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인천, 강필주 기자]'외야수 글러브를 낀 왼손 2루수'.

SK가 또 한 번 진귀하고 희귀한 볼거리를 제공했다.

SK는 15일 문학구장에서 열린 한화와의 홈경기에 7-7로 맞선 9회초 수비에서 박정권을 2루수로 내세웠다. 8회말 공격에서 이호준을 대타로 내세우면서 이날 경기에 나설 수 있는 야수 엔트리를 모두 소진했기 때문이었다. 앞서 최윤석, 모창민이 교체되면서 내야가 가능한 야수가 없었다.

9회초를 앞두고 SK 덕아웃이 부산해졌다. 이호준이 1루수 미트, 중견수 김강민이 내야 글러브를 끼고 몸을 푸는 모습이 보였다.

그런데 수비에 돌입하자 3루수 최정은 그대로 남고 2루수 정근우가 유격수로 이동했다. 대타로 나선 이호준은 1루수로 갔다. 그런데 2루수로 갈 것처럼 보였던 김강민이 다시 외야 글러브를 끼고 원래 포지션인 중견수로 나간 대신 1루수였던 박정권이 2루 자리에 섰다.

박정권은 주로 1루수와 우익수로 나서 멀티포지션이 가능했다. 하지만 2루수는 처음. 더구나 좌투좌타라는 점에서 왼손 2루수는 사실상 거의 보기 드문 장면이었다. 박정권은 왼손 내야 글러브가 없어 외야 글러브를 낀 채 수비에 나서야 했다.

하지만 박정권이 타구를 잡을 틈은 없었다. 마운드에 오른 이승호가 이대수, 오선진, 김경언 3명의 타자를 모두 삼진으로 돌려세웠기 때문이었다.

더구나 또 한 번 이 수비를 볼 기회는 없었다. 7-7로 앞선 9회말 1사 2루에서 이재원의 짜릿한 끝내기 안타가 나왔기 때문이었다.

김성근 감독은 9회초 수비에 대해 "2루 수비가 가능한 선수는 이호준이나 박정권 둘 뿐이었다. 그러나 이호준은 수술 받은 무릎 부상 때문에 불가능했다"고 설명했다.

SK 관계자도 역시 "김강민은 전문 외야수로 뛰었다. 내야 펑고를 받아 본 경험이 거의 없기 때문에 2루수로 나서지 않은 것 같다. 그나마 박정권이 펑고를 받아봤기 때문에 2루에 선 것 같다"고 설명했다.

얼마전 투수 김광현을 대타로 내보냈던 SK는 작년에도 최정을 마운드에 세워 관심을 불러 일으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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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 와이번스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