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캠퍼스 DNA'가 달라졌다] 노트북 켜고 강의 듣다가, 위키피디아(인터넷 백과사전) 검색하고 트위터(140자 이내 단문 블로그)까지

    입력 : 2010.08.02 09:00 | 수정 : 2010.08.02 14:54

    [2010 '캠퍼스 DNA'가 달라졌다]
    [4]최신 IT로 멀티태스킹… '4G(4세대) 대학생'
    학내 어디서나 무선인터넷 도서관 빈자리·식당메뉴…
    스마트폰으로 실시간 확인

    7월 31일 오전 11시 서울 서대문구 신촌동 연세대 빌링슬리관 앞마당 벤치에 정치외교학과 학생회 간부 4명이 모였다. 2학기에 추진할 '연정(延政·연세대 정외과)수련회'와 '연고전(延高戰) 단합대회'를 논의하는 자리였다. 회장 김승주(20·2학년)씨가 넷북(미니 노트북)을 꺼냈다. 그는 와이파이(Wi-Fi·근거리 무선 통신망)를 이용해 싸이월드의 학과 커뮤니티에 접속한 뒤 회의를 진행했다. 김씨는 "네스팟에 ID(신분 확인) 등록만 하면 학내 어디서나 무선 인터넷을 이용할 수 있다"고 했다. 연세대 교정 곳곳에 'Wireless LAN: 이 지역은 무선 초고속 인터넷을 이용할 수 있는 장소입니다'라고 쓰인 푯말이 보였다.

    같은 학과의 김휘현(20)·양민경(19)·김시경(18)씨도 노트북을 꺼내 와이파이에 접속했다. 40여분쯤 지나자 '수련회 기획서 가안(假案)'이 나왔다. 1학년생인 김시경씨는 "예전 선배들처럼 회의 따로 문서작업 따로 하지 않고 한 번에 끝낸다"며 "회의 중 메신저를 통해 사진이나 동영상 파일을 주고받아 PPT(파워포인트) 자료를 동시에 만든다"고 말했다. 회장 김승주씨는 "중국 칭다오를 여행 중인 부회장과도 메신저를 통해 수시로 의견을 조율한다"고 했다.

    회원들은 이어 고려대생을 포함한 180여명이 함께 모일 수 있는 장소를 알아봤다. 인터넷 검색을 시작한 지 얼마 안 돼 김휘현씨가 "학교 앞에 180명이 들어갈 수 있는 곳이 있다"며 한 주점(酒店)을 찾고 연락처까지 확인했다. 장소 예약까지 10분이 걸리지 않았다.

    지난달 31일 오전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학생회 간부 양민경씨와 김승주 회장, 김휘현₩김시경씨(사진 왼쪽부터)가 교내 벤치에 앉아 무선 인터넷을 이용해 2학기 학생회 활동에 대해 회의를 하고 있다. /송민진 인턴기자(School of Visual Arts NY 사진과 1년)
    요즘 대학생들은 노트북 컴퓨터와 스마트폰 등 각종 전자기기를 활용해 시간과 공간의 제약을 간단히 뛰어넘는 '4G(4세대) 대학생'들이다. 이동통신의 진화 과정에 따라 아날로그 음성 통화를 주고받던 1세대, 문자와 간단한 사진을 전송하던 2세대, 영상과 데이터 교류가 가능한 3세대, 대량 정보를 언제 어디서나 신속히 전달하는 4세대로 나눈 것에 빗댄 표현이다.

    서울대 사회학과 장덕진 교수는 이들을 '멀티 태스킹(multi-tasking)이 일상화된 세대'라고 표현했다. 동시 다발적으로 정보를 찾아 흡수한다는 뜻이다. 장 교수는 "과거 대학생들은 교수의 강의에만 집중했지만 요즘엔 노트북을 켜 놓고 강의를 듣다 궁금한 것을 즉각 인터넷 백과사전 위키피디아에서 검색하거나 트위터를 통해 해결한다"고 말했다.

    지난달 31일 오후 연세대 봉사동아리‘YDMC’학생들이 학교 잔디밭에 둘러앉아 무선 인터넷이 가능한 노트북과 스마트폰을 이용해 여름방학 동아리 행사에 대해 의논하고 있다. /송민진 인턴기자(School of Visual Arts NY 사진과 1년)
    같은 날 오후 1시 연세대 공학원 앞 잔디밭에서는 학교 봉사동아리인 YDMC(Yonsei Dream Major Con ductor) 회원들이 '여름방학 대학생 멘토링'을 주제로 회의를 열었다. 2일부터 5일까지 충북 제천동중학교에서 벌이는 멘토링 행사를 앞두고 마지막 점검을 위해 회원 9명이 모였다. 학생들은 각자 준비한 파워포인트 파일을 따로 출력하는 대신 다운로드해 노트북 화면을 통해 돌려봤다. 스터디 모임 때마다 복사 가게를 들러야 했던 예전 대학생들이 상상도 할 수 없는 모습이다. 송별회 때 쓸 파티용품을 준비하려고 인터넷 쇼핑몰 사이트를 검색한 권선연(20·경영학과 2)씨가 잠시 후 보드 게임판과 풍선 가격을 클럽에 올렸다. 30분 만에 회의를 끝낸 회원들은 이날 불참한 회원들에게 논의된 내용을 간단히 정리해 스마트폰으로 '쏴' 줬다.

    책장 넘어가는 소리만 들렸던 대학 도서관 열람실 모습도 확 달라졌다. 일반 열람실과 노트북 열람실을 나눈 곳이 대부분이다. 노트북을 이용하는 학생들이 내는 '타닥타닥' 자판 소리가 다른 학생들의 신경을 자극하기 때문에 아예 좌석을 구분한 것이다.

    스마트폰을 이용해 서강대 애플리케이션에 접속하면 도서관 열람실의 이용 현황을 한눈에 알 수 있다. 현재 사용 중인 좌석이 빨간색으로 표시돼 있다. /오종찬 기자 ojc1979@chosun.com
    이화여대 도서관 열람실도 노트북 사용자석을 따로 구분했다. 1일 오전 일반 열람실의 이용률은 7.6%(907석 중 69석)였지만 노트북석은 21.7%(175석 중 38석)였다. 교사 임용고시를 준비하기 위해 이곳에 오는 졸업생 우초롱(30)씨는 "1999년 입학할 당시 수학교육과 동기 41명 중 노트북을 가진 사람은 대여섯 명에 불과했다"며 "요즘은 노트북이나 넷북 하나 없는 학생을 찾아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고려대 100주년 기념관 학술정보관(CDL) 4층 열람실도 일반석과 노트북석(308석)을 나눴다. 유리벽에는 '노트북 사용 시 소음 발생(키보드 자판, 마우스 클릭, 동영상 볼륨) 등에 각별히 유의해 달라'는 내용의 공고문이 붙어 있었다.

    요즘 대학생들은 스마트폰을 이용해 캠퍼스 안의 세세한 정보까지 실시간으로 확인한다. 도서 대출 현황과 도서관 열람실의 빈자리는 물론 칼로리까지 나와 있는 식단표를 보고 점심 메뉴를 골라 먹는다. 식사가 끝나면 음식에 대한 평가를 '별점(★의 개수)'으로 표시해 스마트폰으로 학교에 전달한다.

    7월 31일 오후 3시 서강대생 채동찬(26)씨가 경기도 광명시 집에서 나오면서 스마트폰을 꺼내 도서관 좌석 정보 애플리케이션(application·응용프로그램) 아이콘을 누르자 전국 대학의 도서관 목록이 나타났다. 서강대 항목을 선택하자 중앙도서관 이용 현황이 곧바로 떴다. 그는 "예전에는 열람실에 도착해서 헛걸음하기 일쑤였지만 지금은 좌석 상황을 손바닥 보듯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울산과학기술대(UNIST)는 올해 전교생과 교직원 등 1200여명에게 아이폰을 지급했다. 스마트폰을 통해 '블랙보드'라는 학습관리시스템을 이용하기 위해서다. 교수가 블랙보드에 강의 자료와 과제를 미리 올려놓으면 학생들은 교내 어디에서든 정보를 받아볼 수 있는 시스템이다. 종이 교재 대신 스마트폰을 꺼내 미국 유명 대학 교수진의 강의 동영상이나 해외 저명 학자의 논문을 곧바로 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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