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초점] 이베이에 뒤통수 맞은 공정거래위

    입력 : 2010.07.25 23:17 | 수정 : 2012.03.05 13:54

    김영수 산업부장
    인터넷에서 물건을 사고파는 장터를 '오픈 마켓'이라고 부른다. 인터넷 사업자는 판매자에게 인터넷상에 거래 장소를 제공하고, 거래가 이뤄지면 10% 안팎의 수수료를 받는다. 우리나라 오픈마켓 시장의 90%는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인 이베이 계열사인 G마켓과 옥션이 장악하고 있다. 이베이가 G마켓을 지배하고, G마켓이 옥션을 지배하는 구조다.

    공정거래위가 시퍼렇게 눈을 뜨고 있는데 시장 점유율 90%라는 독점 구조가 어떻게 탄생했을까? 국내에서 옥션을 갖고 있던 이베이는 지난 2009년 4월, G마켓 인수를 발표했다. 옥션과 G마켓의 국내 시장점유율을 합치면 90%가 넘는다. 업계에서는 공정위가 이베이의 G마켓 인수를 불허할 것으로 예상했다. 특히 오픈마켓에서 장사하는 중소 업자들은 '독점 기업의 횡포가 불보듯 뻔하다'며 인수를 반대했다.

    하지만 공정위는 기득권자인 이베이 손을 들어줬다. 통계부터 왜곡했다. 90%라는 오픈마켓 시장 점유율을 무시하고, 국내 전체 전자상거래 시장 점유율 수치를 인용했다. 이베이 점유율은 40%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그리고 중소판매자 보호대책 수립을 조건으로 이베이의 G마켓 인수를 허용했다.

    한국 시장을 독점하게 된 이베이는 눈에 보이는 게 없었다. 오픈마켓에서는 누구나 자유롭게 상품을 판매하고 구입한다. 판매자들도 여러 오픈마켓에 자신의 상품을 올려놓는 게 일반적이다.

    그러나 이베이는 경쟁업체와 거래한 판매업자들을 메인 홈페이지에서 이름을 빼버리는 보복을 단행했다. 10여개 중소 상인들은 이베이에 용서를 빌고, 경쟁업체인 11번가에서 철수했다. 이베이가 약속한 중소판매자 보호대책은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었다.

    심지어 이베이는 공권력마저 우습게 여겼다. 공정위 직원이 현장 조사를 나오자, 본사 문을 걸어잠그고, 50여분 동안 들어오지 못하게 했다. 여기에다 조사 요원들이 수차례에 걸쳐 자료 삭제를 중단하라고 요청했지만, 보란 듯이 관련 컴퓨터 파일을 지웠다. 이베이가 엉뚱한 통계까지 끌어들이며 독점을 허용한 공정위를 우습게 여기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하다. 공정위는 제 발등을 찍은 셈이다.

    G마켓은 3년 전에도 불법 행위를 저지르고 시정명령을 받았다. 당시 G마켓은 중소판매자들에게 경쟁업체인 앰플 온라인에서 물건을 팔 때는 G마켓보다 비싼 가격을 매기라고 강요했다. 공정위는 G마켓에 시장지배자의 권력을 남용했다며 과징금 1억3500만원을 부과했다. 하지만 앰플 온라인은 1년8개월 만에 문을 닫았다. 이번에도 G마켓은 과태료와 과징금으로 총 2억6000만원을 내야 하지만, 경쟁업체를 문 닫게 한다면 훨씬 남는 장사를 하는 셈이다.

    정부의 임무는 독점기업이 새로 시장에 진입하는 신생 기업을 죽이지 못하도록 감시하는 것이다. 따라서 이번 G마켓의 범법 행위를 대충 넘어가서는 안 된다. 검찰은 중소상인을 협박한 이베이를 철저히 수사, 관련자를 엄벌해야 한다.

    특히 이번 사건은 독점이 빚은 예견된 횡포였다. 한 기업이 시장의 90%를 독점하는 구조부터 개선해야 한다. 이베이는 중소판매자 보호라는 조건을 지키지 않았다. 따라서 공정위는 이베이의 G마켓 인수 승인을 철회해야 한다. 그래야 우리나라 온라인 거래의 생태계가 건강해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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