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이 10일 발표한 '천안함 침몰사건 대응 실태' 감사 결과에 따르면 사건 발생 직후 우리 군(軍)은 '상황보고'와 '초기 위기대응 조치'에 심각한 문제가 있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특히 군의 생명이라고 할 수 있는 '신속하고 정확한 보고'는 담당자들의 능력 부족과 상황 판단 실수, 책임 회피 등으로 엉망으로 뒤엉켜 버렸다.

천안함이 적 공격으로 폭침된 시각은 3월 26일 오후 9시 22분이다. 사건 발생 직후인 오후 9시 28분 천안함 포술장은 해군 제2함대사령부에 구조를 요청했고, 2함대사는 3분 뒤인 오후 9시 31분 사건 발생을 해군작전사령부에 보고했다. 문제는 그 이후 발생했다. 2함대사는 그로부터 14분이나 지난 오후 9시 45분이 돼서야 합참에 사건 발생을 보고한 것으로 밝혀졌다.

감사원은 사건 초기 이 같은 시간별 상황 보고에 대해 '지연 보고'라는 딱지를 붙였다. 박시종 감사원 행정안보감사국장은 "(군 관계자들이) 상황 파악을 제대로 하지 못해 우왕좌왕한 데 원인이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군 수뇌부에 대한 보고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합참 작전참모부장이 군 최고 지휘자인 이상의 합참의장에게 보고한 시각은 무려 49분이 지난 오후 10시 11분이었다. 합참이 침몰 상황을 보고받고도 26분이나 지난 시점이었다. 이어 3분 뒤 김태영 국방부 장관도 사건 발생을 보고받았다. 감사원은 이에 대해 '늑장 보고'라는 결론을 내렸다.

감사원은 이처럼 명백하게 드러난 '지연 보고'와 '늑장 보고'와 관련, 이날 군 당국에 2함대와 해작사, 합참 등에 있는 관계자들에게 '징계' 등 조치를 취하라고 통보했다.

사건 발생 시각을 둘러싼 혼란과 의혹도 군 당국이 상황 파악을 제대로 못 하고 미숙하게 대응했기 때문인 것으로 드러났다.

군 당국은 사건 당일 자정쯤 최초 브리핑을 통해 사건 발생시각을 '오후 9시 45분'이라고 발표했다. 그러나 이 시각은 이후 국회와 언론 발표 등을 통해 '오후 9시 30분' '오후 9시 25분' 등으로 계속 바뀌다 4월 7일 민·군 합동조사단 발표 때 '오후 9시 22분'으로 확정됐다. 발생시각이 계속 바뀌면서 수많은 오해와 의혹이 제기됐다. 하지만 감사원 감사 결과 이 같은 혼란은 조기에 진화될 수 있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감사 결과에 따르면 군 당국은 사건 발생 다음 날인 3월 27일 청와대 위기상황센터로부터 지진파 자료를 받았다. 이 자료에는 사건 당일 오후 9시 21분 58초와 22분에 백령도에 있는 지진파·기상대 관측소에 규모 1.5 정도의 지진파가 감지됐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었다. 감사원은 "(군 당국이) 이런 자료를 받고도 당시 혼선이 있었던 사건 발생시각에 대한 적극적인 시정 조치를 이행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TOD(열상감시장비) 동영상을 처음부터 적극적으로 공개하지 않은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군 당국은 지난 3월 30일 처음으로 TOD 영상을 공개했지만 동영상에는 오후 9시 35분 8초 이후의 장면만 담겨 있었다. 하지만 군 당국은 당시 오후 9시 25분 38초부터 녹화된 동영상을 확보하고 있었다. 군 당국은 4월 1일에야 추가로 40분짜리 TOD 동영상을 공개했고, 지난달 30일에는 3시간10분짜리 동영상 전체를 공개했다.

군 당국은 추가 동영상을 공개할 때마다 "미처 확인하지 못했다" "함미와 함수 분리 장면이 담겨 있지 않아 공개가 불필요하다고 판단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군 당국이 마지못해 공개한다는 듯한 태도를 보이는 사이 항간에는 "군이 뭔가를 숨기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크게 확산됐다. 감사원은 "(군 당국이 스스로) 국민의 불신을 초래했다"고 말했다.

군 당국은 또 "사건 당일 국방부가 위기관리반을 소집했다"고 밝혔지만 이번 감사결과 위기관리반은 소집되지도 않았으며 심지어 장관에게는 "소집됐다"고 거짓 보고된 것으로 나타났다. 합참도 당초 보고와 달리 '위기조치반'을 소집하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감사원은 이와 함께 군 당국이 보안조치를 소홀히 해 군사기밀이 외부로 유출되거나, 보도자료 배포 때 주요 무기 배치 현황 등이 포함되는 등 군사기밀 관리에도 문제가 있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