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시간이 지나면 과거에 했던 행동을 후회한다. 미련도 남는다. 고교시절은 특히 그렇다. 왜 그 당시에 공부를 더 열심히 하지 않았는지, 좀 더 재미있는 추억을 만들지 못했는지 후회했던 경험이 한 번쯤은 있을 것이다. 어떻게 하면 후회 없는 고교생활을 할 수 있을까. 지난해까지 힘든 수험생활을 마치고 올해 당당히 명문대 신입생이 된 선배들이 후배들에게 한마디 해주는 기회를 마련했다. 서울대 경영학부 송홍기(20)군, 서울대 생명과학부 김나영(20)양, 연세대 경영대학 한선민(19)양, 이화여대 영어교육과 박소혜(19)양이 참여했다.
◆대학생활은 고교시절의 끝이 아닌 연장
이들은 한결같이 대학생활을 자유로 단정했다. 원하는 모든 것을 할 수 있다는 것. 듣고 싶은 수업을 찾아 듣고, 하고 싶은 행동을 자유롭게 할 수 있다는 의미다. 하지만 그만큼 책임을 준다고 덧붙였다. 정시로 대학에 합격한 한선민양은 "주어진 생활을 그저 따라가고 누가 하라는 대로만 하면 대학생활을 성공적으로 마칠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든다. 고교시절부터 자기주도적으로 철저히 계획적인 생활을 하는 습관을 들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선생님, 부모님이 지시하는 대로만 따라가서는 결코 성공할 수 없다. 단순히 대학에 합격하는 것을 최종 목표로 삼지 말고 좀 더 장기적인 관점에서 인생 계획을 세우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한 번의 재수를 거치고 원하는 목표를 이룬 김나영양은 대학에 대한 무조건적인 환상을 버리라고 조언했다. "흔히 고교시절은 힘들고 대학생활은 즐겁다고 이분법적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데, 대학에 들어갔다고 해서 모든 것이 해결되는 것은 아니에요. 제2, 제3의 어려움이 있죠. 또한 수험생활도 무조건 힘든 것은 아니에요. 덮어놓고 힘들다고 투정부리고 자신을 억누르기보다는 그 기간에만 할 수 있는 것, 누릴 수 있는 것, 즐길 수 있는 것을 찾았으면 좋겠어요."
이화여대를 목표로 삼고 노력한 끝에 꿈을 이룬 박소혜양 역시 수험생활을 즐기라고 조언했다. 그는 "물론 힘들지만, 인생에서는 한 번밖에 없는 소중한 시간이기 때문에 추억을 쌓고 즐기는 자세가 중요하다. 그런 노력이 있어야 좀 더 다양한 활동을 하지 못하고 보람있게 보내지 못했다는 후회를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각자 스트레스 해소법을 만들어라
고교생은 늘 공부라는 압박에 시달리기 마련. 이들은 각자 자신에게 맞는 스트레스 해소법을 찾아 현명하게 슬럼프를 극복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나영양은 "수험생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은 슬럼프를 겪는다. 이것을 슬기롭게 극복하느냐, 아니면 무너지느냐는 스트레스를 어떻게 극복하느냐에 달렸다"고 말했다.
박소혜양은 운동으로 힘든 일을 날려버렸다. "시간에 쫓겼지만 늘 하루에 한 시간씩 운동을 했어요. 문제가 안 풀리거나 잡생각이 들 때마다 줄넘기, 조깅 등 다양한 운동을 했지요. 운동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생각이 정리되고 육체적으로도 더 튼튼해졌어요"
한선민양은 친구들과 맛있는 음식을 먹고 담소를 나누며 즐거움을 찾았다. 한양은 "특히 여학우들은 먹는 것으로 스트레스를 푸는 경우가 많은데, 이 방법은 살이 찔 경우 오히려 스트레스를 쌓는 역효과가 발생할 수 있다"고 귀띔했다.
외고에서 내신경쟁이 치열해 마음고생을 했다는 한양은 우선 스스로 마음을 다스려야 한다고 말했다. 모든 고민은 본인의 마음가짐에서 출발하기 때문에 발상을 전환할 필요가 있다는 의미다. 그는 "성적표에 기재된 내신 등급을 볼 때마다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지만, 친구를 누르고 일등을 해야 한다는 생각보다는 최선을 다해서 100점을 맞아야겠다는 생각으로 바뀌자 마음이 편안해졌다"고 말했다.
송홍기군은 '수험생은 무엇을 하면 된다, 안된다'라는 강박관념에서 벗어나야 마음의 안정을 찾을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잠을 줄이고 책상에 무조건 오래 앉아 있어야 한다는 인식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했다. 대성재수학원 종합반을 다니며 매일 규칙적인 생활을 한 송군은 수능 시험이 임박해서도 하루 6시간 이상 반드시 수면을 취했다. 송군은 "깨어 있는 시간 동안 얼마나 집중하느냐가 관건이다. 불안하다는 이유로 스스로 가혹해져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동병상련의 친구들과 만나 서로 고민을 얘기하면서 마음을 다스렸다. 송군은 "친구와 각자 목표하는 대학의 캠퍼스에 가서 거닐며 동기부여를 했고 힘든 점을 위안하면서 불안함을 달랬다"고 말했다.
◆자신에게 맞는 공부법을 찾아라
고교생들에게 가장 큰 관심사는 단연 성적이다. 고교생활의 성공 여부 역시 성적을 떼어놓고는 얘기할 수 없다. 명문대에 합격한 이들은 어떻게 공부를 했던 것일까. 김나영양은 무조건 열심히만 한 것보다 자신에게 맞는 공부법을 찾아 실천하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말한다. 공부를 잘하는 친구를 관찰해 벤치마킹하는 방법을 구체적으로 추천했다. 그는 "우등생들에게는 뭔가 특별한 비법이 있기 때문에 장점을 본받으려는 자세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한선민양은 모르는 것을 하나씩 메워간다는 마음가짐으로 여러 차례 반복할 것을 권했다. 그는 "당장 책 한 권을 끝내겠다는 무리한 욕심으로 단기간 노력하기보다는 모르는 것 하나씩 찾아서 보완해 나간다는 생각이 현명하다. 문제집, 교과서도 여러 차례 반복해 보는 것이 좋다"고 귀띔했다.
박소혜양은 공부를 즐기려는 마음가짐을 강조했다. 그는 "안 풀리는 문제가 나오면 짜증을 내거나 불안해하기보다는 '쉽게 풀리면 재미없지', '모르는 부분을 알게 돼 기쁘다'는 식으로 긍정적으로 생각하라"고 조언했다.
송홍기군은 시험에 너무 연연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후배들에게 일희일비하지 말라는 그는 "매번 시험을 볼 때마다 의식하면 성적이 안 나왔을 경우 좌절과 열등감에 빠지기 쉽고, 성적이 잘 나왔을 경우 자만하게 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