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IT업계 두 여걸, 정치무대 성공적 데뷔

    입력 : 2010.06.10 16:02 | 수정 : 2010.06.10 16:21

    미 정계에 성공적으로 진출한 칼리 피오리나 전 HP 최고경영자(왼쪽)와 멕 휘트먼 전 이베이 최고경영자(오른쪽)
    미국 IT 업계를 주름잡던 두 여걸(女傑)이 캘리포니아 정계를 휘젓고 있다.

    멕 휘트먼(Whitman) 전 이베이 최고경영자(CEO)와 칼리 피오리나(Fiorina) 전 휼렛패커드(HP) CEO가 오는 11월 중간선거에서 각각 캘리포니아주의 주지사와 상원의원 공화당 후보로 나란히 출마한다. 두 사람은 8일 열린 캘리포니아주 공화당 예비선거에서 여성 후보로서는 사상 처음 선출됐다.

    주지사 후보로 선출된 휘트먼은 자신과 피오리나의 승리를 자축하며 “새크라멘토(캘리포니아의 주도)와 워싱턴DC의 정치꾼들은 ‘악몽(nightmare)’을 만난 것”이라며 “우리는 일자리 문제, 예산 문제에 정통한 기업인 출신”이라고 말했다.

    매출 50억 원대의 벤처기업을 10조 원대의 초대형 기업으로 키운 휘트먼
    뉴욕 출신 휘트먼의 삶은 엘리트 그 자체다. 프린스턴대를 우등 졸업하고 하버드대에서 MBA 과정을 거쳤다. 첫 직장은 프록터앤드갬블(P&G). 이후 컨설팅 업체인 베인앤드컴퍼니를 거쳐 월트디즈니 부회장까지 승승장구했다.

    휘트먼이 온라인 경매회사인 이베이(eBay)에 합류한 것은 1998년. 당시 이베이는 직원 30명에 매출 400만 달러(약 50억원)에 불과한 작은 벤처회사였다. 그가 온 지 10년 만에 이베이는 직원 1만5000명에 연 매출 80억 달러(2008년 기준)의 거대기업으로 성장했다. 2001년엔 비즈니스위크 선정 ‘최고의 경영인’ 25인에 포함됐고 2004년 포천시 선정 ‘영향력 있는 여성경영자’ 1위에 올랐다. 포브스는 휘트먼의 순자산을 14억 달러(약 1조7472억원)로 추산했다.

    10년간 정든 이베이를 떠난 휘트먼은 2008년 대통령 선거 때 공화당 존 매케인 후보의 캠프에 합류하며 정계에 진출했다. 이제 경력 2년의 신출내기 정치인이다. 하지만 휘트먼은 이번 경선에서 사비로만 7100만 달러(약 890억원)를 쏟아부으며 상대후보인 스티브 포이즈너 캘리포니아주 보험감독청장을 여유 있게 눌렀다. 선거 전에 휘트먼은 “주지사 도전을 위해 1억5000만 달러(약 1870억원)를 쓸 용의가 있다”고 기염을 토하기도 했다.

    휘트먼의 공약은 주 정부의 재정 개선. 이를 위해 “주지사가 되면 주 정부 공무원 일자리 4만 개를 줄이겠다”고 밝혔다. 캘리포니아주는 현재 200억 달러의 재정 적자에 시달리고 있다.

    영업사원에서 CEO까지 오른 ‘실리콘 밸리의 여제’ 피오리나
    피오리나는 스탠퍼드대를 나와 메릴랜드대에서 MBA, MIT에서 경영과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AT&T의 영업사원으로 입사해 10년 만에 부회장까지 초고속 승진을 거듭했다. 1999년 경영 위기를 겪던 HP에 CEO로 취임하면서 실리콘밸리 최초의 여성 CEO가 됐다.

    피오리나는 1998년부터 6년 연속 포춘 지가 선정한 ‘가장 영향력 있는 여성 기업인’ 1위에 올랐다. HP CEO로 재직하면서 경쟁업체인 컴팩의 인수를 주도해 “IT업계에서 가장 힘센 여성”이라는 평도 들었다. 하지만 2005년 HP가 경영난을 겪으며 자의 반 타의 반 물러났다. 지난해에는 유방암 수술을 받는 등 건강 문제로 고생하기도 했다.

    정계 입문은 휘트먼과 같은 시기인 2008년. 휘트먼과 함께 매케인 후보의 경제자문 역을 맡았다. 휘트먼과 달리 피오리나는 이번 예비선거에서 고전했다. 불과 한 달 전 여론조사에서 톰 캠벨 전 연방 하원의원에게 10%포인트 차이로 뒤졌다. HP CEO로 재직하던 시절인 2003년, HP가 러시아 검찰청에 1100만(약 137억) 달러의 뇌물을 제공한 혐의로 조사를 받게 된 일이 악재가 됐다. 피오리나는 “뇌물 제공 사실을 몰랐다”고 주장했지만, 상대 후보들은 이 점을 계속 물고 늘어졌다. 하지만 피오리나는 뚝심을 발휘해 결국 역전승을 이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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