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癌전문의에게 당뇨 치료받는 환자들

    입력 : 2010.07.09 03:10

    김철중 의학전문기자·의사
    암(癌) 환자가 의사에게 묻는다. "당뇨약도 처방해주면 안 되겠습니까?" 의사가 답한다. "저는 암 전문의입니다. 당뇨병은 그 분야 의사에게 진찰받고 처방받는 것이 더 좋을 것 같은데요." "그래도 괜찮습니다. 당뇨병 약 3개월치 처방해주세요."

    항암 치료가 이뤄지는 대학병원 종양내과 외래 진료실에서 종종 볼 수 있는 풍경이다. 당뇨병을 앓다가 암에 걸려 치료받았던 환자들이 당뇨병 치료도 암 전문의가 해달라고 '애원'하는 것이다. 당뇨병 관리를 잘하려면 내분비내과 전문의 등 전문 분야 의사에게 진찰과 검사를 받고 환자 상태에 맞는 최적의 약물을 복용하는 것이 상식이다. 하지만 이들은 왜 암 전문의 처방전에 매달리는 걸까.

    이유는 약값에 있다. 정부의 국민건강보험정책에 따라 암환자는 암과 관련된 치료비를 5%만 낸다. 즉 암 치료 부서인 종양내과에서 처방하는 약은 건강보험이 적용될 경우 약값의 5%만 환자 부담이다. 반면 같은 약이라도 다른 과 의사의 처방은 약값의 30%를 지불해야 한다.

    매일 몇 가지 약물을 먹어야 하는 만성질환을 갖고 있다면 그 비용에 상당한 차이가 난다. 그러다 보니 평소에 고혈압·고지혈증 등 만성질환이 있는 암 환자들은 암 치료가 끝나도 이들 약물을 암 전문의에게 타가려 한다. 약값을 아껴보려는 환자들 심정은 이해하지만, 이는 안 그래도 적자투성이인 건강보험 재정을 축내는 결과가 된다.

    이런 기이한 현상은 궁극적으로 병세가 중증(重症)이건 경증(輕症)이건, 암 치료가 끝났건 안 끝났건 암이면 무조건 진료비의 5%만 내게 하는 '병명(病名) 기준' 정책에서 비롯됐다. '암=5%', 간단하고도 그럴듯해 보이는 정책이 많이 아픈 사람에게 보험 혜택이 많이 돌아가도록 하는 건강보험의 기본 원칙을 깨뜨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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