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 없이 홀로 사는 80대 할머니는 고령자용 소형 '실버임대주택'에 산다. 노인복지관에서 배달되는 도시락을 먹고, 도우미들이 수시로 방문해 집안일을 해준다. 안부 전화로 건강을 체크하는 '안심콜 서비스'를 통해 도우미와 화상(畵像)으로 이야기를 나누고, 주말에는 노인 심부름센터에 요청해 자원봉사자와 함께 시장으로 외출을 나간다.
서울시가 그리는 2020년 서울 거주 어르신들 이야기다. 서울은 2012년이면 65세 이상 노인 인구가 전체 인구의 10분의 1인 100만을 넘고, 2019년에는 노인이 전인구의 14%에 이르는 고령사회로 진입하게 된다.
서울시는 내년부터 2020년까지 10년 동안 3조8075억원을 투입, ▲건강한 노후 ▲활기찬 생활 ▲생산적 노년 ▲통합적 사회 ▲편리한 환경 ▲인프라 구축 등 총 6개 분야에서 100가지 사업을 추진하는 '2020년 고령사회 마스터플랜'을 12일 발표했다.
◆치매노인 보호시설 300곳까지 늘려
시는 먼저 노인들이 건강하게 노후를 보내도록 16개 사업을 추진하고 1조114억원을 투입할 계획이다. 노인의 신체 상태에 따른 맞춤형 건강체조를 개발하고 노인에게 적합한 스포츠를 만들어 노인스포츠단을 창단할 계획이다. 3700억원을 들여 치매노인 보호시설인 '데이케어센터'를 올해 말까지 250곳, 2020년까지 300곳으로 늘리고, 노인 요양시설도 현재 689곳에서 2020년까지 1500곳으로 늘릴 예정이다.
2011년부터 휴대전화를 이용해 언제 어디서나 건강관리를 받을 수 있는 원격 진료 시스템인 'U-헬스'를 취약계층 노인들을 대상으로 시범 실시하고, 2020년까지 전체 노인으로 단계별 확대할 방침이다.
또 노인들이 충분한 문화생활을 즐길 수 있도록 '행복콘서트' '실버극장' '청춘 예술 극장' 등을 운영하고, 자녀 없이 홀로 사는 노인들은 '노인 주치의 제도'와 '노인 돌봄 서비스'의 우선 대상자로 선정할 계획이다. 영상단말기를 통해 실시간으로 안전을 확인하는 '사랑의 안심폰 서비스'도 확대해 2020년까지 15만6000명의 혼자 사는 노인들을 지원할 예정이다. 기초노령연금 확대, 병원 진료비 후불제 등의 다양한 지원 사업도 추진한다.
◆노인 헌장 제정
서울시는 내년 '노인들의 권리와 권익을 서울시와 사회가 보호하겠다'는 취지의 노인헌장을 제정하고, 노인학대를 예방하기 위해 노인보호 전문기관을 현재 1곳에서 2014년까지 6곳으로 늘리기로 했다. 어르신의 고충을 해결하기 위한 상담·지원센터도 2020년까지 10곳으로 확충한다.
어르신을 더욱 우대하고 존경하는 문화를 만들기 위해 100세 노인을 부양하는 가족에게는 경로수당을 지급하고, 결혼 50주년 금혼식을 지원하거나 가족 단위 운동회를 개최하는 등 노인들의 화목한 가정 만들기 프로그램을 확대할 방침이다.
2020년까지 노인에게 적합한 일자리 10만개를 만들고, 노인 고용비율을 15%까지 높이는 방안도 추진된다. 노인들이 저축한 금액만큼 더 보태주는 '실버희망통장'을 민간과 연계해 추진하고, 2020년까지 노인의 20%가 자원봉사에 참여하도록 지원할 계획이다. 2012년에는 평생학습원을 세워 다양한 교육의 기회를 제공하고, 안전한 노인 복지를 위한 시정 모니터링단도 운영한다.
◆실버존·실버임대주택·행복타운 확충
노인에게 편리한 환경 및 인프라 구축에는 총 1조8114억원이 투입된다. 노인이 안전하게 다닐 수 있는 노인보호구역인 '실버존'을 현재 28곳에서 2020년까지 500곳으로 늘릴 계획이다. 실버존은 과속방지턱과 미끄럼 방지 포장, 경사로 안전가드레일 등을 설치하고, 횡단보도와 표지판을 확대해 설치하는 등 노인에게 맞는 보행환경으로 꾸며진다.
노인들이 살기에 불편함이 없도록 집안에 불필요한 턱을 없애거나 곳곳에 안전 손잡이를 설치하도록 하는 '유니버설디자인'을 내년에 도입하고, 고령자용 실버임대주택을 매년 450가구씩 늘려 2020년까지 5350가구를 보급할 예정이다.
노인들이 즐길 수 있는 수영장과 공연장, 체육관 등의 시설을 갖춘 신개념 노인 복지관인 '어르신 행복타운'을 2014년까지 5곳에 세우고, 지역밀착형 소규모 복지관을 포함해 2020년까지 노인 복지관을 총 75곳으로 확충할 방침이다.
또 '고령사회 가이드라인'을 제정하고 2011년엔 고령친화도 평가제를 도입해 2014년까지 WHO 고령친화도시 인증을 받을 계획이다. 용산구 효창공원 안에 있는 노인생애체험센터에서 청소년과 예비노인을 대상으로 '노년기 재테크 강좌' '고령자취업센터 운영' 등 노년기를 미리 준비할 수 있는 프로그램도 운영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