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들 인사가 제일 반가워" 대학 환경미화원 체험해보니…

    입력 : 2010.07.11 11:51 | 수정 : 2010.07.11 13:00


    지난 6일 오전 5시50분, 푸르스름한 기운이 감도는 서울여대 캠퍼스로 향했다. 매일같이 통학하던 곳이지만 이날은 마음가짐이 달랐다. 학생이 아닌 환경 미화원으로서 출근하는 길이었기 때문이다. 같은 공간 안에서 다른 삶을 사는 환경미화원들의 하루를 직접 겪어보기로 했다.

    ◆새벽 2시간만에 화장실, 강의실 등 28곳 청소해야...대학 환경미화원 체험해보니

    새벽 6시부터 일이 시작된다는 말에 조금 일찍 학교에 도착했다. 그런데도 환경미화원들은 이미 작업복으로 갈아입고 각자의 구역에 나가 있었다. 미화원들은 대부분 40대 이상의 여성들이었다.

    나는 대학원 건물 청소를 배정받았다. 방학인데도 이곳에서는 오전 8시부터 영어 집중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조선일보사 인턴기자로 선발되면서 수강을 취소했던 프로그램이다. 만약 인턴으로 뽑히지 않았더라면 환경미화원이 아닌 학생으로 이 건물에 들어섰을 것이다.

    학생들이 수업을 받으러 올 때까지 남은 시간은 2시간 남짓. 한 사람당 화장실 6곳과 강의실 16곳, 사무실· 6곳 등 28개의 공간을 말끔히 치워야만 주어진 시간 내에 모든 것이 끝난다. 미화원 조명례(가명·59)씨는 “학생들이 오기 전에 다 마치려면 아침엔 정말 화장실 갈 시간도 없이 뛰어 다녀야 한다”고 말했다.

    정은혜 인턴기자(왼쪽에서 두번째)가 환경미화원들과 서울여대에서 바닥청소를 하고 있다/정은혜 인턴기자

    화장실 청소부터 시작했다. 쓰레기통을 비우고, 변기를 세정제로 닦았다. 화장실 쓰레기통을 들여다보자 눈살이 절로 찌푸려지는 냄새가 났다. 변기, 세면대, 바닥을 쉴 새 없이 문지르고 나서야 일이 끝났다. “학생은 땀 안 나요?” 함께 일하던 조씨가 숨을 몰아 쉬며 물었다.

    “You know I'm very tired." 오전 7시30분쯤 학생 두 명이 건물로 들어왔다. 영어집중 프로그램을 듣는 학생은 교내에서 영어만 써야 한다는 규정 때문에 이들은 영어로 자신의 과제와 피로에 대해 이야기 하고 있었다. 같은 교실에서 함께 영어 레벨 테스트를 받았던 학생들이다. 이들은 환경미화원 옷으로 갈아입은 나를 알아보지 못했다. ‘나도 학생이었다면 저렇게 힘들다면서 건물에 들어섰겠지?’

    “빨리 해야 돼.” 조씨가 딴 생각에 빠져있는 나를 재촉했다. 학생들이 일단 강의실에 들어서면 그 때부터는 책상이나 바닥 청소를 할 수 없다. 때문에 쓰레기통만 비웠다. 2시간만에 1000L들이 특대형 비닐봉지 5개에 쓰레기가 꽉 찼다.

    조씨가 쓰레기봉지를 들고 건물 한쪽 구석에 있는 골방으로 들어갔다. 허리를 펼 공간조차 없는 이 곳에서 조씨는 분리수거를 한다. “학생들이 안 보는 곳에서 해야 한다”고 했다. 학생일 때는 이른 아침부터 깨끗한 건물 한 켠에서 누군가 밤새 쏟아져나온 쓰레기를 분리수거하고 있다는 사실을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

    오전 9시가 되자 1000여명의 학생들이 학교에 들어서기 시작했다. 방학동안 진행되는 계절학기 수업이 시작되는 시간이다. 그제서야 한숨을 돌릴 수 있었다.

    ◆친구 만나도 못본 척 눈길 돌리고 묵묵히 청소만

    미화원 조씨가 나를 도서관 지하 1층 한 켠으로 이끌었다. 지금까지 4년간 학교를 다니면서 한 번도 가본 적이 없는 곳이었다.

    이 곳에는 관리소장 사무실과 환경미화원들의 라커룸이 비밀스럽게 숨겨져 있었다. 간판도 없었다. 중앙 도서관을 숱하게 다니고, 도서관 지하 1층에서 수업도 들었지만 이런 공간이 있는 줄은 미처 알지 못했다. 이 외딴 곳에 미화원들이 옷을 갈아입고 식사를 하며 틈틈이 휴식을 취하는 방과 샤워실, 부엌이 마련돼 있었다.

    오전 9시가 돼서야 뒤늦은 아침식사를 했다. 미화원들은 각자 싸온 도시락을 꺼내 들었다. 오전 10시에 대청소가 기다리고 있어 식사시간도 여유롭지 못하다. 밥과 커피를 30분만에 뚝딱 해치웠다.

    방학이면 학기 중일 때보다 일이 적을 것 같지만 그렇지 않다. 학기 중에 미처 하지 못한 대청소를 하기 때문이다. 쓰레기는 끊임없이 발생하고, 건물은 계속 돌아간다. 자기 구역을 청소하기도 바쁘지만 대청소가 있으면 모두가 소집된다.

    대청소를 위해 복도를 오갔다. 힐끗 창문 너머를 곁눈질해보니 계절학기 수업이 한창이었다. 복도에서 만나는 학생들의 시선은 대부분 다른 곳을 향했다. 미화원들도 학생들을 쳐다보지 않고 묵묵히 일만 했다.

    작업복을 입고 중앙 도서관을 지나는데 아는 얼굴이 보였다. 그 친구는 커다란 가죽 가방을 들고 두꺼운 책을 겨드랑이에 낀 채 천천히 걷고 있었다. 하지만 마음이 급한 나는 ‘빨리 가야 한다’는 압박감에 저벅저벅 걸었다.

    ◆서로 ‘여사님’ 부르며 존중...“학생들이 인사하는 게 제일 반가워”

    오후에는 오전에 했던 업무가 또다시 반복됐다. 오후에는 복도와 계단, 유리창 청소까지 보다 세심하게 해야 한다.

    기자는 그동안 취업난과 학자금 부담 등에 시달리는 대학생들의 삶이 그리 녹록한 편은 아니라고 생각해왔다. 틈이 났을 때 미화원 조씨에게 “요즘 학생들이 자주 우울해하는 것을 아시느냐”고 물었다.

    “왜 그래? 공부하느라 스트레스를 많이 받아서 그런가?” 조씨는 의아해했다. 오전 6시부터 오후 4시까지 하루 10시간 동안 꼬박 학교 청소를 하는 조씨가 말했다. “나는 바빠서 우울할 새가 없어.”

    조씨는 최저 임금법에 따라 한 달에 96만원 정도를 받는다. ‘자식이 변변한 직장을 못 구해서’ ‘남편이 실직해서’ 사연은 다 달라도 대부분 미화원들은 이 임금으로 생활비를 댄다.

    미화원들은 서로를 ‘여사님’이라고 부른다. 나와 함께 일했던 조명례씨도 자신을 “그냥 조 여사라고 불러달라”고 했다. 김희철(52) 관리소장은 “내가 여사님이라고 부르면 다른 사람들도 함부로 못한다”며 “일을 제대로 하는 것만큼이나 인격적인 대우를 받는 것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청소를 하던 중 한 학생이 웃으며 인사하자 조씨의 얼굴이 환해졌다. 조씨는 “딸 같은 학생들이 인사하면 기분이 그렇게 좋을 수 없다”고 했다.

    오후 4시가 넘어서야 모두들 다시 라커룸으로 모였다. 인사를 하고 돌아서려는데 ‘여사님’들은 오히려 젊은 나를 걱정해줬다. “젊은 사람이 하루종일 끝까지 일해본 적이 없었는데, 내일 아침에 못 일어나면 어떡해.” 일일이 인사를 마치고 시계를 보니 오후 4시15분이었다. 길지 않은 10시간이 지났다.

    미화원들은 퇴근하면 또 집안일을 하러 갈 시간이었다. 이들은 다음날 가족들의 아침밥까지 차려놓고 또다시 새벽같이 일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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