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볼 줄 모르는 황제… '제국의 멸망' 이유 있었네

    입력 : 2010.07.16 22:01

    룽산으로의 귀환
    조너선 D.스펜스|이준갑 옮김|이산|348쪽 | 1만8000원

    '장다이가 들려주는 명말청초 이야기'라는 부제를 달았다. 17세기 명나라가 멸망하고 청나라가 흥기한 시대를 산 장다이(張岱·1597~1684)라는 인물을 통해 제국의 멸망과 시대의 고난을 이야기한다.

    장다이는 저장(浙江)성 사오싱(紹興) 명문가의 장손이었다. 그는 과거시험에 계속 낙방했지만, 부잣집 아들로서 차(茶)를 음미하고 골동품·서화 등을 감상하며 거문고를 연주하는 고급 취미를 즐기면서 자유롭게 살았다. 그러나 50세가 되었을 때 왕조 교체의 격변기를 맞는다. 그는 가산(家産)을 잃고 모든 희망을 버린 채 사찰을 전전하며 살다가 고향땅인 사오싱의 룽산(龍山)으로 향한다.

    장다이가 역사에 남을 수 있었던 까닭은 명 멸망 이후 수필집 '도암몽억(陶庵夢憶)'과 역사서 '석궤서' '석궤서후집' 등 저술을 통해 명이 멸망한 원인과 이유를 후대에 남겼기 때문이다. 그는 명의 멸망 원인을 인사(人事)의 난맥에서 찾는다. 마지막 황제인 숭정제는 17년 치세 동안 끊임없이 신하를 갈아치웠다. 장다이는 "사람을 고르는 것이 갈수록 기괴해지고 사태는 갈수록 악화되었다"고 지적한다. 지나치게 검약한 재정운영도 문제였다. 숭정제는 총명하고 열심히 정사를 돌보았지만 너무 검소한 나머지 국경수비대와 병사들의 군수물자에도 거의 돈을 쓰지 않았다. 명말 도처에서 일어난 반란이 나라가 망한 주요 원인이기는 하다. 그러나 장다이는 "최후의 일격처럼 보이는 독침을 쏜 것은 말벌과 전갈이었지만, 이미 그곳에는 파리와 구더기가 들끓고 있었다"고 지적한다.

    평범하지는 않을지라도 보통사람임에 틀림없는 한 인물을 통해 격변하는 역사의 순간을 포착한 글쓰기 역량이 감탄스럽다. '강희제' '마테오리치, 기억의 궁전' 등 인물을 통해 역사를 재구성하는 데 탁월한 솜씨를 보여온 저자(미국 예일대 역사학 교수)의 이름값에 손색이 없다. 명불허전(名不虛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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