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일성 "남한엔 베트남처럼 게릴라전 할 땅이 없다" 한탄

  • 조선닷컴

    입력 : 2010.07.03 10:15

    북한 김일성 주석이 1975년 4월 30일 베트남 패망을 전후해 중국과 소련에 남침 의지를 밝히고 남한에 대한 무력 공세를 폈지만 그 이면에선 베트남 주둔 미군의 남한 이동을 우려하고 남침이 현실적으로 성공하기 어렵다고 말한 사실이 확인됐다고 동아일보가 3일 보도했다. 이는 미국 정부연구기관인 우드로윌슨센터와 북한대학원대가 독일 문서보관소에 있던 옛 동독의 북한 관련 외교문서 4건을 입수해 분석한 결과다.

    문서들에 따르면 김 주석은 월남 패망 직후인 1975년 6월 2∼5일 불가리아를 방문해 토도르 지프코프 당시 총리와 대화를 나누면서 “서방 언론들은 베트남에서의 승리에 고무되어 북이 남조선을 공격할 것이라고 악의적으로 보도하겠지만 이는 미제와 남조선 괴뢰도당이 남조선의 민주화와 조국 통일을 위해 투쟁하는 애국 민주세력에 대한 억압을 강화하기 위해 획책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신문에 따르면 그는 “인도차이나에서의 미군 패퇴 이후 세계의 이목이 한반도 문제에 쏠리고 있다”며 “절대로 우리가 먼저 (남한을) 공격하지는 않을 것이며 군사적 방식으로 통일문제를 풀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김 주석은 “남조선에는 베트남 인근의 라오스, 캄보디아 등과 같은 인접 지역이 없고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여 있어 인민군대가 남조선에 진입할 경우 함정에 빠지고 포위되는 대단히 위험한 상황에 처하게 된다”며 “남조선에는 게릴라전을 지속할 수 있는 비옥한 땅이 없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76만 명인 남조선 군대는 50만 명인 우리 군대보다 강력하다. 주한미군은 4000명이 증원돼 4만2000명에 이르고 있다”며 “인구 1600만 명에 노동인력이 부족한 북에서 젊은이들을 군에 신병으로 보충하고 동원하기도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장비 면에서도 미군은 우리에 비해 우세하다”고 토로했다. 특히 기대했던 미군 철수가 이뤄지지 않은 것에 대해 “미국은 남조선에서 인도차이나와 같은 사태를 용인하지 않을 것이며 남조선과의 공약을 준수할 것이라고 떠들고 있다. 그리고 남조선에 추가 병력을 배치했다”고 불평했다.

    신종대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김 주석은 베트남전에서 패한 미군이 남한으로 재배치되는 상황을 우려했던 것으로 보인다”며 “당시 북한이 남침의지를 밝히며 남한에 대해 호전적인 행동을 취한 이유는 우방국의 관심을 계속 끌며 군사 경제적인 지원을 받으려는 ‘계산된 모험주의’로 보인다”고 동아일보에 말했다.

    실제로 김 주석은 두 달 전인 같은 해 4월 18일 중국 베이징(北京)에서 오진우 인민군 참모총장을 대동하고 마오쩌둥(毛澤東) 주석을 만나 “지금이야말로 (한반도를) 무력통일을 할 수 있는 최고의 적기”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마오 주석은 “현재 상황은 무력으로 한반도를 통일할 수 있는 시기가 아니다”라고 만류했다.

    우드로윌슨센터와 북한대학원대는 2006년부터 ‘북한 국제문서 조사 사업(NKIDP·North Korea International Documentation Project)’을 진행해 왔다. 이번에 공개된 문서 4건은 번드 셰퍼 선임연구원이 발굴해 영어로 번역했고 신 교수가 분석을 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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