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국제기능올림픽에서 우리나라가 16번째로 우승을 거뒀다. 그러나 기능올림픽 메달리스트들 중 상당수는 기술현장에 없다. 그들은 메달을 목에 거는 순간, '기름밥'에서 탈출한다. 기능계를 떠나기 위해 기술을 연마하고 기능올림픽에 출전하는 기이한 현상은 기술 천시(賤視)의 풍토를 보여주는 한 단면이다. 우리 사회가 기술인을 우대하고 존중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러한 현상은 교육현장에서도 그대로 나타난다. 올 4년제 대학 입학정원 35만여명 중 최상위권 수험생들을 3000여명의 정원을 가진 의과대나 한의대 등이 진공청소기 같은 흡인력으로 빨아들였다. 1960~80년대 취업할 데 없고 배고프던 시절, 우수한 인재들이 이공계로 몰렸고 그들이 바로 오늘의 반도체·전자·자동차·조선·IT산업을 일궜다. 1990년대 이후 의과대가 공과대와 자리바꿈을 했지만 그들한테서는 그만한 국가경쟁력이 나오지 않고 있다.
선진국과 후진국을 구별할 때 여러 가지 기준이 있지만, 그중에는 '기술인을 우대하느냐, 아니냐'도 있다. 기술인을 우대해온 나라만이 선진국에 진입했다.
10여년 전 스웨덴에서 왕립공과대학을 졸업한 젊은 친구를 만난 일이 있었다. 그 나라에서는 기술자들이 의사나 판검사를 제치고 최고의 신랑감으로 대우를 받는다고 했다. 그런 사회 분위기가 오늘날 스웨덴을 기술강국 대열에 올려놓은 것이다.
산업사회의 경쟁력은 질 좋은 노동력과 부존자원에 달려 있다. 부존자원이 거의 없고 세계 최강의 군사, 기술대국인 중국·러시아·일본과 국경을 맞대고 있는 한반도는 이렇게 어려운 여건을 극복할 수 있는 길을 어디서 찾아야 하는 것인가. '엔지니어-한국'이 그 답이 될 것이다.
하루속히 선진국에 진입하기 위해서는 기술자들의 정년을 다른 직종보다 연장하고 국가기술자격자에 대한 기술수당 지급 등 차별화 정책을 펴야 한다. 우수 이공계 졸업생을 기술직 공무원으로 특채해야 한다. 국가와 사회에 공로가 있는 기술인들을 끊임없이 발굴하여 포상하고 기능올림픽 입상자에게는 체육인과 같은 평생연금을 주어야 한다.
이공계 재학생에게 장학금 수혜를 넓히고, 교수와 연구원들에게는 연구 성과에 따른 지원금을 확대하여야 한다. 기술자들이 존경받고 우대받는 사회적인 분위기 조성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우수한 인재들이 기술계로 진출하고 기술인이 대우받는 사회가 국가경쟁력을 갖춘 선진국으로 가는 길이다. '과학기술강국', 이것은 우리의 비전이자 살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