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문수 경기지사 인터뷰] "지역주민은 江사업 찬성… 엉뚱한 사람들이 몰려와 데모"

    입력 : 2010.06.10 03:02

    과거 지방선거에 비하면 천안함·대통령 때문에 선방
    의원들 맘대로 단체장 공천 개방형 국민경선제 해야
    완전 무상급식은 이상주의 포퓰리즘 하다간 다 망해

    김문수(金文洙) 경기지사는 재선에 성공한 다음 날인 지난 3일 바로 업무에 복귀했다. 9일 경기도청 집무실에서 만난 김 지사는 분(分) 단위로 도정을 챙기는 일정을 이어가고 있었다. 볕에 그을린 얼굴에, 목소리는 칼칼했다. 현장에서 입는 막옷을 정장으로 갈아입느라 인터뷰가 5분여 지체되자 비서실장이 슬며시 "10분 더 하시지요" 라고 말했다. 빡빡한 일정을 쪼개 만든 인터뷰 시간은 당초 40분이었다.

    ―6·2 지방선거에서 한나라당이 패했다. 성남·수원 같은 경기도 주요 도시도 민주당이 기초단체장을 다 차지했는데 예감이 있었나.

    "지방선거는 대통령에 대한 견제다. 2006년 지방선거에서도 (야당인) 한나라당이 싹 쓸었다. 이번엔 우리가 맞을 차례였다. 그걸 완화시켜준 게 첫째, 대통령에 대한 지지도가 비교적 높았다. 둘째, 천안함이 완화 내지 유예시켜 준 거다. 이런 게 없었다면 서울·경기 다 날아갔다. 2006년에 비하면 그나마 선방한 거다. 경남이 진 건 좀 의외지만…."

    ―경남도 그렇고 노무현 대통령 사람들이 많이 돌아왔는데….

    "그 사람들이 운동을 잘한다. 노 대통령은 적수공권(赤手空拳)이었고, 유시민씨도 그랬다. 의외의 선전을 하곤 하는데, 바닥이 강해서다. 젊은이들에게도 강하고, 새로운 매체 트위터·온라인 이런 데 강하다."

    김문수 경기지사는 9일 경기도청에서 가진 인터뷰에서“4대강이나 무상급식을 둘러싼 야권의 선전선동과 청와대·한나라당의 소통 부족이 겹쳐 한나라당이 6·2 지방선거에서 패배했다”고 말했다. /김진명 기자 geumbori@chosun.com
    ―선거 직후 패배 원인을 '한나라당과 청와대가 너무 높다'라고 했었는데.

    "권력이 너무 높은 곳에 있다는 얘기다. 청와대는 다들 지적하듯 소통이 좀 부족한 것 아닌가. 미국 얘기 꺼내서 그렇지만, 오바마 대통령이 반대당과 당내 반대파를 어떻게 만나는지 보면, 소통이 훨씬 발달돼 있다. 민주주의가 그래야 하는 것 아닌가."

    (김 지사는 선거 패배 원인과 관련, 주로 한나라당의 시스템 문제를 길게 얘기했다. 대통령 또는 청와대의 문제점을 묻는 질문에도 당 쪽으로 돌아가곤 했다.)

    ―김 지사는 '이번 선거에 나선 여권 주자 중 유일하게 자기 몫을 했다'는 평을 듣는다. 여권 주류가 박근혜 전 대표에 맞서 내세울 대항마로 떠올랐다는 말도 나온다. 그래선지 대통령 책임론에 대해선 매우 조심스러워 하는 것 같다.

    "이명박 대통령이 천안함 처리를 둘러싼 외교 등에 있어서 리더십을 잘 발휘한 것이 사실 아닌가."

    (김 지사는 이렇게 운을 뗀 뒤, 4대강을 둘러싼 소통 문제, 최고 인재보다 측근들을 기용하는 폐쇄 인사의 문제점을 우회적으로 지적했다.)

    ―선거 끝나고 화성·파주시를 예로 들며 한나라당 공천 과정에서 지역구 의원들이 잘못된 영향력을 행사했다고 지적했는데….

    "그 얘기해서 욕 많이 먹었다. 여의도에서 난리가 났다. 국회의원 뒤에서 흉보는 이상한 사람처럼 됐다. 선거 전에도 공천 얘기를 많이 했지만, 내 말이 무슨 소용 있나. 지역구 국회의원이 자기 사유물처럼 시장·군수 공천하려 한다. 그렇게 자기 액세서리 바꾸듯 바꿀 일은 아니라는 거다. 그래서 개방형 완전 국민경선제 하자는 것이다."

    ―곧 한나라당 전당대회가 있다. 어떤 사람이 당의 얼굴이 됐으면 하는가. 박근혜 전 대표가 나서야 한다고 보나.

    (박 전 대표 이름이 나오자 김 지사는 조심스러워 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원론적인 답이 나왔다.)

    "누가 나와야 한다는 법도, 나오면 안 된다는 법도 없다. 박 전 대표는 우리 당의 중요한 지도자이기 때문에 본인 선택에 따라 문은 언제나 열려 있는 것 아닌가."

    ―'4대강 경기도 구간인 한강 유역은 주민들이 사업을 원한다'고 해왔는데 전국적으로 보면 환경단체나 종교단체 반대가 많다.

    "강 사업은 강 연안과 그 물을 이용하는 지역이 우선이다. 여주·양평·남양주 같은 팔당 주변 지역은 다 찬성이다. 식수 깨끗해지고 홍수조절이 가능해진다. 수변관광지를 만든다든가 그렇게 친수공간으로 이용하는 것도 좋다. 또 공사하면서 자갈·모래 채취하는 돈이 2000억원씩 나오는 걸 반은 중앙에 보내고 반은 해당 시·군이 알아서 쓰라고 했다. 여주 같으면 1년에 발전수익만 32억원 나오는 데 반대할 이유가 없다. 그러면 거기서 데모하는 사람들은 뭔가? 물하고 아무 상관없는 엉뚱한 사람이 거기 가서 데모하고 있다."

    ―경기도교육감은 진보성향 김상곤 교육감이 재선됐고, 도의회나 기초단체장도 민주당이 휩쓸었기 때문에 무상급식 예산을 늘리려고 할 텐데.

    "작년 김 교육감이 보편적 무상급식 주장하면서 일방적으로 시·군도 예산 절반을 부담하라는 안을 올려서 도의회에서 싸움이 됐다. 사전 동의도 안 구하고 일방적으로 예산 올려놓고, 안 해주는 시장·군수 앞에 몰려가서 '애들 밥그릇 뺏는 아무개는 물러가라' 이러면 안 된다. 성남·과천 이렇게 재정이 괜찮은 곳은 시장 치적으로 돈을 내서 할 수 있다. 시·군마다 사정이 달라 어려운 데는 어렵다. 이제 민주당 기초단체장 늘었으니까 하는 데는 하는 거다. 그런데 형편 안 되는 시·군이 그러면 나중에 자기들 필요한 돈을 우리(경기도)한테 또 달라고 그럴 것이다. 시·군 재정자립도가 낮지 않나."

    ―'애들 눈칫밥 먹일 수 없다'는 게 야권 논리다.

    "눈칫밥? 집안 눈치, 부모 눈치, 공부 눈치…. 그게 사회주의 또는 포퓰리즘인데, 아르헨티나 같은 데 다 망한 것 아닌가. 선택적 복지가 답이다. 무조건 보편적 복지, 급식을 다 하겠다? 좌파들이 갖고 있는 생각은 그런 이상주의가 많다. 학교 평준화 문제도 그렇다. 옛날로 치면 경기고 다니는 학생 외에는 모두 눈치 보고 열등감 가지니까 경기고 없애자 그랬잖은가? 어떻게 됐나? 외고·과학고가 생겼다. 유학도 간다. 지금 자사고도 만든다고 그런다? 이게 하나의 입장난이다. 그러면서 자기 자식들은 어디로 보내나? 유학 다 보내고 외고 보내고. 아주 위선자들이다."

    ―민선 5기에 경기도는 어떻게 바뀌나.

    "아무래도 보육, 교육 이런 부분에 신경을 더 쓸 것이다. 야간에 출근해 야간에 평생 일하는 분들도 많다. 그런 분들이 적어도 자식 걱정 없게 해 드려야 하지 않겠나. 또 규제 철폐 부분에서 속도를 내야 하는데, 이건 대통령이 어떻게 생각하느냐에 달려 있다. 이명박 정부의 역사적 소명이 규제 철폐다. 그러지 않고는 이 나라 경제 살릴 길이 없다. 대통령이 뭐로 경제를 살릴 것인가. 규제를 풀어주는 거 말고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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