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y] "전쟁·가난으로 황폐된 정서음악으로 치유될거라 믿어요"

    입력 : 2010.07.03 03:10 | 수정 : 2010.07.04 01:48

    '하나를 위한 음악재단' 설립자 피아니스트 임미정의 삶

    지난달 21일 캄보디아 프놈펜의 빈민촌 어린이들은 잊지 못할 경험을 했다. 난생처음 '도레미파솔라시도'를 듣고 배웠다. 쓰레기 매립지에 만든 이 마을 어린이들은 제대로 된 음악교육을 받은 적이 없다.

    이들에게 찾아와 음악을 가르친 이는 피아니스트 임미정(任美貞·45)이다. 음악으로 사회봉사를 하는 사단법인 '하나를 위한 음악재단(M4one)'을 만들었고 한세대학교에서 피아노를 가르치고 있다.

    그는 오랜 내전으로 음악인들이 대부분 목숨을 잃어 캄보디아의 음악교육이 전무하다는 소식을 듣고 이곳에 왔다. 그는 "한국 음악인들을 이곳에 보내 가르치도록 하는 프로그램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임미정(앞에서 두번째 줄 맨 오른쪽)은“국내 음악인들이 개발도상국가들을 찾아가 음악교육을 하는 프로그램을 한국국제협력단(KOICA)과 함께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 하나를 위한 음악재단 제공
    그는 2005년 재단 설립 이후 줄곧 저소득 가정과 북한 어린이들을 돕고 있다. 2005년 도라산 역사(驛舍)에서 연 음악회 수익금으로 피리 300여개, 작년엔 하모니카 1000대를 북한에 보냈다.

    그가 말했다. "악기를 불면서 어린이들이 꿈을 키워가고 정서적 황폐함도 치유될 것이라고 확신한다. 어릴 때 하모니카 하나만 있어도 온 가족이 돌아가며 불며 행복해했던 것처럼 빈한한 나라도 악기 하나로 변할 수 있다."

    국내에서도 가난한 동네 어린이들과 몽골학교 학생들에게 바이올린을 선물하고 연주법도 가르친다. 주민들을 위한 음악회도 열고 있다. 서울대·줄리아드 음대·뉴욕주립대 등 엘리트 코스를 밟아온 그는 어릴 적 고아원 원장을 꿈꿨다.

    가난하고 외로운 아이들을 돕고 싶었다. 그런데 그의 재능을 아끼던 중학교 1학년 담임교사(테너 심두석)의 강권에 서울예고에 갔다. 예고 3학년 때인 1983년 우연히 방송국에 갔다가 이산가족 찾기에 참여한 사람들을 만났다.

    '왜 우리 민족에게 이런 고통이 남아 있을까'라는 물음을 갖게 됐다. 미국 유학시절, 의문은 삶 속으로 녹아들었다. 1989년 뉴욕에서 '남북 가곡의 밤' 연주회에서 반주를 맡았다. 실향민들이 찾아와 그녀 앞에서 울었다.

    삶이 정해졌다. "사람 마음을 위로해주는 게 음악인데 그동안 우리 음악계는 연주만 추구하고 아픔을 치료하는 일은 등한시했다"고 말했다. 미국 시민권자여서 그는 비교적 자유롭게 북한 음악가들과 교류할 수 있었다.

    2005년엔 클래식 연주자로는 이례적으로 평양에서 독주회를 했다. 국내에서도 북한 작곡가의 곡을 연주해 눈길을 끌었다. 이에 앞서 임미정은 인터넷상에 콩쿠르 사이트를 만들어 음악가와 관객을 온라인으로 소통시키는 실험도 했다.

    몇 년 전부터는 재난과 가난으로 고통받는 나라들을 찾아가 악기를 선물하고 연주를 가르치고 있다. 올 초엔 아이티 후원 음악회를 열었고 오는 10월엔 아이티에 가서 어린이들을 음악으로 치유할 예정이다.

    피아니스트이자 사회활동가로서 그는 "유명 연주자가 되지 못한 음악인들 중엔 실패했다는 자책감에 젖어 있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보라. 이 세상엔 음악인들 도움을 필요로 하는 곳이 무척 많지 않은가"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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