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세상] 김현희(KAL기 폭파범) 日 방문… 전용 제트기·하토야마(日 전 총리) 별장 제공 등 '국빈 대우'

    입력 : 2010.07.21 03:00

    언론사 취재차량 20여대·헬기 7대가 김씨 동선 실시간 중계

    대한항공 폭파범 김현희(金賢姬·48·사진)씨가 검거 후 첫 해외 방문지인 일본에서 국빈급 환대를 받고 있다. 일본 정부가 마련한 소형제트기를 타고 입국해 부자들의 별장지로 유명한 나가노(長野)현 가루이자와(輕井澤)의 하토야마 유키오(鳩山由紀夫) 전 총리 별장에 머물고 있다. 지난 4월 일본을 방문한 황장엽북한 노동당 비서와 달리, 일본 정부는 김씨의 도착 모습, 이동 상황, 숙소, 방문자 등 동선(動線)을 실시간 중계하듯 노출하고 있다.

    김씨가 탄 소형제트기는 모두가 잠들어 있는 새벽 4시 하네다공항에 내렸다. 흰 재킷에 검은 선글라스를 쓴 김씨는 검은 벤츠 차량에 타고 150㎞ 떨어진 하토야마 전 총리의 별장에 오전 7시 20분 도착했다. 일본 TV가 방송한 헬기 촬영 영상을 보면 김씨가 탄 차량을 중심으로 10대가 앞뒤로 고속도로 추월차선을 달렸고, 여성 경호원이 탄 경호 차량이 주행차선을 같은 속도로 달렸다. 이들을 언론사 취재차량 20여대와 헬기 7대가 추격하는 모습이었다.

    요미우리(讀賣)신문에 따르면, 별장은 숲이 우거진 7200㎡의 부지에 면적 190㎡와 140㎡짜리 두 건물로 이뤄져 있다. 김씨가 머무는 건물은 거실과 침실 4개로 구성돼 있는데, 하토야마 전 총리가 야당 시절 오자와 이치로(小澤一郞) 전 민주당 간사장, 간 나오토(菅直人) 총리와 만찬회를 열었던 곳이다. 민주당 납치문제대책본부장을 역임한 하토야마 전 총리가 건물을 흔쾌히 빌려줬다고 일본 언론은 전했다. 이날 새벽부터 별장 앞에 대기한 취재진 100여명은 김씨 관련 뉴스를 TV를 통해 수시로 전했다.

    대한항공(KAL) 858기 폭파범 김현희씨가 탑승한 일본 정부의 특별기가 20일 오전 도쿄 하네다 공항에 도착하자 일본 정부와 경찰 관계자들이 김씨를 맞이하기 위해 탑승구 앞에 모여 있다. /로이터 뉴시스
    이날 나카이 히로시(中井洽) 납치문제 담당 장관이 밝힌 김씨의 별장 체류 이유가 큰 화제였다. 김씨는 공작원 시절 일본인 납치피해자 다구치 야에코(田口八重子·북한 이름 이은혜)씨에게 일본 교육을 받았다. 김씨는 작년 3월 부산에서 다구치씨가 납치 직전 일본에서 낳은 장남 이이쓰카 고이치로(飯塚耕一郞·현재 33)씨를 만났다. 김씨는 "다구치씨에게 요리를 배웠다"고 말했다. 그 후 편지로 "어머니가 가르쳐준 요리는 샤부샤부, 하루마키(春卷·춘권), 고로케(크로켓)"라며 "(그 요리를) 만들어 주고 싶다"고 했다. 김씨의 바람을 실현해주기 위해 주방이 있는 전 총리의 별장을 내줬다는 것이 나카이 장관의 설명이다.

    이날 이이쓰카씨는 시게오(繁雄·72·다구치씨의 오빠) 삼촌과 함께 별장을 방문해 김씨와 저녁을 같이했다. 저녁 메뉴는 생선초밥이었다. 이들은 별장에서 21일 오후까지 함께 보낼 예정이다. 김씨는 그 직후 일본 납치피해자의 상징적 존재인 요코다 메구미씨의 부모도 만난다. 김씨는 작년 5월 일본 정부관계자에게 "북한에서 요코다씨를 만났다"고 말했다.

    원래 일본은 징역 1년 이상 판결을 받은 범법자의 입국을 허가하지 않는다. 김씨가 공작원 시절 일본 위조 여권을 사용한 범법 행위도 시효(時效)가 지나지 않았다. 비판 여론도 있다. 하지만 일본 정부는 이런 장벽을 '법무장관 특별허가'라는 방식으로 돌파했다. 이날 기자들은 나카이 장관에게 "퍼포먼스 아니냐"고 물었다. 나카이 장관은 "퍼포먼스라면 선거 전에 했을 것"이라며 부인했다. 그는 "새로운 증언이 나오면 북한에 의한 일본인 납치문제에 큰 진전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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