 지어줘 봐야 무슨 소용이냐"며 "털모자로 체온을 2도만 올려도 많은 신생아가 죽음의 고비를 넘길 수 있다"고 했다.

그는 "한국인은 사람을 돕는 특별하게 애틋한 마음씨를 가진 것 같다"고 했다. "선진국은 사업 초기에 기금을 주고는 지원이 끊어지는 경우도 많아요. 하지만 한국은 오히려 매년 후원이 늘어나요. 현장에서 일하는 우리에겐 이런 긍정적인 심성과 꾸준한 관심이 얼마나 큰 힘이 되는지 모릅니다."

그는 말리에서도 보건환경이 가장 열악하다는 남부 요로소 지역 얘기를 했다. 임산부와 신생아를 위한 의료시설 확충과 인력훈련 사업을 진행하고 있는 곳이다. 그는 "한국 정부가 요로소를 위해 해마다 80만달러를 지원해왔다"며 "앞으로도 이런 지원이 계속된다면 더 많은 생명을 살려낼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매코맥 지부장은 25세 때 처음 말리에서 자원봉사를 시작, 이후 20년 넘게 중앙아시아와 서아프리카에서 활동해온 베테랑이다. 요즘은 말리에서 사하라 이남 서아프리카 국가의 세이브 더 칠드런 활동을 총괄하고 있다. 그는 "털모자 1개나 돈 1달러 같은 작은 선의(善意)가 퍼즐처럼 모여 변화를 일으킨다. 가난을 완전히 극복하긴 어렵겠지만 항상 기대치를 높게 잡고 맞춰 가려고 애쓴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